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추도 예배 후에 가족끼리 가까운 데로 외출을 했습니다.

설 연휴에 힘들어진 심신을 쉬려는 명목으로 말이죠.

간 김에 아내 손에 이끌려 전신 마사지도 함께 받았습니다.

내 경우 누가 만지고 하는 걸 즐겨하지 않아 그런 쪽은 젬병이었습니다.

집 사람이 평소 내가 육체적으로 많이 긴장하고 사는 편이고,

그게 정신으로도 연결되어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도 힘든 편이라고 스스로 진단까지 내리고, 이 마사지를 계기로

좀 부드러워져 보라는 권유에 얼떨결에 받게 된 겁니다.

마사지 받기 전에 옆에서 마사지사가 누르면 숨을 내쉬어 맞서지 말고,

들숨으로 그 누름을 받아들여야 힘이 빠진다는 세부 내용까지 코치 받았지요.

마사지 후 너무 시원해하고, 만족해하며 의기양양인 아내와 달리,

나는 마사지 중 아파한 내색을 보여서였는지 솔직히 별 느낌이 없었는데,

차마 그 내색을 못하고 말았습니다.

아내가 그리 만족스러워 하는 걸 보면서 애 낳고, 힘든 일을 많이 해서

그런 것이리라 생각하니 짠한 마음도 밀려와서 더 말을 못하기도 했지요.

마사지 후 좀 돌아다니다 들어간 식당에서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피곤해 보이는 집사람 얼굴을 보더니, 식당 여종원업이 한마디 합니다.

“손님은 웃는 얼굴이 엄청 예쁘고, 어울리는데

왜 그리 얼굴을 찡그리고 있나요?“

너무 해맑은 얼굴의 기습적인 인사에

뭐라 대꾸할 사이도 없이

우린 그냥 함께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인생, 장군·멍군인가요?

마음 한편으로는

‘그래 그렇지! 엇갈리는 게 인생 아닌가?’라는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또 대중가요 가사에

‘눈물 나게 아픈 날엔 크게 한번 소리를 질러봐’란 가사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나이 들었다고 안정, 차분, 초연 등이 어울리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는 오히려 소리 지르고 싶고, 맘대로 살고픈 마음이

더 많고, 어울리는 게 아닐까...

그렇듯 내 속에 인생도, 또 다른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의 인생도

장군, 멍군함속에 엇갈리며 계속 나아가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