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15년만에 게임법을 개정할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18일 열린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문체부는 지난해부터 게임법의 전면 개정과 중장기 계획 수립을 위해 지난해부터 10여차례 토론회를 열었다”면서 “개정되는 게임법은 상반기 중 21대 국회에 상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출처=전현수 기자

이날 행사에선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만든 연구진의 김상태 순천향대 교수가 변화되는 게임산업법의 초안을 발표했다. 공개된 초안은 확정된 사항은 아니며, 향후 관계부처 및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계획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기존 ‘게임산업진흥업에 관한 법률’에서 ‘게임사업법’으로 명칭을 변경한다. 진흥이라는 명칭과 걸맡지 않게 실제로는 규제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진흥이라는 단어를 삭제한다는 설명이다.

정의 규정과 부정적 표현도 재정비한다. ‘게임물’의 명칭을 ‘게임’으로 변경한다. 또한 ‘사행성 게임’ ‘중독’ ‘도박’ 등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주는 표현은 모두 삭제한다.

게임문화와 산업 진흥기반 조항을 보완하고 강화한다. 그 일환으로 ‘게임문화의 날’을 지정하고 문화진흥을 위한 재정지원, 문화진흥관련 정책 추진 근거를 마련한한다.

게임 이용자 보호와 의무 규정을 신설한다. 확률형 아이템의 표시 의무를 보완하고 불법 광고에 대한 규제 근거를 마련한다. 환전을 금지하거나 고액경품 제공을 금지하는 등 내용을 담은 게임의 사행적 이용을 금지한다. 또한 VR 등 새로운 유형의 게임기기 안정성 확보 의무를 신설한다.

일부 규제를 합리화한다. 자율규제의 근거를 마련하고 타법과의 관계규정을 마련한다. 사업자 행정부담도 줄여줄 방침이다. 이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게임의 등급분류 제외를 위한 근거를 마련한다.

현 ‘게임물관리위원회’를 ‘게임위원회’로 이름을 바꾼다. 이는 게임물의 명칭을 게임으로 바꾸는데에 따른 조치다.

▲ 김상태 순천향 대학교 교수가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전현수 기자

실효성 의문…’확률형 아이템’ 표기 의무 “유연하지 못한 결정”

이날 개정안 발표 후 열린 토론에 참여한 법률가, 연구원, 교수 등 업계 관계자들은 개정안 재정에 대한 문체부와 연구진의 수고에 감사를 표하고 일부 개정 내용에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역차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된 이슈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정정원 연구원은 확률형 아이템 관련 개정안에 대해 “소비자 불만이 왜 나왔을까에 대해 고민이 왜 나왔을까에 대해 고민해야한다. 자율규제를 통해 확률 정보를 알려줬지만 불만은 여전히 있다. 또한 확률형 아이템의 우연성에 대한 판단 기준과 범위를 어떤 수준과 방식으로 정할 것인지 보다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병찬 변호사는 “확률을 공개해야 하는 아이템의 범위를 게임의 진행을 위해 사용하는 아이템으로 국한하는 건 부당하다. 강화, 합성, 재련 등 우연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라지는 것 모두 확률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다.

확률형 아이템 공개 의무와 관련,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가 여전하다. 현재도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공개의 경우 국내 업체들의 준수율은 90%를 웃도는 반면 해외 업체들의 경우 40%가 채 되지 않는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주기적으로 미준수 게임물을 공표하고 표기를 권고하지만 ‘슈퍼셀’ ‘펀플러스’ ‘지롱게임즈’ 등 일부 해외 업체들은 사실상 귀를 닫은 상황이다.

또한 확률형 아이템 공개 의무를 두고 이를 어길 시 벌금을 부과하는 것도 업계는 달갑지 않다. 개정안 64조에 따르면 게임제작사업자등은 게임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게임 및 그 광고·선전물마다 분류된 등급, 게임내용정보, 확률형아이템의 종류·종류별 공급 확률정보를 표시해야한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관련 사항은 법적 규제 대신 자율규제가 낫다고 평가됐던 부분이 있다. 특정 BM(비즈니스)과 관련된 규제를 법으로 정할 경우, 향후 주요 BM이 바뀌게 되면 재조정을 유연하게 힘든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의 주요 BM은 확률형 아이템이지만 최근 배틀패스 등 새로운 BM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확률 표기의 강제성이 부여된 이유도 사실상 외산 게임들의 미준수에 따른 결정으로 보여지는데, 해외 게임사 때문에 국내 게임사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출처=전현수 기자

자율규제 관련 개정안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서종희 건국대학교 교수는 자율규제에 대한 근거 마련에 대해 “추상적이지 않은 자율규제를 위한 활성화 수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게임산업협회 또한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개정안 내용이 역차별 요소가 있으며, 각계 합의에 따른 중장기 계획을 먼저 수립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협회 측은 이와 관련한 의견서를 문체부에 제출했다.

게임산업협회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게임사업법으로 바뀌는 개정안 내용에 대해 “유독 게임산업에 대해서만 기존 진흥법에서 사업법으로 제명을 변경한다는 것은 문체부가 게임산업을 진흥의 대상이 아닌 규제·관리의 대상으로 보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이는 특히 ‘게임산업은 진흥과 육성이 필요한 산업으로 자율규제를 강화하고 관계부처 합동 규제완화 정책을 통해 단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현 정부의 공약 및 정책기조와도 결을 달리한다”고 지적했다.

게임산업협회는 개정안에 청소년의 연령을 만 19세미만으로 정의한 것에 대해 영화, 비디오 등 타 콘텐츠 산업이 현재 만 18세 미만으로 청소년을 정의한다는 점에 비춰 역차별을 받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