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은행권이 자축 대신 폭풍 전야에 휩쌓였다. 라임펀드를 많이 판매한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은 추정 배상액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환매중단된 라임펀드 판매사 중 신한지주는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3248억원, 신한은행을 통해 2769억원을 각각 판매했다. 다음으로 우리은행이 3577억원으로 많았다. 이어 하나은행 871억원, KB금융지주, 481억원 순이다.

라임펀드를 많이 판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은 실사 결과에 따라 배상액 규모도 많아질 전망이다.

신한금융이 지난해 순이익 3조4035억원, 우리금융이 1조904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배경에는 금융상품 판매수수료 등 수수료이익도 한 몫 했다.

신한금융은 수수료수익만 2조1420억원을 거둬들였는데, 이중 신한은행이 펀드 판매수수료로만 1093억원, 신한금융투자도 금융상품 판매수수료로 1267억원을 벌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수수료수익이 1조1030억원에 달한다. 이중 펀드판매 수수료로만 900억원을 벌었다.

투자업계는 배상이 진행될 경우 우리금융지주와 신한지주에 최소 수백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라임펀드 관련 은행 예상 손실액은 가정에 따라 차이가 크게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은행 전체적으로 약 1000억~2700억원까지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한지주는 라임펀드 판매액 자체가 많은데다 무역금융펀드에 총수익스와프(TRS)를 제공한 신한금투 익스포져(위험 노출액)에 대한 선순위 회수 가능 여부에 따라 예상 손실 폭이 상당히 커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 라임자산펀드 관련 시나리오별 은행별 예상 손실액 추정(단위: 십억원). 출처=하나금융투자

TRS는 계약상으로 선순위 회수가 가능하지만 금감원은 신한금투가 라임자산의 부실은폐·사기혐의를 인지하고도 공모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판매사들이 TRS 계약 증권사에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법적분쟁이 가속화되면서 선순위 회수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만약 신한금투가 TRS를 선순위로 회수하지 못하게 될 경우 신한지주의 예상손실액은 2000억원에 육박하거나 이를 웃돌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도 최소 수십억원에서 최대 수백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은행 측은 금감원의 조사에 임하고, 고객 보호를 위해 절차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측은 "고객 보호를 위해 판매사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면서 "절차에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측도 "금감원의 조사가 조만간 시작될텐데 조사 결과에 따라 규정대로 절차를 밟을 것"이라면서도 "판매사들이 모두 결과에 승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결국 라임펀드 판매사들이 금감원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금감원은 분쟁조정2국, 민원분쟁조사실, 자산운용검사국, 금융투자검사국 등으로 꾸려진 합동현장조사단을 구성한 뒤 라임과 신한금투 본사에 조사반을 투입할 방침이다. 2차 현장 조사로 은행 판매사인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을 위주로 조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의 조사 결과 손해액이 산정돼야 분쟁조정이 시작될 수 있지만 일부 판매사들이 손실 확정을 거부하면 다른 판매사도 동참할 수 있다. 앞서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16개 판매사는 공동대응단을 만들어 실사 결과가 나오면 소송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