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국내 소비 지출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식품·외식 및 주류업계가 가격은 내리고 용량은 늘리는 ‘가성비’ 전략을 내놓고 있다. 연초 관례처럼 이뤄지던 ‘가격 올리기’와는 달리 업계는 오히려 가격을 인하하면서 탈출구를 마련하는 모습이다.

▲ 소비지출 전망지수. 출처=컨슈머인사이트

시장조사기업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최저점에서 오름세로 돌아선 소비지출 전망지수가 2월 들어 다시 크게 하락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소비 활동이 위축되면서 다시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유통가는 가격을 내리고 증량 마케팅을 벌이는 등 불황 탈출에 나섰다.  

▲ 오리온 생크림파이 1.5 제품. 출처=오리온

해태제과는 지난달 초코바 ‘자유시간’의 크기와 무게를 늘린 신제품 ‘자유시간 빅(Big)’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오리지널 제품보다 중량은 2배 가까이(36g→64g) 늘린 반면 가격은 50%만 오른 1500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중량 대 가격 비를 따지면 실질적으로 가격이 15% 정도 내리고 길이는 1.5배 정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오리온도 지난 2014년부터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제품 부피에 비해 내용물이 적다는 일명 ‘질소 과자’라는 논란이 있어 왔다. 이러한 논란을 잠식시키기 위해 오리온은 생산 공정을 개선하고 제품의 빈 공간을 줄여나갔다.

▲ 소비지출 전망지수. 출처=컨슈머인사이트

최근 6년간 초코파이, 포카칩을 비롯해 마켓오 리얼브라우니, 눈을감자, 더자일리톨, 치킨팝 등 17개 제품을 가격 변동 없이 증량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생크림파이 대비 크기를 1.5배 키운 ‘생크림파이 1.5’를 출시했다. ‘생크림파이 1.5’는 개당 중량을 기존 22g에서 33g으로 50% 늘리고, g당 가격은 28% 인하해 가성비를 높였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제품의 리뉴얼과 동시에 가격을 인하했다. BBQ는 지난달 창사 25주년 기념 인기 제품인 ‘치즐링’의 맛을 리뉴얼해 재출시하면서 기존 가격인 1만9000원에서 1만6500원으로 가격을 인하했다.

▲ 창사 25주년 기념해 재출시 된 치즐링. 출처=BBQ

주류업계에서는 술의 양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제 적용에 따라 출고가를 인하하면서 가격 경쟁을 시작했다. 맥주 업계에서는 개정 주세법으로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했고, 롯데주류가 올해 초 ‘클라우드’와 ‘피츠 수퍼클리어’의 출고가를 8.1%에서 최대 13.5%까지 낮췄다. 이에 따라 클라우드 생맥주 1통은 3만7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피츠 케그는 3만430원에서 2만7387.4원으로 싸진다. 피츠 병 출고가는 827원에서 761.38원으로 조정됐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0월 카스 맥주 전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4.7% 인하해 2020년 말까지 인하된 가격에 공급할 예정이다.

▲ 롯데주류 '클라우드', '피츠 수퍼 클리어' 제품. 출처=롯데주류

이처럼 코로나 19는 소비자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단순한 보건 문제를 넘어 이동과 대면 접촉의 기피라는 일상생활상의 불편과 불안을 수반하고, 경제 활동의 위축과 수입 감소라는 현실적 곤란을 초래하는 것이다. 유통가는 이러한 불황을 타파하기 위해 소비자가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가격에 변화를 준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실질적인 소비자 이익 증대는 물론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도 있어 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 인하라는 자체가 기업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지만 오히려 이 시국에 마케팅이나 이벤트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여 가격을 낮춘다면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위축된 소비심리의 회복이 추후 다시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