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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여담] 타다 무죄와 시장의 선택, 의미있다

"아주 기본적인 선순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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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상구 부장판사는 19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 박재욱 VCNC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타다를 불법 콜택시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합법적인 렌트카 사업으로 본 지점이 눈길을 끕니다. 나아가 논란의 대상이던 여객운수법 상 11인승 승합차 관련 예외조항을 인정한 것도 타다 입장에서는 큰 성과입니다.

   
 

여기서 박상구 부장판사가 판결을 내리며 "타다 이용자가 증가한 것은 시장의 선택"이라고 언급한 지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국내 ICT 업계는 물론, 전체 경제 정책과 방향성을 비롯해 정부와 시장의 관계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화두기 때문입니다.

수정자본주의의 시대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정부와 시장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변했습니다. 시장이라는 '생물'을 정부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한 실험의 역사가 곧 정부와 시장의 관계 역사입니다.

근대를 기준으로 보면, 1차와 2차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대량생산시대의 초기 자본주의는 철저한 자유방임정책에 가까웠습니다. 당시 미국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1908년 헨리 포드가 미국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소위 컨베이트 벨트로 통칭되는 대량생산시대를 열었고 1910년 발발한 1차 세계대전은 미국의 부흥을 이끌었으며, 이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은 말 그대로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통칭되는 국부론의 시대입니다.

문제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시작됐습니다. 1920년대 들어 미국은 여전히 경제 호황기를 누리며 승승장구했으나, 발 아래에서는 기분나쁜 공포의 연기가 피어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덧 공장의 창고에는 팔리지 않는 상품이 재고로 쌓여갔고, 경제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당시 사람들은 '자유방임주의가 곧 만능'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정부는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고, 시장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더 많은 이익을 올리기 위해 무자비하게 상품을 찍어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식민지 제국시대와 1차 세계대전 당시인 1920년대에만 통용되는 방식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때는 상품을 팔아 넘길 수 있는 식민지가 있었고,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속에서 많은 소비가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식민 제국주의 시대와 1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후에도 자유방임주의에 입각한 기업들은 계속해서 상품을 찍어냈고, 이는 재고가 되어 창고에 쌓였으며, 이는 1920년 미국을 넘어 세계를 덮친 대공황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발 아래에서 피어나는 기분나쁜 공포의 연기가 지옥의 불길로 변하는 순간입니다.

1929년 10월 29일. 검은 화요일로 통칭되는 대공항이 시작되자 후버에 이어 대통령이 된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 대통령은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주장하는 수정자본주의를 받아들여, 국가의 시장 개입을 정당화하는 뉴딜정책을 시작합니다. 정부가 직접 일자리 창출에 나서는 등 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뉴딜정책은 곧 큰 효과를 발휘해 미국 경제를 회생시키는 신의 한 수가 됩니다.

사실 장황하게 썼지만, 정부와 시장의 역사는 상당히 간결하고 선명합니다. '경제 활황기에 처음 자유방임주의에서 시작한 관계설정이 경제 불황기를 겪으며 수정자본주의로 수렴됐다'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각 국가별로 시기의 차이는 있으나 과정은 대부분 동일합니다. '경제 활황-자유방임주의-경제불황-수정자본주의'

   
▲ 대공항 당시 미국. 출처=위키디피아

지금은 어떤가
정부와 시장의 관계역사가 '경제 활황-자유방임주의-경제불황-수정자본주의'로 이어진 가운데, 이제부터는 그 끝에 위치한 수정자본주의의 영속성에 대해 논해야 합니다. 21세기 현재, 우리에게 국가의 시장 개입을 허용하는 수정자본주의는 유효한 것일까?

그렇지 않습니다. 자유방임주의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수정자본주의도 심각한 폐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하나부터 열까지 결정하고 선택하는 정책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당혹스러운 현상을 기점으로 심각한 도전을 받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벌어지는 스테그플레이션 현상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시장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증거가 되었고, 이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됩니다.

신자유주의는 고전 경제학인 자유방임주의와, 수정자본주의인 정부의 개입 사이에 있습니다. 자유시장과 규제완화, 재산권을 중시하면서도 정부의 시장개입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바로 이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질문해야 합니다. 신자유주의 시대가 옳은가? 이 역시 '그렇다'고 답할 수 없습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시대가 열렸고 권력의 해체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으며, 2010년대 글로벌 경제 위기를 거친 후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팽배한 가운데 온디맨드 및 소비의 공유경제 시대가 열리는 등 또 한 번의 변화가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이는 신자유주의 시대도 심각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온라인 시대가 열리고 다소 극단적이지만 블록체인과 같은 탈 중앙화 로드맵 실험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최상위 분위에 두고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부는 자유방임주의에 입각해 시장에 개입하지 않지만, 수정자본주의에 입각해 또 시장에 개입해야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의 개입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개입이며 정책의 결정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시장의 놀이터' '장터'를 만들어주고 이를 관리 감독하는 선에 머물러야 합니다. 이상적입니다.

문제는 현재의 우리 상황이 그다지 이상적이지 못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당장 시장을 위해 판을 깔아주고 최소한의 규제로 시장의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정부는, 안타깝게도 무리하게 시장을 이기려 악을 쓰다가 실패하고는 합니다. 실제로 한국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어떻게든 시장을 이겨보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느껴지지만 성공여부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 이재웅 대표가 미소짓고 있다. 출처=뉴시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판을 깔아주고 시장의 발전을 돕는 위치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장면들입니다. 더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행위의 동기가 경제가 아닌 정치적 고려에 있다는 의심이 나오는 지점입니다. 

단적인 사례가 카풀 논쟁과 타다 논쟁을 거친 국내 모빌리티 시장입니다. 카풀과 타다 모두 시장의 선택을 받아 스스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음에도, 정부는 정무적인 판단에만 갇혀 '탈 경제적 인식'만 보여줬습니다. 2018 지방선거 당시 카풀에 반대하던 택시기사들을 국회로 모아 느닷없이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꺼내들던 야당은 물론, 4.13 총선을 앞두고 ICT 업계에게 택시업계와의 협력이 없으면 모빌리티 혁명의 '모'자도 꺼내지 못하도록 겁박한 정부 부처의 행보가 절망스러운 이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다에 무죄를 선언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이 고무적입니다. 비록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고, 또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으나 법원이 이번 타다 재판을 두고 "시장의 선택"을 말한 점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 다행스러운 발언은 곧 아직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고, 또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게 합니다.

*IT여담은 취재 도중 알게되는 소소한 내용을 편안하게 공유하는 곳입니다. 당장의 기사성보다 주변부, 나름의 의미가 있는 지점에서 독자와 함께 고민합니다.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2.19  16: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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