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및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및 인텔, 화웨이 등에 밀리며 주춤거리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현상인데다 큰 틀에서 보면 삼성전자의 강력한 존재감은 여전하지만 일각에서는 '위험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애플에 밀리고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31일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점유율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만으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체 스마트폰 시장 기준이라 충격이 크다. 애플은 무려 8개 분기만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왕좌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18%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17%, 화웨이는 14%, 샤오미는 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애플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키워드인 5G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았음에도 깜짝 1위를 차지한 장면에 시선이 집중된다. 또 삼성전자가 갤럭시A를 중심으로 당장의 수익성이 악화되어도 중저가 라인업 출시를 통해 점유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G 아이폰도 없는 애플에 밀린 셈이다. 아이폰 신제품 출시 효과가 겹쳤다지만 당혹스러운 순간이다.

아이폰11의 가격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XR보다 낮은 금액으로 출시되며 많은 애플 팬덤의 선택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기준으로 보면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켰으나, 올해 새로운 반격 로드맵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받아들었다.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줄곧 1위를 지켰으나 2018년 샤오미에 덜미를 잡혔으며, 지난해 4분기에는 비보에도 밀려 3위로 주저앉은 상태다. 중국에서는 1% 미만 점유율로 고전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7500만대의 휴대폰을 출하했고 IM부문은 매출 24조9500억원, 영업이익 2조52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연 10조원 영업이익이 무너졌다. 반면 애플은 같은 시기 매출 918억2000만 달러, 순이익 222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아이폰 매출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 중국지사 모바일 담당 니콜 펑 부사장은 “신형 아이폰11 시리즈는 중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4G 스마트폰”이라고 말한 바 있다.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이 보인다. 출처=삼성

인텔에 치이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DS부문에서 매출 24조7400억원, 영업이익 3조6600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영업이익이 크게 꺾였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도 14조200억원을 기록해 전년 44조5700억원과 큰 차이를 보였다. 

반면 인텔은 승승장구다. 지난해 4분기 20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전년 동기보다 8% 증가했다.

시스템 반도체에 특화된 인텔이기에 가능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2018년 대비 11.9% 하락한 4183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특히 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줄어들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인텔은 시스템 반도체를 중심으로 나름의 방어전에 성공했으나,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의 인텔에게 지난해 왕좌를 넘겨주고 말았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이 1위, 삼성전자가 2위로 확인됐다. 위 인텔은 지난해 15.7%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성장률은 -0.7%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12.5%의 점유율로 전년 대비 무려 -29.1%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SK하이닉스가 점유율 5.4%를 기록해 전년 대비 -38.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4.8%의 점유율로 전년 대비 -32.6%의 성장률, 퀄컴이 3.2%의 점유율로 전년 대비 -12.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인텔을 누르고 글로벌 반도체 왕좌를 탈환한 후 2018년에도 승승장구했으나, 지난해에는 결국 밀리고 말았다.

화웨이에 맞았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0년 소비자 대상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3% 증가한 15억7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며, 특히 5G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확장될 것이라 예상한 바 있다. 가트너는 2020년 5G 휴대전화 판매량이 2억2100만대를 돌파하여 휴대전화 전체 판매량의 12%를 차지할 것이며, 2021년에는 2배 이상 증가한 4억89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5G 스마트폰 전략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S10 5G를 시작으로 다양한 5G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갤럭시A90은 물론 갤럭시폴드, 나아가 올해 갤럭시탭 S6 5G로 업계에서 처음으로 태블릿에도 최초로 5G를 탑재했다.

그러나 화웨이에 일격을 맞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67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해 점유율 36%에 머물렀고, 화웨이가 69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해 점유율 37%로 1위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화웨이가 5G 스마트폰에서 삼성전자를 앞 선 셈이다. 미국의 제재로 중국에서만 주로 5G 스마트폰을 판매했음에도 괴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SA의 자료 신빙성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출하량 기준 5G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가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으며, 삼성전자 글로벌 뉴스룸은 지난 3일 이러한 소식을 정식으로 공유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라 측정 방식과 모그룹 분석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간혹 점유율 측정 과정에서 숫자가 달라지는 경우는 있으나, 업계에서는 화웨이의 자체 발표를 인용한 SA의 자료가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