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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마다 해외로...이재용 부회장 행보, 삼성 큰 그림 있다

2014년 설부터 2020년 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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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설 명절을 맞아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Amazonas) 주(州)에 위치한 삼성전자 마나우스 법인을 찾아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27일 현장을 찾은 이 부회장은 28일 중남미 사업을 총괄하는 브라질 상파울루 법인을 방문해 현지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캄피나스(Campinas) 공장도 방문한다.

이 부회장은 현장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에서 나온다. 과감하게 도전하는 개척자 정신으로 100년 삼성의 역사를 함께 써 나가자. 오늘 먼 이국의 현장에서 흘리는 땀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행보의 연장선에서 도전의 역사, 개척자 정신을 강조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브라질 ‘행’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설 명절부터 2020년 설 명절까지 매년 명절마다 글로벌 행보를 통해 삼성의 먹거리를 구상했고, 이는 실제 액션플랜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 이재용 부회장이 브라질 제조 거점을 방문하고 있다. 출처=삼성

동분서주 이재용 부회장

태음력을 사용하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설 명절은 매우 중요한 날로 인식되지만 서구권은 정상업무를 한다. 그런 이유로 삼성은 설 명절이 되면 주로 글로벌 행보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장면을 연출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4년 설부터 글로벌 행보에 나선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이건희 회장과 삼성전자 경영진들의 행보가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건희 회장은 설 명절을 전후해 미국과 일본을 오가는 행보를 보였으며 윤부근 CR담당 부회장(당시 사장), 신종균 인재개발담당 부회장(당시 사장)은 유럽 출장을 떠났다.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리는 삼성 포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행사까지 아우르는 일정이다.

이 부회장은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당시 이 부회장은 미국 이동통신 업계와 만나는 한편 안드로이드 동맹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다. 

2014년 설 당시 대부분의 재계 총수들이 자택에 머물며 사업 구상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 경영진의 이러한 공격적인 글로벌 행보는 이색적이라는 평가도 나온 바 있다. 실제로 당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당시 자택에 머물며 새로운 경영 구상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와병중이던 2016년 설 연휴 다시 미국을 찾았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만났으며, 그 해 MWC에 마크 저커버그 CEO는 삼성전자의 언팩 현장에 깜짝출연 하기도 했다. 당시의 협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글로벌 친화력이 배가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6년 추석 명절에는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났다. 이 부회장과 모디 총리는 약 50분 동안 대화를 나눴으며 모디 총리는 “삼성전자가 인도의 제조업에 상당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단순한 외국업체가 아닌 현지업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재용 부회장이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고 있다. 출처=삼성

당시는 이 부회장이 사내 등기이사직 수락을 바탕으로 경영 최일선에 나서던 때였다. 인도는 모디 총리의 강력한 의지 아래 ‘메이크 인 인디아’와 같은 ICT 혁명이 빠르게 벌어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의 파도가 시작되고 있는 순간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이 부회장은 기회의 땅 인도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물색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2017년과 2018년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며 명절을 맞이한 글로벌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2019년 설 명절에는 중국을 찾았다. 이 부회장이 설 명절에 외국을 찾은 것은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수감중이던 시기를 포함해, 3년만의 일이었다. 이 부회장은 중국 시안에 자리잡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아 반도체 2기 라인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연휴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2019년 추석 글로벌 행보 장소는 사우디아라비아였다. 2013년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Abdullah Bin Abdul Aziz) 전 국왕의 왕명에 의해 시작된 리야드 메트로 프로젝트 현장이다. 리야드 메트로 프로젝트는 도심 전역에 지하철 6개 노선, 총 168km를 건설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광역 대중교통 사업으로 삼성물산은 FCC(스페인), Alstom(프랑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6개 노선 중 3개 노선의 시공을 맡고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장에서 "추석 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고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계신 여러분들이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면서 "중동은 탈석유 프로젝트를 추구하면서 21세기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여러분이 흘리는 땀방울은 지금 이 새로운 기회를 내일의 소중한 결실로 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나기도 했다. 기술, 산업, 건설, 에너지, 스마트 시티 분야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가운데 삼성그룹은 중동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고, 오일머니를 축적한 사우디아라비아는 탈석유 프로젝트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10월에는 다시 인도를 찾아 뭄바이 삼성전자 현지 법인 관계자로부터 사업 현황을 보고 받기도 했다.

   
▲ 이재용 부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삼성물산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출처=삼성

포석은 무엇일까?

이 부회장의 명절행보는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메시지다. 이 부회장은 2017년과 2018년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명절 글로벌 행보를 하지 못했으나, 2018년 2월 출소 직후에는 해외 출장을 자주 다녀왔다.

