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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식 교수의 경영전략] 전략을 위한 전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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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15년 전의 일로 기억된다. 경영전략이란 전공으로 미국에서 막 박사 학위를 받고 잠시 한국에 귀국했을 때, 친한 후배가 내 전공이 경영전략이란 것을 알고 대뜸 “형, 그 뜬구름 잡는 전공을 왜 했어?”라고 농을 건넸던 기억이 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농담을 던졌던 그 후배 본인도 경영전략을 업으로 하는 컨설턴트 출신이었다. 어쩌면 그 업계에 있다 보니 경영전략의 본질적인 문제를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내게 뼈있는 농담을 건넬 수 있었던 것 같다.  

첫 컬럼의 서두부터 경영전략을 ‘디스’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어쩌면 손자, 제갈공명, 스티브 잡스 등의 대전략가들이 경영전략을 통해 경쟁기업을 제압하고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리더십을 보이는 그런 경영전략에 대한 환상을 가진 독자들에게는 전략은 숭고함, 우아함 그 자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현업에서 체감하는 경영전략의 위상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마치 고요한 호수 위에 우아하게 떠 있는 하얀색 백조를 대다수 사람들은 동경하겠지만 그 백조를 너무나 잘 아는 업계 사람들은 백조의 물갈퀴를 먼저 연상하는 것처럼 말이다.

즉 기업현장에서의 경영전략의 위상은,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짜 놓은 전략만 우기면서 바쁜 사람들에게 보고서와 수려한 PPT 슬라이드를 강요하며 유명 컨설팅 업체에게 부장급 수십명의 연봉을 몰아주고 온갖 미사여구와 뜬구름같은 결론을 꾸미는, 바로 ‘계륵’과도 같은 존재일 것이다. 더군다나 경영전략이 생산, 영업 등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되지 않고 우아하고 화려함만 가득한 기업의 콘트롤타워 역할만 하다가 어느 순간 파국으로 몰고 간다는 회의론까지 나오게 됐다. 오죽하면 요즘 많은 기업들이 PPT로 만든 전략보고서를 생략하고 가성비가 그다지 높지 않은 글로벌 컨설팅 업체들을 기피한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무엇이 경영전략의 위상을 이렇게까지 만들었을까? 경영전략의 추락은 최근에 일어난 신조류(新潮流)인 것일까? 실은 경영전략에 대한 자성론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헨리 민츠버그 맥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략경영이 실제로 일하는 구성원들의 생각을 의사결정에서 배제하는 관료제적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즉 특정한 목적을 가진 경영자 집단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언어로 포장된 것이 전략이며 경영전략이 소수의 전략집단의 전유물이 되어 요란하게 꾸민 전략 보고서와 전략 선포식으로 비로서 마무리 되어야 전략의 화룡점정을 찍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전략을 위한 전략’이 난무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진정한 전략가는 난세에 어떤 전략을 취했을까?  1996년, 파산까지 2달 남짓 남은 미국의 애플社에 대한 美국민의 관심은 하늘을 찔렀다. 다양한 매체, 여론을 통해 경영전략 전문가들의 애플에 대한 훈수가 제시되었다. 한 칼럼니스트는 ‘애플을 살릴 수 있는 101가지 방법’이란 대안을 제시했고 IBM에 매각해라, 다른 기업과 라이센스 계약을 맺어라, 음성인식 기능을 개발해라 등 다양한 전략들이 도출되었다. 이 때 혜성같이 나타난 난세의 영웅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스티브 잡스이다. 그는 애플에 복귀하자마자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억5천만 달러의 자금 지원을 받았고 15개의 데스크톱 PC모델을 단 하나로 줄였다. 그리고 애플이 추진하던 프린터, 스캐너, 소프트웨어 사업을 중단했다. 심지어는 제조 부문은 대만으로 옮겼다. 애플을 향한 101가지의 전략을 제시했던 여론은 잡스의 단순하면서 소박한 행보에 다소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잡스라면 좀 더 그럴듯하고 거대하고 전략스러운 전략이 나와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후대에 이르러서야 이 때 잡스의 소박했던 전략이 오늘의 애플을 만들 수 있었다고 평가받게 되었다. 당시 잡스의 전략은 회사가 파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잡스는 애플의 파산을 피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는 모든 방안을 마련했고 이를 통해 애플의 역량을 핵심 부문으로 집중하는 첫 단추를 꿰는 일련의 행동들을 취했다. 굳이 이 시점에서 경영전략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면 스티브 잡스가 한 이런 행동들이 바로 경영전략일 것이다. 경영전략은 하나의 일관된 목적을 가진 행동의 집합이다. 그 일관된 목적은 애플의 파산을 피하는 것이었고 그러한 일관된 전략을 도출하다 보니 애플을 향해 제시된 101가지 전략은 졸지에 뜬구름을 잡는 전략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쉽게도 이렇게 일관된 전략을 가진 기업은 많지 않다. 많은 기업들은 여러가지 목표가 충돌하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려고 한다. 어쩌면 101가지의 전략도 이들에게는 부족할 수도 있다. 많은 대학들은 교수들에게 연구도 잘 하고 강의도 잘하라는 다소 쉽지 않은 목표를 내려준다. 기업들은 소수 매니아로부터 사랑을 받는 제품을 출시하라고 하면서도 대중의 사랑을 받으라고 강요한다. 이런 기업의 많은 요구와 기대가 ‘전략을 위한 전략’, ‘과잉전략 (Over-Strategy)’을 양산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도 살면서 여러 종류의 운동을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대다수의 스포츠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힘을 빼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전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동안 과도한 경영전략으로 인하여 기업의 방향과 실적을 악화되게 만든 주범이 바로 전략이었다면 이러한 문제의 대안책으로는 ‘전략을 빼는 작업 (Un-Strategize)’일 것이다.   

