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원재료 가격 상승분 반영 못해 실적 직격탄
가격 올리고 사업 재편하고… 수익성 제고 
사활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가 좀처럼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례없는 보릿고개다. 철강석 수입가격 인상으로 원가 부담은 높아진 반면 조선·자동차 업황 불황으로 제품가격 인상을 추진하지 못한 점이 주 이유로 지목된다.  

현대제철, 분기 기준 첫 영업적자… 포스코, 영업익 1조원 위태

29일 현대제철은 공시를 통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보다 9.2% 감소한 4조821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손실은 1479억원으로 적자전환했고, 당기순손실은 737억원을 기록했다. 2001년 현대차그룹에 편입한 후 분기 기준 첫 영업적자다. 

4분기 실적 악화에 따라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20조5126억원, 영업이익은 331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3%, 영업이익은 67.7%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2018년 대비 3.3%포인트 낮아진 1.6%에 그쳤다. 

지난해 브라질 호주 등 주요 철광석 생산국의 자연재해로 철광석 가격이 톤당 120달러까지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강판·조선용 후판 등 주요 제품에 대한 가격을 인상하지 못한 탓이다.  

실제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초 톤당 72.63달러였던 철광석 가격은 7월 첫째 주 122.2달러로 6개월 새 두 배 가량 뛰어올랐다. 5년 만에 최고치였다. 이후 안정세를 되찾긴 했지만 여전히 90달러선에서 예년 수준을 웃돌고 있다.

그러나 국내 철강사들은 지난 1년 동안 자동차·조선업체 납품 가격을 유지 또는 소폭 인상하는 데 그쳤다. 자동차·조선 업계가 업황 부진을 이유로 들어 철강 제품 가격 인상에 반대하고 있는 탓이다. 현재 국내 자동차용 냉연제품 유통가격은 톤당 70만원, 조선용 후판은 69만원 안팎이다. 

또한, 봉형강 부문에서도 하반기 건설수요 부진 심화로 철근·형강류의 판매량이 감소하고 판매단가가 하락하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뒷걸음질 쳤다. 

▲ 현대제철 연결기준 실적. 출처=현대제철

지난해 철강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영 환경도 악화됐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수요 둔화가 이어졌으며,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오히려 늘어 공급 과잉 현상이 빚어졌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조강생산량은 지난해 1~11월 누계기준 9억86만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8억4천730만톤)대비 7.2% 늘어난 수치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산 철강이 대거 국내에 유입되면서 가격 인하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국내 철강 수입량은 총 2620만123톤으로, 전년(2454만3114톤)보다 165만7009톤(6.8%) 늘었다. 특히 이 가운데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총 980만6052톤으로, 2018년 860만3080톤 대비 120만2972톤(14%) 증가했다. 전체 철강재 수입 증가량(165만7009톤) 중 중국산 증가분이 72.6%를 차지했다.

이 같은 악재는 현대제철만의 상황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31일 실적발표를 앞둔 포스코의 실적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개 증권사가 전망한 포스코의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812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할 경우 35% 가량 줄어든 수치다. 만약 이 수치가 현실화될 경우 2017년 2분기 9791억원 이후 10분기 연속 이어오던 영업이익 1조원 기록이 깨지게 된다. 

철강업계, 제품가 높이고 신사업 발굴하고… 올해 실적 개선 총력

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과 함께 사업 구조개편, 신사업 등을 통해 올해 실적 개선에 사활을 건다는 방침이다. 

우선, 현대제철은 내부적으로 생산성을 높여 품질비용을 낮추는 등 수익성을 확보에 중점을 둔다. 재활용률을 높이고 저품위 원료로도 동일한 품질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등 고로 마진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수익성 향상을 위한 조치도 본격화한다. 현대제철은 비핵심 사업부 구조조정 등을 검토 중이며 중국 북경, 천진에 있는 스틸서비스센터(SCC)를 천진쪽으로 모아서 인력조정을 하는 것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함께 글로벌 자동차소재 전문 제철소로서의 역량을 집중해 미래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현대제철은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 관련 소재·부품 인증을 확대해 올해 강종 247종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고강도·내마모성 강재 신규 브랜드 ‘WEAREX’로 고성능 자동차 구동부품 시장도 공략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설비 신예화와 신규 투자도 진행한다. 2021년까지 1200억원을 들여 자동차소재 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냉연설비를 합리화하는 동시에 내년 1월 양산을 목표로 체코 오스트라바에 핫스탬핑 공장을 신설해 글로벌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자동차소재 부문에 전사 역량을 집중해 올해 글로벌 자동차강판 판매를 100만톤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포스코 또한 불황 극복과 실행력 강화를 위한 마케팅, 생산, 기술 분야 본연의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 부진을 타파한다. 

포스코는 베트남 자회사 SS비나의 지분 49%를 지난해 말 일본 형강 전문회사인 야마토 스틸에 매각하는 등 사업 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2028년까지 철강, 비철강, 신사업의 수익 구조 비율을 40:40:20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난 연말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고객과 현장의 요구를 담아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마케팅, 생산, 기술 조직간 협업을 주도하는 프리마케팅(Pre-marketing) 솔루션 지원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한, 포항·광양제철소에 공정과 품질을 통합하는 조직을 신설해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안전과 환경을 전사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도 만든다.

기술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생산전략과 기술전략을 통합했으며, 스마트팩토리 기획·실행 조직을 운영하기로 했다. 기술연구원 내에는 인공지능(AI) 전담 조직도 만든다. 이를 통해 국내 최초로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포스코의 글로벌 스마트 생산체제를 구축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포스코는 앞서 지난 2018년에도 수익성 강화를 위해 비철강과 신성장부문을 본업인 철강부문과 동급으로 격상하고 외부인사를 수장으로 앉히는 등 대규모 변화로 혁신에 나선 바 있다. 

이와 함께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철강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선다. 포스코는 이달 주문투입분 유통향 후판·냉연도금재 판매가격을 각각 톤당 2만원 올렸다. 현대제철도 유통향 출하분 판재류 가격을 톤당 3만원 인상했으며 내달 역시 같은 수준으로 인상을 결정했다. 

양사는 유통향 철강 판매가격 인상을 통해 우선적으로 수익성 제고에 나서고, 이를 명분으로 자동차강판과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철강업계에서는 차 강판은 톤당 5만원, 후판 가격의 경우 최소 톤당 2만~3만원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터졌다”며 “철강 업황이 세계 최대 철강시장인 중국의 경기에 좌우되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도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철강사들이 가격 인상에 총력을 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