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지펀드에서 일하던 베조스는 1994년에 웹이 매년 2300%씩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1995년에 온라인 서점 ‘아마존’을 창업했다.    출처= Geek Wir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1260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고의 부자인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아닐지 모른다. 적어도 대학생 시절 베조스는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

베조스가 온라인에서 책을 팔기 전, 그는 1980년대에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그가 비록 장학금을 받는 최우수 등급 상위 25명에 속해 있긴 했지만, 그는 자신이 모든 사람을 능가할 만큼 똑똑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전공을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으로 전공을 바꾸었고, 그것이 그의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베조스는 1999년 미국 IT 전문지 와이어드(Wired)와의 인터뷰에서 "교실 안을 둘러보니 반에서 나보다 물리학을 더 잘 하는 친구가 적어도 세 명은 있는 것이 확실했다"라고 말했다.

"그들의 뇌는 다른 사람들과는 분명 다르게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걸 깨달은 것은 놀라운 통찰력이었습니다."

베조스가 이런 깨달음을 얻은 것은 수학 문제를 풀려고 몇 시간 동안이나 끙끙 애를 쓰고 난 뒤였다.

그는 2018년 9월, 1400여명이 참석한 워싱턴 경제클럽(Economic Club of Washington DC)의 한 행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편미분 방정식을 도저히 풀 수 없었습니다. 너무 어려웠지요. 나는 당시 룸메이트인 조와 함께 공부하고 있었는데, 조는 수학을 정말 잘하는 친구였지요. 우리 두 사람은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세 시간 동안 끙끙거렸지만 결국 풀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결국 옆 방 친구인 야산타 라자카루나야케에게 도움을 청했다.

"우리가 그에게 이 문제를 보여주었지요. 그는 그 문제를 잠시 응시하며 '코사인, 그게 답이야'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그게 답이라고?’라고 말했더니 그는 '그래, 따라와, 보여줄게'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를 자기 방으로 데려가서 의자에 앉히더니, 세 페이지나 되는 대수학을 자세하게 써내려 가기 시작했지요. 결국 모든 것은 지워지고 코사인만 남았습니다. 답은 코사인이었습니다. 나는 '어떻게 머릿속에 그게 바로 떠올랐지?'라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그 친구는 '아니, 그건 불가능해.  3년 전에 매우 비슷한 문제를 푼 적이 있었거든. 이 문제를 본 순간 그 문제에 적용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그 답이 코사인이라는 것을 즉시 알게 된 거야’라고 말하더군요.”

▲ 제프 베조스는 프린스턴대학 시절 자신이 물리학에서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은 순간이 자신의 삶을 바꾼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출처= Quora

베조스는 그때가 자신이 물리학이 아닌 다른 직업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 때가 내게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결코 위대한 이론 물리학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요.”

"그제서야 비로소 자기 탐구를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직업에서, 만약 당신이 상위 10%에 든다면 당신은 당신이 속한 회사에서 무언가 가치 있는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론물리학에서 내가 세계 50위 안에 들지 못한다면 세상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지요.”

이후 베조스는 전공을 바꾸고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고 운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베조스는 1986년에 프린스턴대학교를 졸업하며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베조스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헤지펀드에서 일하던 베조스는 1994년에 웹이 매년 2300%씩 성장하고 있다는 놀라운 통계를 발견했다.

마침내 1995년에 자신의 자동차에 트레일러 하나를 달랑 매달고 시애틀로 와 온라인 서점 ‘아마존’을 창업했다. 오늘날 ‘없는 것 빼고 세상의 모든 것’을 판매하는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1조 달러가 넘는다.

아마존의 주식은 매일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정작 베조스 자신은 이렇게 말한다.

“한 달 동안 주가가 30% 올랐다고 해서 자신이 30% 더 똑똑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주가가 30% 떨어졌다고 해서 30% 만큼 더 바보 같아지는 것도 아니지요.”

그는 주가는 장기적으로 자신의 몸무게를 알려주는 체중계와 같다고 말한 벤자민 그레이엄의 말을 인용했다.   

“중요한 것은 언젠가 내 자신의 몸무게가 정확히 얼마라는 것을 알 때가 온다는 것입니다. 나는 매일 매일의 주가에 신경 쓸 시간이 없습니다.”

‘세계 최고 부자’라는 타이틀도 그가 원하던 것이 아니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발명가 제프 베조스’ 또는 ‘좋은 아버지 베조스’라고 불러주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런 명칭이 내게 더 의미가 있으니까요.”   

결국 그가 풀지 못한 편미분 문제를 친구가 푼 것이 그의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되었다.  

"내 친구가 내가 풀지 못한 문제를 벽에 빼곡히 푼 작은 글씨들을 보고 즉시 전공을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으로 바꾼 것이 내 삶을 바꿔 놓은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