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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한국영화계, 모험이 더 필요하다”

영화 <기생충> 감독·배우·제작진 금의환향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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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한국 영화계는 조금 더 모험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1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의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은 한국영화의 발전적인 방안에 대해 위와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젊은 영화인들이 제안하는 새로운 시도들에 업계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그들을 지원해야 우리나라 영화들이 전 세계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2020년 아카데미상 4개부문 수상이라는 한국영화 역사 101년만의 낭보를 전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주연배우, 제작진들이 금의환향해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이들 앞에 섰다. 회견장에서 봉 감독은 아카데미상 수상에 대한 소감, 작품에 대한 이야기, 한국 영화계에 대한 의견, 그리고 많은 이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추후 계획 등을 꺼냈다. 현장에서 진행된 기자들의 질의와 그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답변을 요약했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Q. <괴물>, <설국열차>에 이어 <기생충>까지 최근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에는 ‘빈부 격차’라는 공통의 주제가 있다. 특별히 이 소재를 통해 대중이나 사회에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나.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신 것처럼 ‘빈부격차’는 이전 작품들에서도 중요하게 다뤘던 요소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는 배경을 보면 앞서 두 작품과 <기생충>은 확실한 차이가 있다. 한강에서 괴물이 뛰어다니는 설정의 <괴물>이나 얼음으로 뒤덮인 세계를 달리는 열차라는 설정의 <설국열차>에는 일종의 SF(공상과학)적 상상력이 반영됐다고 한다면 <기생충>은 현재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기생충>은 빈부격차의 문제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거기에 대해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는 작품은 아니다. 그저 코미디와 스릴러, 범죄 등 다양한 장르의 속성들을 한 작품으로 담아내고자 한 의도가 있을 뿐이다. 물론 <기생충>을 보고 어떠한 메시지를 생각하신 분들의 시각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많은 분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재미있게 작품을 즐겨주셨고 응원해 주신 것에 감사한다.   

Q. <기생충>은 한국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꽤 심도 있게 조명한다. 한국의 관객들에게는 어떤 면에서 굉장히 불편한 작품일 수도 있는데 오히려 한국 관객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 이유는. 
 
빈부격차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전하면 분명 우리나라의 누군가에게는 엄청 불편한 작품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작품의 성격과 애초에 계획했던 이야기의 방향성을 애써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누군가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억지로 영화를 꾸밀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앞서 이야기했듯 <기생충>은 빈부의 격차만을 강조하는 영화가 아니다. 다양한 장르의 여러 가지 요소가 혼합돼있는 영화다. 많은 관객 여러분들이 여기에 공감해 주신 것 같다.     

Q. 오스카캠페인(아카데미 시상식 전 미국 현지에서 진행되는 작품 홍보활동)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영어가 기본 언어가 아닌 작품이라는 일종의 ‘핸디캡’도 분명히 있었다. 아울러 수많은 자본의 투입으로 다양한 미디어가 활용되는 헐리웃 스튜디오들의 작품 마케팅을 보면서 우리는 절대 같은 방법으로 마케팅을 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전통적 미디어를 통한 광고보다는 직접 발로 뛰면서 현지의 관객들과 직접 소통을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물론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는 일이었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대부분의 마케팅 이벤트에 주연배우인 송강호 선배와 대동했고 캠페인 기간 동안 약 600회의 인터뷰와 100회 이상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고된 일정의 연속으로 심지어 송강호 선배는 코피를 흘리기도 했다. 영화 한 편을 대중들에게 더 잘 알리기 위해,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느끼고, 보게 된 일정들이었다. 송강호 선배는 “내가 아닌 타인들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느꼈다”라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Q. 오스카 캠페인 인터뷰에서 (봉 감독은) 아카데미상에 대한 의견으로 ‘Local(미국 자국 중심) 시상식’ 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미국 영화계에 대한 어떤 도발적 메시지 전달이었나. 극중 대사처럼 ‘다 계획에 있던 것’이었나?

칸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그리고 아카데미 영화제 등 세계 주요 영화제들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식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3개 영화제와 아카데미의 차이점에 대해 떠오른 생각을 간단한 코멘트로 ‘별 생각 없이’ 전한 것이다. 전자의 영화제들이 다양한 국가의 영화에 대해 조금 더 열려있다는 개인적인 의견이었다. 미국 영화계를 향해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전달한 코멘트는 절대 아니었다.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당시의 코멘트가 한동안 화제가 됐고 여러 가지 의미로 재해석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전달받았다.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Q. 작품에 대한 몰입으로 번아웃(Burnout syndrome·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에 한동안 시달렸다는데, 지금은 괜찮은지 

번아웃 증후군 판정은 이미 영화 <옥자>(2017)를 제작할 때부터 받았다. 실제로 스스로도 참 일을 많이 한다는 생각은 했다. 그럼에도 <기생충>을 얼른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일에 몰두해왔다. 이번 기자회견을 끝으로 <기생충>으로 달려온 지난 2년여의 모든 일정이 마감되면 당분간은 좀 쉬어볼까도 생각한다.

