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화학업계가 미·중 무역분쟁, 유가상승 등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황이 악화되면서 원가 절감을 위한 방안 찾기에 나섰다. 예상치 못한 국제 이슈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국내 경기가 악화된다면 실적 부진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화학기업은 정유기업과 원재료 공급 제휴를 맺어 원가를 절감하거나 공장 증설을 통해 내재화를 구상하고 있다.

20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현대오일뱅크와 GS에너지와 석유화학과 합작사를 설립 했으며 두 합작기업 공장은 각각 2022년, 2023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이 진행중이다. SK종합화학은 올해 중국 정유기업에 출자를 진행했다. 

이들 기업은 정유사와의 제휴로 원유를 낮은 가격으로 조달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가 화학기업에 진출해서 영업 실적을 증가하려고 하다가 최근에는 납사라던가 원유를 지급하는 정유사와 화학사가 전략적 재휴를 맺으면 서로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화학기업은 원료를 필요할 때마다 쉽게 받을 수 있고 정유사도 화학기업의 제품 생산에 대한 노하우를 가져올수 있다 보니 두 업계가 서로 보완해가며 사업을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케미칼과 GS에너지와의 합작법인은 2023년까지 총 8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BPA제품 20만톤과 C4유분 제품 21만톤 생산규모의 공장을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BPA는 전기·전자제품, 의료용 기구 및 자동차 헤드램프 케이스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PC, Polycarbonate)의 원료로 사용되는 제품이다. C4유분은 탄화수소 혼합물로서 추출과정을 통해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BD, Butadiene)과 인조대리석 원료인 TBA(Tertiary-Butyl Alcohol)를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롯데케미칼은 GS에너지와의 전략적 제휴로 2023년부터 폴리카보네이트의 생산원료인 BPA를 합작공장에서 공급받아 PC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C4 유분제품 사업도 확장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롯데케미칼은 2018년 현대오일뱅크와 석유화학 공장 건설을 체결했다. 정유와 석유화학간 시너지를 통해 롯데케미칼은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롯데케미칼 측은 “롯데케미칼은 중간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제공받고 현대오일뱅크는 석유 제품과 방향족에 이어 올레핀 계열 석유화학 제품까지 정유-석유화학의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현대오일뱅크와 합작으로 납사를 최소로 투입하면서 납사보다 저렴한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LPG 등 정유공장 부산물을 60% 이상 투입해 원가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화학 자회사인 SK종합화학도 올해 중국 국영 정유기업 시노팩과 합작한 중한석화에 출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중국 정유설비를 간접적으로 보유하게 됐다. 해당 공장을 출자하게 된 배경은 정유공정에서 나오는 기초 원재료 나프타를 화학공정에서 조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SK종합화학 측은 제휴 당시 “울산의 CLX공정 운영역량과 SHE관리 역량을 중한석화에 이식해 정유, 화학 공장 간 시너지를 극대화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원재료 조달 문제가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면서 일부 기업은 기존 공장 증설을 통해 자체 내재화를 강화하고 있다.

LG화학은 공장의 생산능력을 크게 확대해 자체적으로 제품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원재료 변동에 따라 가격은 등락할 수 있지만 다양한 화학 원료에 투입해 판매를 확대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LG화학 측은 “기초유분 경쟁력 강화를 위해 NCC, PO생산시설을 확대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