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증식과 잦은 변이로 치료제 개발 어려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분석 및 검사법 개발 중
에이즈·C형간염 치료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일명 우한 폐렴)은 현재까지 예방이 최선이다.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치료할 백신이나 약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료제 부재 속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발생지인 중국 우한을 넘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 각국 보건당국은 환자 상태에 따라 항바이러스와 항생제를 투여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맞서고 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해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나는 사망자와 확진자를 막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미국과 중국 등 세계 의료기관들이 서둘러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초기 임상시험을 비롯해 백신 상용화까지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원군이 올 때까지 얼마 남지 않은 병사를 가지고 적군의 공격을 막아야 하는 열악한 상황을 연상케 한다.

치료제 없지만 검사법 개발 속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지난해 12월 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유증상자가 발견되면서 확산된 급성 호흡기 증후군이다. 사스와 메르스처럼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초기 감기 증상과 잠복기를 가지고 있어 쉽게 전염되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와 성질이 달라 '신종'으로 분류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해 모든 코로나바이러스는 현재까지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지 않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하고 빠르게 변이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성상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그나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상세한 유전자 분석 결과가 나오는 등 국내외에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법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질병관리본부 감염병분석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1개월 내 검사법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새로이 구축될 검사법은 공개 유전자 염기서열을 사용해 더욱 편리하고 빠른 검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심환자에게 적용되는 기존 판코로나바이러스 검사의 경우 1~2일이라는 검사 시간이 소요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는 수 시간이면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법이 개발되면 이를 17개 지자체에 기술 이전해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 검사법은 개발 착수단계"라면서 "검사법이 개발되면 면밀하게 정확성에 대한 평가와 검증을 거친 뒤 전국의 실험실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신종 코로나와 사스, 메르스 간의 특징 비교. 출처=유안타증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치료제가 없다고 해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에게 임시방편으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치료제나 C형간염 치료제 등을 투여해 효과를 시험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환자들에게 효과를 보이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를 위해 미국 제약사 애브비에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치료제 '칼레트라'를 요청했다.

칼레트라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치료에 쓰이는 항바이러스제로 리토나버와 로피나비어 성분으로 이뤄졌다. 바이러스가 스스로 복제하는 능력을 차단하는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라고 할 수 있다.

에이즈 치료제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에 사용한다는 게 다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에이즈 치료제는 다른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질병에도 효과를 보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칼레트라는 HIV 증식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다른 항암제의 작용을 도와 암세포의 성장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에 지난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대유행 때도 에이즈 치료제가 대체제로 활용됐다.

존슨앤드존슨도 중국 당국의 요청에 따라 HIV 치료제인 '프레즈코빅스'를 공급할 예정이다. 프레즈코빅스 역시 다루나비르와 코비시스타트 등 2개의 항바이러스 물질을 결합한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다.

'인터페론'과 '리바비린' 등 C형간염 치료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에 사용된다. 인터페론은 주로 백혈구에서 분비되는 단백활성 물질인 시토카인의 일종으로 바이러스 침입 시 면역계의 방어 활성을 돕는 것이 특징이다. 인터페론의 주요 기능은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의 RNA와 단백질 합성을 방해해 바이러스 복제를 막는다. 국내에서도 30여 종의 인터페론 계열 제품이 품목허가를 받았다.

리바비린은 항바이러스 작용을 하는 합성 뉴클레오시드 제제로 DNA와 RNA 바이러스에 작용해 증식을 억제한다. 특히 인터페론과 병용하면 치료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해 알려진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다"며 "치료는 증상에 따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