이 부회장은 실제로 국정농단 재판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직후인 2018년 2월부터 강력한 글로벌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그 해 3월 말 유럽과 북미 출장을 통해 인공지능 전략을 수립하는데 집중했으며 5월 초 중국과 일본 출장을 떠나 중국 선전의 전자매장에 들러 삼성전자와 샤오미 부스를 찾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기차 부품 업체인 BYD는 물론 화웨이와 샤오미, BBK 등 중국 거대 전자 업체와 연이어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 이재용 부회장이 중국 출장 기간 현지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출처=갈무리

5월 말에는 홍콩과 일본을 다녀온 가운데 출장 기간 일본 우시오 전기와 야자키 경영진과 차례로 만나기도 했다. 우시오의 창업주인 우시로 지로 회장은 지난 2007년 방한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만난 인연도 있다.

2018년 7월에는 인도로 날아갔다. 인도 노이다 공장 증설로 이어지며 삼성의 새로운 기회가 됐다. 2016년 추석 당시 모디 총리와의 만남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7월 인도 노이다 공장을 증설 준공식을 열었으며 현장에는 신남방 정책을 구상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준공식 시작 전부터 행사장 앞에서 대기하다 문 대통령이 도착하자 허리를 크게 숙여 인사했고, 문 대통령의 동선을 직접 안내했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홍현칠 삼성전자 서남아담당 부사장을 따로 불러 5분간 접견했다고 윤영찬 당시 국민소통수석이 서면브리핑에서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을 축하한다"면서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는 다양한 포석이 깔렸으나 대내외적으로 건재함을 자랑하기 위한 ‘액션’이라는 말이 나온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을 대표해 글로벌 행보를 보이는 것 자체가 정무적 판단이라는 뜻이다.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할 당시 이 부회장이 현지에서 문 대통령을 맞이하는 ‘그림’ 자체가 일종의 메시지다.

2019년 추석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출장도 비슷하다. 삼성 승계 과정을 수사하는 당국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 승계의 '스모킹건'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가 아닌 삼성물산의 건설 현장에 찾아간 장면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2014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사실상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한 무리수라는 수사당국의 의심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우디를 찾은 것은 결국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 전체의 콘트롤 타워'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2019년 추석 당시 이 부회장을 둘러싼 상황 자체가 심상치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2019년 8월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사건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보낸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씨에게 건낸 뇌물액과 횡령액이 2심때보다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지금은 파기환송심이 열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영 콘트롤 타워인 이 부회장에 대한 압박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이 부회장이 사우디 출장을 통해 정면돌파를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내외적인 악재가 여전한 상황이지만 글로벌 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며 '흔들림은 없다'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 이재용 부회장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2019년 설에 방문한 중국 시안 공장도 의미심장하다.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물론, 한중 두 나라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지며 글로벌 기업의 ‘탈’중국 러시가 이어지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마지막 남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 거점을 최근 철수했으나 시안 공장은 남겨둔 상태다.

시안 공장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협력을 상징한다는 말이 나온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해 10월 이례적으로 시안 공장을 방문해 “중국 대외 개방의 문은 더 커질 것"이라면서 "우리는 지식재산권을 엄격히 보호하고 중국에 등록한 모든 국내외 기업을 동일하게 대우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명절 행보가 정무적 메시지를 의미한다는 말도 있지만, 큰 틀에서는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려는 시도라는 점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2014년 설 출장 당시 이 부회장은 미국 이동통신업체와 만나 안드로이드 동맹을 확고히 했으며 이는 현재의 갤럭시 신화에 큰 영향을 줬다. 또 2016년 설 명절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만나며 ICT 기술 전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렸다는 평가다.

2016년 인도 추석 출장은 신흥시장으로 부상하는 인도의 거점 인프라 확보라는 성과를 내고 있으며 2019년 설 명절 중국 출장은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에 따라 신성장 동력 창출의 성격이 강하다. 2019년 추석 사우디 출장 후 삼성물산이 국가 인프라 사업의 연장선인 키디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올해 설을 맞아 이 부회장이 브라질을 방문한 것도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브라질은 삼성전자의 남미 핵심 제조 거점이면서 연구개발의 핵심이며, 이를 바탕으로 현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다.

   
▲ 이재용 부회장이 브라질 제조 거점을 방문하고 있다. 출처=삼성

특히 이 부회장이 방문한 마나우스 법인은, 이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2001년 해외사업장 중 처음으로 방문한 ‘의미있는 곳’이다. 이 곳에서 도전과 개척자 정신을 강조한 것은 초심으로 돌아가 공격적인 글로벌 경영에 나서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남미 시장의 압도적인 TV 및 휴대폰 시장 경쟁력이 눈길을 끄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올해 큰 그림이 엿보이는 순간이다.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1.28  08:52:51

<경제를 리뷰, 미래를 본다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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