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와인 소비자들은 2020년에 전례 없이 낮은 와인 소매 가격을 누리게 될 것이다.    출처= Twitt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와인 애호가들이여, 건배합시다. 와인 가격이 더 떨어질 것입니다!”

캘리포니아의 포도 풍년 덕분에 와인 가격이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여기에 와인에 대한 수요 감소까지 겹치면서, 와인 애호가들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저렴한 가격에 와인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 좋은 소식은 이 같은 낮은 가격이 앞으로 3년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뱅크(Silicon Valley Bank) 와인사업부의 설립자이자 매년 와인산업 보고서를 작성하는 롭 맥밀런은, 미국 와인 소비자들이 올해 소매점에서 20년 만에 가장 저렴한 와인 가격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넘쳐나는 포도 수확량

미국 농부들은 지난 2016년에 북부 캘리포니아 수천 에이커의 땅에 새로운 포도들을 심기 시작했고, 재배 및 수확 기술이 발전하면서 엄청난 양의 포도를 수확하게 되었다.

포도주를 만들 포도가 많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와 같은 생산 증가를 뒷받침할 수요가 충분하지 않으면 남는 포도는 버려지게 된다.

포도재배자연합(Allied Grape Growers)의 제프 비터 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잉여 포도가 브랜디나 포도 농축액으로 사용되는 2차 시장까지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차 시장에서의 판매 가격은 대개 재배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수익을 제공하지 못한다.

현재 캘리포니아주 포도밭에는 10만 톤의 포도가 구매자들이 없어 판매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포도밭에서는 내가 평생 본 것보다 더 많은 포도가 남아있습니다.”

비터 대표는 "오늘날 공급과잉의 주요 원인은 2018년 포도 수확량이 크게 증가한 데다, 와인 출하량 증가세가 몇 년간 둔화돼 왔기 때문”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까지 와인 출하량은 거의 2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왔다”며 “갑작스러운 성장 둔화가 업계를 놀라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도를 심는 초기 계획 단계부터 와인을 시장에 내놓는 데까지는 최대 5년이 걸립니다. 최근의 수요 감소는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이어서 앞으로 몇 년간 수요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매우 복잡해졌습니다. 분명한 건 지금 우리가 수요를 크게 초과했다는 것입니다.”

▲ 2018년 미국의 포도 수확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현재 캘리포니아주 포도밭에는 10만 톤의 포도가 구매자들이 없어 판매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시장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캘리포니아 재배업자들은 포도 생산을 줄여야만 한다.

실리콘밸리 뱅크의 맥밀런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의 포도주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포도주 생산 농지를 줄이지 않는 한 균형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포도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인 나파(Napa)에서부터 시작해 캘리포니아의 다른 포도 생산지까지 포도 생산 농지를 줄여 나가야지요. 포도 가격이 안정되려면 적어도 2~3년은 걸릴 것입니다."

2020년, 전례 없는 최저가 기록할 것

와인·주류산업 컨설팅 업체 IWSR가 발표한 ‘주류 소비 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와인 소비가 2019년에 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와인 소비량이 줄어든 것은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와인 소비량의 감소 현상에는 미국인의 주류 음용 경향에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와인 소비 감소와는 달리 지난해 전반적인 주류 소비는 오히려 늘어났다.

와인의 퇴조 속에 위스키와 보드카와 같은 독주들의 소비는 지난해 2.3%의 증가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퇴조하고 밀레니얼 세대가 주류의 주소비자로 등장하면서 칵테일 형태의 탄산 음료는 지난해 5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맥밀런은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와인업계는 밀레니얼 소비자들의 취향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30년 동안 와인 판매를 주도해 온 베이비붐 세대들이 영원히 살 수는 없습니다.”

맥밀런은 앞으로 와인 성장의 가장 큰 기회가 될 밀레니얼들이 아직 와인의 참 맛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번 와인 가격의 하락으로 밀레니얼들을 와인의 꾸준한 소비자로 끌어들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맥밀런은 보고서에서 "오늘날 와인 공급 체인은 포화상태"라고 썼다.

"이러한 공급과잉은 소비자 수요의 침체까지 겹치면서 벌크 와인과 완제품 와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와인 소비자들은 2020년에 전례 없는 낮은 소매 가격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