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빅 클럽 이적을 못하는 이유를 한 매체가 밝혀냈다.

뉴스를 보는 것도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인 나에게 어느 날 놀라운 뉴스가 하나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 나아가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손흥민 선수가 유럽무대에서 더 큰 빅 클럽으로 이적을 못하는 이유를 밝혀냈다는 것이다. 손 선수에게 혹시 알려지지 않은 큰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시나마 가슴을 졸였다. 어떤 사건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요즘이고 숨겨지고 알려지지 않은 복잡다단한 일들이 얽히고설켜있는 것이 현실이다.

클릭을 하고 기사를 띄워보니 ‘빅 클럽을 가지 못하는 이유가 관심사로 떠올랐다’는 리드와 겨우 4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본문이 기사의 전부였다. 그 내용이라는 것도 레알 마드리드 해외 팬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개인적인 평을 써놨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게시물은 19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면서 해외 팬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내용이었다. 허탈한 수준을 넘어서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고 기사 제목을 다시 보니 기사 제목 첫 머리에 ‘좋아요 190개 받은’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그날 아마도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같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느꼈던 그 느낌을 공히 함께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매체 입장에서는 만족할 것이다. 어차피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내용이지만 미끼로서는 훌륭한 역할을 해냈다. 왜 사람들이 낚시질에 번번히 걸려들까? 그 이유는 문장을 이루는 글자 하나 하나를 꼼꼼히 따져서 보지 않고 한눈에 척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요소 몇 가지로 그 의미를 해석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한 글자 한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스캔을 하듯이 훑어서 받아들이는 습성 때문이다.

 

당신의 브랜드가 서서히 망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국 사람은 국어에서 오자를 발견하기 힘들고, 미국인은 오히려 영어 오자를 잘 발견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사람들이 흔히 잘 알기에 모국어에서 더 쉽게 오탈자를 발견해 낼 것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의외로 실험 결과는 달랐다. 실험에서 제시된 한글로 된 문장과 영어 문장에서, 한국 사람들은 오히려 영어 문장에서의 오탈자를 더 빨리 찾아냈다. 반면에 한글을 알면서도 영어를 모국어로 한 사람들이 한글 문장에서의 받침이나 글자의 뒤바뀜을 먼저 알아 차렸다.

한국 사람들 중에서도 네이티브 스피커들의 경우는 다르겠지만, 우리들 중 대부분은 영어를 읽을 때 하나의 글자와 그 글자들로 이루어진 단어 그리고 그 조합으로 만들어진 문장으로 보지만, 네이티브들은 그 문장 전체를 한 눈에 넣어 버리기 때문에 ‘school’을 ‘shcool’로 써 놔도 바로 ‘학교’로 받아들인다. 반면에 네이티브가 아닌 우리들의 경우에는 school은 알겠는데 shcool은 무슨 말인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의 경우는 ‘학교’를 ‘학고’라고 써놔도 긴 문장을 순식간에 읽어버리면 문장 속에서의 그 단어도 학교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점들로 인해서 갈수록 텍스트를 줄이고 이미지나 영상으로 쉽게 쉽게 전달하는 미디어가 늘고 있다. 유튜브가 그렇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 그렇다. 그리고 한 주제에 대해서 몇 장의 카드로 구성하여 이해하기 쉽게 만든 카드 뉴스들도 그 좋은 예다. 이러다 보니 기업의 각종 발표 자료나 홈페이지 같은 도구들도 예전에는 부수적으로 사용되는 간단한 눈요기 감의 이미지에 주재료인 설명 내용은 텍스트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PC버전이든 모바일 버전이든 한 화면에 등장하는 활자의 개수는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줄어들었고, 이미지나 색감, 디자인, 동영상 등을 활용한 느낌을 전달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재즈처럼 하나님은’이라는 책을 써서 입 소문만으로 2년 연속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컨설팅기업 ‘스토리브랜드’를 설립했던 도널드 밀러는 ‘무기가 되는 스토리’에서 고객, 브랜드 그리고 마케팅에 대해 많은 것을 얘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당신의 브랜드가 하는 일을 한 문장으로 말해보라. 만약 바로 말할 수 없다면? 지금 당신의 브랜드는 서서히 망해가고 있다’고 과감하게 주장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웹사이트를 ‘읽는’ 게 아니라 ‘훑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갈수록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통해서 얻는 정보 보다 스마트폰을 통해 얻는 정보가 더 많아지고 있다. 손바닥만큼 작은 화면이라도 텍스트만 빽빽한 콘텐츠는 바로 스킵된다. 아무리 작은 화면이라도 직관력 있도록 화면이 구성되는 것이 관건이다. 때문에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손바닥만한 곳에서도 강력하게 전달될 수 있기 위해서는 쉽고 간단해져야 한다.

사실, 이런 내용을 요즘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러잖아도 작은 화면에 빽빽한 내용은 읽기에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남들의 콘텐츠를 평가할 때는 가차없다. 하지만 그게 내 얘기가 될 때는 달라진다. 이것도 얘기하고 싶고 저것도 말하고 싶어서 뺄만한 내용이 없을 뿐 아니라 담고자 하는 작은 내용도 부풀리게 된다. 이런 점에서 남들보다 두 세 배 길이의 칼럼을 쓰는 나조차도 반성해야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칼럼의 방향을 잡고 왔기에 궁색한 변명을 늘어 놓을 길 밖에 없는 점에 우선 용서를 구하고 싶다. 사실 짧고 굵게 쓰기엔 아직은 능력 부족이다.

