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는 2012. 8. 13. B와 갑(甲)영화관(이하 이 사건 영화관)을 임대차보증금 1억 원, 차임 월 800만원, 임대차기간 2012. 8. 13.부터 2021. 8. 12.까지로 정하여 임대하기로 하는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이 사건 영화관의 위층인 8, 9층에서는 2013. 5. 13. 1차 화재가 발생하였고, 2013. 10. 10. 2차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이 사건 영화관을 임차하고 있던 B는 임대인인 A를 대신하여 2013. 10. 11.경 C에게 이 사건 영화관의 보수 공사를 맡겼습니다. 이에 C는 전선을 교체하는 등 전기시설을 보수하였고, 석고보드 등의 마감재를 교체하였으며, 오염된 벽면을 새로이 도장하는 공사를 하면서 B로부터 총 1,500만원의 공사비를 받았습니다. 한편 그 사이 A는 B가 2,700만원의 차임을 연체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는 통지를 하였고, 위 통지는 2014. 8. 8. B에게 도달하였습니다. 이 경우 과연 B는 A의 요구에 따라 이 사건 영화관을 A에게 넘겨주어야 할까요?

이번 사건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에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로, 이번 판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우선은 흔히 ‘월세’라 칭하는 차임을 어느 정도 연체하면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인데, 이와 관련한 민법상의 원칙은 2기, 즉 2회 분입니다(제640조). 연이어 2회분을 연체할 필요도 없고, 임대차기간 중 통산 2회만 연체하더라도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임대차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차인 보호에 방점을 찍고 있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은 3기, 즉 3회분 이상을 연체하는 경우에 한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차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제10조의 8), 특히 2013년 이후 최초 체결되거나 갱신된 계약에 대해서는 임대차보증금과 차임이 고액이라 ‘상임법이 적용되지 않는 상가’라 하더라도 임차인에게 같은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임대차의 경우로 다시 돌아가 보면, 임차인인 B는 매월 800만 원씩의 차임을 임대인인 A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3개월 분, 즉 2,400만 원(= 800만원 X 3개월)을 초과하는 2,700만원을 연체하고 있었으므로 A입장에서는 일단 B에 대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사유가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A는 B에게 이 같은 사유가 있음을 들어 B에게 계약해지 통보를 하였고, 그 사이 B가 A에게 밀린 차임을 갚았다는 등의 사정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여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해지되어야 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B는 자신이 A를 대신하여 이 사건 영화관 수리를 위해 임대차기간 중에 1,500만원을 이른바 ‘필요비’ 명목으로 지출하였으니 자신이 연체한 차임 2,700만 원에서 이를 공제해야 하고, 이를 공제하고 보니 그 B가 A에게 추가적으로 지급해야 할 금액은 1,200만원(= 2,700만원 – 1,500만원)으로 3개월분인 2,400만원에 미치지 못하므로 임대인인 A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B의 이 같은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 이번에는 임대차계약 상의 ‘필요비’라는 개념을 살펴봅니다. 임대차는 타인의 물건을 빌려 사용·수익하고 그 대가로 차임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으로(민법 제618조),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은 목적물을 계약존속 중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합니다(민법 제623조). 이에 임차인은 임대차계약 존속 중 임대차 목적물이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되지 못할 경우 임대인에게 수리를 요청할 수 있고, 임대인이 이에 응하지 않아 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에 관한 필요비를 지출한 때에는 임대인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민법 제626조 제1항). 즉, 여기에서 ‘필요비’란 임차인이 임대인을 대신하여 임차물의 보존을 위하여 지출한 비용을 말하는 것으로(대법원 1980. 10. 14. 선고 80다1851, 1852 판결 등 참조) 원래는 임대인이 부담해야 했던 비용인 것입니다. 이에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임차인이 ‘필요비’를 지출하면 임대인이 이를 상환할 의무가 있고, 임대인의 필요비상환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의 차임지급의무와 서로 대응하는 관계에 있으므로, 임차인인 B는 자신이 지출한 ‘필요비’ 금액인 1,500만원의 한도에서 임대인인 A에 대하여 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결국 3개월분의 차임 연체가 존재하지 않아 임대인인 A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임차인 B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주의할 점 2가지가 있습니다. 우선은 임대차계약에서의 ‘필요비’는 임대인과 임차인 쌍방 간의 합의 혹은 특약에 의해 사전에 포기되어질 수 있는 것이므로, 만약 사전에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종료 시 필요비 등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규정을 임대차계약에 삽입한 경우에는 이 사건 임차인 B와 같은 주장을 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필요비는 건물을 ‘보존’하는 데 반드시 지출되어야 할 비용으로 건물의 ‘효용’을 높이는 ‘유익비’와는 다른 것인데, 실무적으로는 ‘필요비’와 ‘유익비’의 구별이 쉽지 않은 반면, ‘유익비’는 임차인이 지출한 비용 전액이 아니라 임차인이 지출한 비용과 그로 인해 실제 높아진 건물의 가치 중 임대인이 선택하는 금액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 만약 그것이 건물의 보존이 아닌 건물의 효용을 높이기 위해 지출된 ‘유익비’로 판단될 경우에는 자칫 실제 임차인이 지출한 비용보다 적은 금액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경우가 이번 판례와 동일하다고 임의로 판단해 차임을 연체하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