아, 그런데 (웃음) 마침 오늘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서 편지를 한 통 받았다.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있어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편지의 마지막 문장에서 스콜세지 감독은 “그동안, 수고했고 푹 쉬어라. 그러나 너무 오래 쉬지는 말고 빨리 일해라!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니까)”라고 말했다. 조금만 쉬어야겠다. 

Q. <기생충>이 흑백판으로 각 극장에서 다시 개봉되는데, 의도하는 것이 있나.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흑백으로 <기생충>을 상영했을 때 어떤 관객이 “흑백으로 작품을 보니 영화의 ‘냄새’가 더 잘 느껴지는 것 같다”라고 상당히 재미있는 평을 내린 것이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1920년대~1930년대 고전 흑백영화에 대한 로망이 있고 그 시절의 기법을 사용해 기존 컬러판과 조금 더 다른 느낌을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했다.

이 자리에서 어떤 코멘트를 해서 흑백판 <기생충>을 아직 접하지 않은 관객 여러분들에게 작품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주고 싶지는 않다. 그저 “조금은 다른 느낌을 느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 출처= CJ엔터테인먼트

Q. 미국에서 <기생충>이 드라마 제작 계획이 진행 중이라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항간에는 틸다 스윈튼이나 마크 러팔로 등 배우들의 출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현재까지 진행된 내용을 말씀드리자면 <빅쇼트>, <바이스> 등을 제작한 아담 맥케이 감독이 작품의 감독과 제작을 맡는 것은 확정됐고 드라마의 방향성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여러 시즌이 있는 작품이 아닌 <체르노빌>처럼 몇 개의 에피소드로 이야기가 끝나는 방식으로 제작이 논의되고 있다. <기생충>에서 표현된 한국적 정서를 어떻게 미국 드라마로 잘 옮겨서 주제의식을 강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아마 짐작컨대 미국사회의 빈부격차 문제를 영화에서 표현된 것보다 더 깊이있게 파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한다. 다만, 배우의 캐스팅에 대해서는 맥케이 감독과 계속 논의 중이며 확정된 내용은 없다.  

Q.일각에서는 봉준호 감독 생가를 보존해 관광상품으로 개발한다거나 동상을 세우자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런 것들은 내가 죽고 난 뒤에 논의되는 게 옳지 않은가 싶다. (농담 후, 한참동안 웃음) 여기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Q. 오스카 수상소감에서 ‘자막의 벽’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기생충>에 영문 자막을 입히는 작업에서 특별히 공을 들였다거나 힘든 일은 없었는지. 

이전의 많은 작품들에서 함께 자막 작업을 한 ‘달시파캣 부부’와 이번에도 함께 작업했다. 한국어와 영어 모두 다 수준급으로 구사하는 분들이라 딱히 문제는 없었다. 그분들이 1차적으로 번역을 하면 나는 영화가 전달하려는 느낌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단어를 제안하는 등으로 논의하면서 자막을 입혔다. 정리하자면 “늘 하던 대로 했다”

Q. 한국영화가 전 세계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 한국 영화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이런 생각들을 해본다. <기생충>의 시나리오를 신인 작가가 썼고 이것의 영화화를 제안했다면 현재 한국 영화계의 상황에서 ‘과연 작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여러 가지 수익성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영화계는 앞으로 젊은 작가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과 새로운 시도에 이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더 모험적’으로 그들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세계 영화계는 계속해서 소재와 스토리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실력있는 젊은 영화인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시나리오들이 독립영화로만 제작되고 큰 범주의 산업과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물론 독립영화만의 특별한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정리하자면 “한국 영화산업은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하고 싶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Q. 지금껏 <기생충>에 환호해 준 우리나라 그리고 전 세계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기생충>과 함께하는 동안 정말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사건은 ‘좋은’ 의미의 사건이다. 훌륭한 배우들과 훌륭한 제작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을, 아주 정신없이 보냈다. 스콜세지 감독 말대로 ‘조금의 휴식을 가진 후’ 다시 다음 작품들을 위해 몰두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우수한 감독들이 선보일 영화들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주연배우, 제작진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박정훈 기자 pjh5701@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2.19  18:32:37

<경제를 리뷰, 미래를 본다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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