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한은 산업도시로 흔히 미국의 시카고에 비견된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후 텅빈 우한 시가지.    출처= New York Times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 경제를 이끌어온 중소기업들의 요즘 가장 큰 염려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얼마나 많은 피해를 가져올 것인지, 회사가 외부의 도움 없이 과연 몇 주나 더 버틸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대기업들은 이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몇 주 동안 회사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현재 국가가 요구하는 엄격한 안전 규칙을 지킬 여력도 없을 뿐아니라 직원들이 장기간 재택 근무를 하게 할 여건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차이나 인터내셔널 캐피털(China International Capital Corp.)이 중국 전역의 다양한 규모의 기업 163개를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춘제 연휴가 끝난 지난 주 10일부터 문을 연 회사는 절반도 채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칭화대와 북경대학교가 지난 주 1000개에 달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약 3분의 1이 그들이 보유한 현금으로 한 달 이상 버틸 수 없다고 대답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중국 기업인들에게 끔찍한 소식일 뿐 아니라 중국 경제가 훨씬 더 나쁜 현실에 직면하고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에 발표된 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약 3천만 개의 중소기업이 국가 GDP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내는 세금은 정부 세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중국 노동자의 80%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3000만개의 중소기업들 중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바이러스의 피해를 입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칭화대와 북경대의 조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가 전국에 수만 명의 감염자를 발생시키기 전부터 이미 많은 중소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부채 증가, 내수 침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힘든 상황에 빠진 중국 중소기업들이 이제 코로나바이러스까지 더해지면서 대량 도산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CNN이 중국 중소기업들의 어려운 상황을 상세 보도했다.

산둥성 아틀란티스 연구소(Atlantis Research Institute)의 자오젠 소장은 이달 초 연구 노트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낙타의 등을 부러뜨리는 지푸라기가 될 수 있다"고 썼다. 그는 “만약 바이러스 확산이 조만간 끝나지 않는다면,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고 실업률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업률 증가를 막는 것은 중국 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목표입니다. 만일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률이 높아지면 은행권의 주택 압류 현상이 늘어나 국가 경제 전체를 뒤흔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추가 자금 지원 없이는 “죽고 말 것”

일부 기업들은 자신들의 어려운 상황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베이징에서 가라오케바 체인 메이KTV(MeiKTV)를 운영하는 우하이(吳海) 사장은 소셜 미디어앱 위챗(WeChat, 微信)에 코로나바이러스로 자신이 운영하는 가라오케바 50여 곳을 완전 폐쇄하게 됐다고 썼다. 정부가 ‘감염 위험’이 높은 공공 장소의 영업을 금지시키면서 시민들의 취미 생활과 유흥 오락은 완전 중단됐다.

우 사장은, 회사가 문을 닫게 된 상황을 한탄하며 회사 문을 닫으면 1500명의 근로자들이 실직할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약 1200만 위안(20억원)으로 사업을 재개되지 않을 경우 2개월을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것은 투자자들이 자금을 더 투자하지 않으면 4월에는 우리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국 토종 패스트푸드 체인 홈오리지널 치킨(Home Original Chicken)을 운영하는 슈 콩쉬안 사장은 코로나 발병 이후 400개가 넘는 매장의 영업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웨이보(Weibo, 微博)에 올린 글에서 "여전히 임대료와 종업원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현금이 바닥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집과 차를 팔아서라도 직원들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춘제 연휴가 끝난 이후에도 상당 수 기업들은 아직 정상 업무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출처= Nikkei Asian Review 캡처

다른 많은 중소기업들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베이징의 사천요리 맛집으로 유명한 미주동파주루(眉州东坡酒楼, Meizhou Dongpo Restaurant)는 춘제 연휴를 맞아 신선한 농산물을 대량 구입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손님이 없어 식재료를 다 소모하지 못하자 직원들이 직접 길거리에 나서 신선한 채소를 팔기 위해 노점을 차렸다.

상황이 조기에 개선되지 않으면 더 많은 기업들이 끔찍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칭화대와 북경대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이 상황이 3개월 더 지속되면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가까운 장래에 상황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힘들다. S&P 글로벌신용평가(S&P Global Ratings)의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코로나 발병 이전부터 중국의 많은 기업들은 올해 많은 부채를 상환하기 위한 재융자를 준비하고 있었다. 코로나 발병으로 경제에 대한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이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리기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S&P 연구원들은 이번 주 고객에 보낸 메모에서, 다음 달에 국민건강 위기가 안정된다 해도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가업들의 유동성이 여전히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번 발병으로 중국 기업들의 채무 불이행 위험이 더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정부, 더 많은 조치 취해야

중국 정부는 문제가 더 심각해졌음을 잘 알고 있다. 코로나 발병 전에도 중국 고위 관료들은 대량 실업 방지를 2020년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었다. 그러나 코로나 발병으로 대량 실직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중국은 대량 실업 사태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전자상거래 대기업들은 코로나 확산으로 실직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징동닷컴(京東商城, JD.com)은 지난 주 이들을 위해 3만 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알리바바도 비슷한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도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주 시중 은행들의 대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금융시장에 쏟아 부었다. 인민은행은 또 코로나 피해 기업들에 대한 저리 융자를 지원하기 위해 3000억 위안(50조원) 규모의 특별기금을 마련했다. 중국 재경부는 이 대출 금리를 낮추기 정부 보조금을 발표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들도 건물주들에게 임대료를 줄일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중소기업에게 사회보험료나 세금 납부를 유예해 주는 등 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로 중소기업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가라오케바 체인 메이KTV(MeiKTV)의 우 사장은 단순히 그러한 지불을 연기하는 것만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챗에 올린 글에서 "정부는 우리에게서 돈을 안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연기해줄 뿐이다. 얼마나 너그러운가! 그들은 단 한 푼도 줄여주지 않는다. 결국 우리 회사는 파산할 것이고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건물주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과 저금리 대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건물주들에게 보조금을 주기로 한 것은 잘한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세입자들이 내는 돈을 줄여줄 것인가? 우리는 또 은행에 제시할 담보도 없다. 우리의 문제는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현금 흐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느 중소기업이 담보를 제시하고 은행 자금을 받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