도널드 밀러의 저서에서 후반부에서 강조하는 내용이 나의 후두부를 강타한 내용이 있었다. ‘대부분의 비즈니스 리더들이 입을 여는 순간 매출은 줄어들기 시작한다.’ 공감이 되다 못해 가슴에 팍 꽂힌 문구였다. 비즈니스에서 커뮤니케이션이 명확하지 못하면 그 사업은 쪼그라들기 마련이다. 정작 고객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른다면 아무리 많은 말을 하더라도 고객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 스토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얘기가 되어야 하고, 그 문제는 고객의 문제여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의 주인공은 기업의 리더가 아니고 고객이 되어야 한다.

 

그대가 입을 열면 매출은 줄기 시작한다

홈페이지와 기업 브로슈어를 만들다가 실패한 적이 있었다. 일선에서 뛰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업계의 최고참에 속한 내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후배들도 있지만, 3년 내내 시도만 하다가 끝이 났다. 이유는 홈페이지와 브로슈어를 고객이 보기 편하도록 만들기 보다는 백과사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다.

메인 화면에서부터 모든 것을 다 담아 늘어 놓으려다 보니 화면 구성부터가 너무 복잡했다. 첫 화면부터 장황한 설명과 함께 조각 이미지들이 너무 많았다. 때문에 컴퓨터에서도 불러오는 데에 한참이 걸리기 일쑤였는데, 스마트폰으로 보면 메뉴를 제외한 대부분의 콘텐츠는 깨져서 보이지도 않았다.

아는 사람들을 졸라 소개받은 전문업체들의 자문을 들어봐도 요즘 트렌드에서 한참을 벗어난 제작 방향이라 난감해 했다. 취급하는 품목이 너무나도 많았는데, 그 세세한 품목 모두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웬만한 사람들은 알아 듣지도 못할 전문용어들로 가득한 스펙들을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히 채워 넣기를 원했다.

제품 하나만 해도 설명하는 자료와 그래프 성능 등등 하나 가득 늘어 놓다 보니 정작 만드는 사람들도 저게 이 내용인지 이게 저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계열사도 여러 개 인데다, 사업장도 미국에서부터 인도, 국내 각 지방에 흩어져 있는 모든 것들을 죄다 넣어 자랑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채워 넣어야 하는 설명 자료에서부터 소개 내용까지 모든 것을 한 사람이 만족할 때까지 고치고 또 고치다 보니, 말 하는 사람도 제작하는 사람도 지쳐서 중도에 포기할 밖에 도리가 없었다.

가끔 언론과 인터뷰도 진행했는데, 큰 기사를 쓸 때나 작은 기사를 쓸 때도 인터뷰 내용은 사업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겪어온 온갖 고생과 무용담들로 서너 시간씩 걸리기 일쑤였다. 그 업종에 생소한 기자는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얘기를 들었지만 정작 뭘 써야 될 지를 몰랐기에, 늘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따로 요점만을 정리해서 전달해야 했다.

얼마 전 모 블로그에 실린 의미 심장한 글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CEO가 되면 뇌가 손상을 입는다’는 내용의 연구였다.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의 석빈더 옵하이 (Sukhvinder Obhi)라는 신경과학자가 ‘Atlantic’이라는 잡지에 발표한 기사였는데, 권력을 쥐게 되면 두뇌의 ‘미러링’이라는 신경 프로세스가 손상이 되어 뇌기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에 이런 뇌 손상은 ‘휴브리스 증후군’으로 불리는 상태를 유발시킨다고 한다. 휴브리스는 지나친 자신, 오만 그리고 오만에서 생기는 폭력적 상태를 말한다.

그 행동 양상이 세계는 자신이 권력을 행사하고 우월감에 젖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미지 상승을 최우선으로 행동하게 되고, 이미지나 체면에 지나치게 신경 쓴다. 연설에서는 구세주라도 된 양 행동하고, 조직과 자아를 일체화시키고 지나친 자신감을 보인다. 타인을 업신여기게 되며, 현실과의 접점을 잃어 버린다. 충동적인 행동에 나서기도 하며, 정작 결정의 중요한 곳에는 무관심, 무능력을 드러내게 된다고 한다.

결국 모든 스토리의 주인공이 자기가 되는 것이다.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냉철하지만, 자기 것을 이야기 할 때는 너무나 사소한 것도 너무나 중요한 것이 된다. 남들의 콘텐츠는 과감히 패싱하고 스킵하면서 자신의 내용은 아무것도 버리지 못해 전전긍긍해 하게 된다. 아무리 재미있는 소설이나 영화라 할 지라도 주인공이 모든 대사나 액션을 독차지 해 버린다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촌철살인으로 인정 받는 대가는 있어도, 장황하게 해서 핫하게 된 사람은 없다. 내가 아무리 늘여 써놔도 보는 사람은 훑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