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블루칩으로 각광받았던 블루 에이프런이 회사 자체 또는 자산 매각, 사업 제휴, 자본금 조달 등 광범위한 전략적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Blue Apron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가공 식재료 배송업이라는 새로운 업종을 개척해 한때 블루칩으로 각광받았던 블루 에이프런이 18일(현지시간), 회사 자체 또는 자산 매각, 사업 제휴, 자본금 조달 등 광범위한 전략적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실적부진으로 고전해 온 블루에이프런은 19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회사는 19일 실적 발표에서 월가의 예상보다 큰 폭의 손실(주당 1.66달러)과 매출 감소(-30%)를 보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CNN이 보도했다.

투자자들은 배를 떠나고 있다. 이 회사의 주식은 지난해 6월 55센트까지 떨어지며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될 위기에 처하자, 15주를 한 주로 병합하는 주식병합을 단행하면서 8.25달러로 주가를 회복시켰다. 주식병합은 주가를 올리기 위해 총 발행주식수를 줄이는 것으로 회사의 시장 가치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주식병합 이후에도 회사의 주가는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18일 현재 블루에이프런은의 주가는 4.37달러로 병합 직후보다도 절반 가까이 추락했다. 2017년 6월 30일 IPO 가격 10달러(병합 주식 기준으로는 140 달러)로 거래를 시작한 블루에이프런의 주가는 97%나 폭락한 셈이다.

회사는 "이사회가 추가 공개가 적절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어떤 전략적 대안도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블루에이프런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우선, 블로에이프런이 가공 식재료 배송이라는 사업의 개척자이긴 하지만 이 사업은 진입 장벽이 매우 낮아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블루에이프런은 현재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독일 기업 헬로프레쉬(HelloFresh), 살림의 여왕으로 유명한 마사 스튜어트(Martha Stewart)가 투자한 말리 스푼(Marley Spoon), 미국 최대 슈퍼체인 크로거(Kroger)가 소유하고 있는 홈 셰프(Home Chef) 등 쟁쟁한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블루에이프런은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고객 유지율 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을 뿐 아니라 타사의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여러가지 구독 플랜들을 운영해 왔다.

표준 4인 가족 식단은 주당 139.84 달러의 플랜을 적용하고 있지만, 최근 증가 추세에 있는 핵가족 2인용 식단은 주당 59.94 달러의 플랜을 제공한다.

식물성 단백질 애호가들을 위해 비욘트미트 제품으로 구성한 밀키트도 선보였다. 또 건강을 중시하는 저녁 식사 옵션을 제공하는 웨이트워처스(WW)와도 제휴를 맺고 있다. 또 요리전문 TV 푸드 네트워크(Food Network)의 크리스찬 페트로니 같은 유명 요리사들이 설계한 메뉴도 제공한다.

또 단순한 밀키트를 넘어 와인, 올리브 오일, 향신료 같은 식료품, 주방용 칼, 프라이팬 등 주방 도구까지 판매 품목을 확장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시도 중 무엇이 효과가 있었을까? 블루에이프런은 18일 성명에서 "우리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 출시하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식단 제공을 시험하면서 다시 성장을 회복하기 위한 올바른 전략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면서도 "동시에 비용 최적화 계획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19일 실적 발표 이전에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것 같다. 회사는 최근, 약 90분 안에 미리 만들 수 있는 8끼 분 식사 재료가 들어 있는 ‘밀 프렙 키트’(Meal Prep Kits, meal prep - 1주일 또는 정해진 기간의 식사를 한 번에 미리 준비하는 것)를 판매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블루에이프런의 린다 코즐로프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온라인 블로거들과 인플루언서들이 인스타그램에 밀 프렙 동영상을 게시하는 것이 유행”이라며 “사람들이 자신의 활동 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고, 적절한 식사량을 조절하고, 목표에 따른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식사를 미리 준비하는 습관이 하나의 추세가 되었다”고 말했다.

블루에이프런이 더 많은 고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기울인 노력은 이 뿐만이 아니다. 회사는 지난해 월마트의 자회사인 제트딧컴과 제휴해 닉낵스(Knick Knacks)라는 이름의 한끼 식사용 키트를 7.99달러에 판매하기도 했다(안타깝게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이 계획은 지난해 8월 종료했다).

코즐로프스키 CEO는 당시 애널리스트들과 가진 컨퍼런스 콜에서 "소비자 직접 서비스를 통해 매주 드나드는 고객들과 플랫폼에 참여하면서 핵심 사업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블루에이프런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음식배달 회사들과는 직접 경쟁하고 있지는 않지만, 시간에 점점 더 쫓기는 고객들은 식재료를 구입해 음식을 요리하는 대신 완성된 음식 배달로 치우치고 있다. 이것은 블루에이프런이 헬로프레쉬 같은 현재의 경쟁자(지금 이것 만도 벅차다)뿐 아니라 언젠가는 그럽허브(GrubHub), 우버 이츠, 도어대쉬(DoorDash) 같은 음식배달 회사들과도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널리스트들은 블루에이프런의 전망에 대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현재 블루에이프런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 네 곳 모두 ‘팔아라’라는 말의 정중한 월가식 표현인 ‘유보’(Hold) 등급을 매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