콜레스트롤에도 좋은 콜레스트롤이 있고 나쁜 콜레스트롤이 있는 것처럼 경영전략에도 좋은 전략이 있고 나쁜 전략이 있다. 전략을 뺀다는 의미는 즉 나쁜 전략을 피하고 좋은 전략으로 채운다는 의미일 것이다. UCLA 경영학과의 리처드 루멜트 교수는 이러한 나쁜 전략을 구별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첫번째 나쁜 전략은 템플릿을 채운 전략이다. 경영전략을 배워 본 독자들은 잘 알겠지만 언제부턴가 기업들의 비전, 미션, 가치, 전략의 4단계가 의무적으로 갖추게 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물론 좋은 취지에서 전략 템플릿이 채워질 수도 있지만 최근 많은 기업들의 템플릿은 그냥 장식품처럼 전락되어서 전략의 무용화(無用化)를 부추긴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게 되었다. 한 예로 ‘사람을 존중하고 지구를 보호하는 것이 우리 기업의 가치입니다’라고 부르짖었던 기업은 바로 미국 헌정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부도사태를 일으켰던 엔론이라는 기업이었다. 공염불에 집중하다 보면 잿밥에만 관심이 가는 이치일 것이다.

두번째 나쁜 전략은 실적목표로 가득한 전략이다. 매출, 자산, 수익을 향후 5개년 동안 향상시키자고 전 직원에게 강요했던 미국의 인터내셔널 하베스터라는 기업은 이러한 전략을 달성하기도 전에 파산하고 말았다. 실적목표, 재무적 목표를 전략으로 착각한 경영진의 문제도 주요한 원인이었고 기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것도 파산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바로 이 기업의 심각한 문제는 고질적인 노사문제였는데 실적목표, 재무적 목표 달성은 현실과의 괴리감이 있는 전략이었다.

세번째 나쁜 전략은 백화점식으로 잡다하게 나열된 전략이다. 미국의 한 도시 정부는 47개의 전략과 178개의 실천 목표를 세웠는데 그 중에 ‘잔디를 깐다’, ‘시민들을 돕는다’ 등 잡다한 목표로 채워진 경영전략이었다. 이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전략은 122번의 ‘전략계획을 수립한다’였다. 놀랍게도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백화점식 전략으로 포만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사자성어처럼 경영전략이 과하면 독(毒)이 될 수 있다. 전략을 위한 전략은 있어서도 안되고 이는 기업에게 안 좋은 나쁜 전략일 것이다. 앞으로 이 칼럼을 통해서 우리 기업들에게 약(藥)이 될 수 있는 ‘좋은 경영전략’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pert@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2.12  11: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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