[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코로나 19가 팬더믹(대유행)의 가능성을 시사하며 기승을 부리고 있다. 23일 현재 국내 확진환자만 602명, 사망자가 5명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며 위기경보 단계는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됐다. 사실상 지역사회감염을 넘어 전국 확산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혼란의 연속
2019년 12월 3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중심병원에 근무하던 의사 리원량(李文亮)은 위챗을 통해 인근 주민 7명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고 적는다. 인근 화난수산시장에 거주하는 주민 7명을 진찰한 결과다. 그는 의대 동기 7명에게  비슷한 내용을 보내 상황을 공유하게 했다. 우한 폐렴. 코로나19가 인류에 발견되는 순간이다.

의사 리원량은 의료인의 정신에 입각한 정당한 경고를 했으나, 돌아온 것은 당국의 겁박이었다. 그는 유언비어를 유포한 혐의로 1월 3일 우한시 공안국 산하의 한 파출소로 불려갔으며 '위법 행위를 중단하라. 할 수 있나’란 질문에 '할 수 있다'란 뜻의 중국어 ‘넝(能)’을 손으로 직접 썼다.

그러나 상황은 심상치않게 돌아갔다. 그가 처음 위챗에 코로나19 경고글을 적은 다음날인 2019년 12월 31일,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27명이 원인불명의 폐렴에 걸렸다고 처음 발표했으며 1월 9일 중국서 첫 사망자가 발생한다. 이후 코로나19는 전대미문의 감염 확산 속도를 자랑하며 중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의사이자 의인인 리원량은 끝까지 환자를 돌보다 2월 7일 새벽 폐렴 증세로 사망하고 만다.

국내에 코로나19 공포가 덮치기 시작한 것은 1월 20일이다. 1월 13일부터 26일까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중국 우한발 국내 입국자 전수조사를 시작한 가운데 1월 19일 국내로 들어온 35세 중국 여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즉각 감염병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조정하고 사태파악에 나서기 시작했다.

두 번째 국내 확진자는 1월 22일 입국한 55세 한국인 남성이었다. 이 날은 미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날이기도 하다. 이어 1월 25일에는 프랑스에서도 확진자가 2명이 나오며 공포가 커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1월 27일 감염병 위기 경보를 경계로 올리는 한편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가동하며 기민하게 대처했다. 1월 30일과 2월 1일 우한 교민들이 전세기를 통해 국내로 들어온 가운데 세계보건기구인 WHO는 코로나19를 두고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마스크와 생필품을 사재기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으며, 확진자가 다녀간 백화점이나 공공장소는 모조리 폐쇄됐다.

다행히 이후로는 정부의 치밀한 역학조사와 대응으로 사태가 진정국면에 들어가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중국에서는 하루만에 수 백명의 확진자가 쏟아졌으나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의 확진자만 나왔기 때문이다. 12일 우한 폐렴이라는 표현 대신 코로나19로 명칭을 변경하는 한편 우한 교민의 3차 귀국이 이뤄졌다. 15일에는 1차로 귀국한 우한 교민 366명이 음성으로 판정되어 격리 장소에서 전원 퇴소했다.

사태가 요동치기 시작한 것은 16일부터다. 2차로 귀국한 우한 교민 334명이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아 퇴소하던 날 역학조사로도 감염원이 파악되지 않는 확진자(29번, 30번)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17일 정부는 코로나19를 인플루엔자 감시체계에 포함하고 총력전에 나섰으나 19일 대구 경북에서 11명이 한꺼번에 확진판정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20일부터는 혼란의 연속이다. 대구 신천지예수교회(신천지)를 중심으로 확진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첫 사망자가 나왔다. 22일에는 확진자가 400명을 돌파했고 23일에는 600명을 넘겼다. 사망자만 5명이 나온 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감염병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시켰다.

▲ 출처=갈무리

공포의 칼 끝에 서다
코로나19가 국내서도 기승을 부리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22일 긴급 대국민담화를 열어 "정부는 코로나19 감염 진행 상황이 더욱 엄중한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종교 행사 등 많은 사람이 밀집한 행사는 당분간 자제해 달라"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서 걱정이 많으실 것으로 생각된다, 국무총리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국민 여러분께서는 우리 정부와 의료진을 믿고 협조해 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사태가 더욱 심각해진 23일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나섰다. 문 대통령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기존의 질병관리본부 중심의 방역 체계와 중수본(중앙사고수습본부) 체제는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총리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하여 범부처 대응과 중앙정부-지자체의 지원 체계를 한층 강화해 총력으로 대응하겠다"면서 "포화상태에 이른 대구지역의 의료 능력을 보강하고 지원하는 조치도 신속히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집단 감염의 발원지가 되고 있는 신천지 신도들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책을 취하고 있다"면서 "대구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자체들이 신천지 시설을 임시폐쇄하고, 신도들을 전수조사하며 관리에 나선 것은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당연하고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현재 코로나19를 막아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중국인 입국금지, 나아가 신천지 시설 폐쇄가 거론되고 있다. 다만 전자의 경우 국제법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며, 그나마 국내에서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 신천지 시설 폐쇄와 같은 수단이라는 말이 나온다. 20일 이후 신천지의 근거지인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고자 하는 선제적 조치다.

신천지도 입장을 내놨다. 23일 김시몬 대변인을 통해 입장문을 발표하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면서 "신천지예수교회와 성도들은 코로나 19의 최대 피해자라는 점을 인지해달라"고 말했다. 나아가 "사태의 조기 종식을 위해 대구교회 성도 전체 명단을 보건당국에 넘겼지만, 이 명단이 유출돼 지역사회에서 신천지 성도를 향한 강제휴직, 차별, 모욕, 심지어 퇴직 압박까지, 있어서는 안 될 일들 벌어지고 있다"면서 우회적으로 현 상황을 신천지의 탓으로 몰고가는 분위기에 선을 그으면서 "대구교회 성도 중 연락이 닿지 않는 670명에게 지속해서 보건당국과 함께 연락을 취해 417명은 검사를 받도록 했다"고 말했다.

신천지를 중심으로 판데믹이 벌어지는 현상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자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한편, 당국과 적극 협조하겠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신천지의 입장문이 발표됐음에도, 이미 지역사회감염을 넘어 전국 단위의 판데믹이 유력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는 23일에도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직도 신천지가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비밀접촉 등을 이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공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