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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법제, 어떻게 달라지나?④] AI의사, AI변호사, 전문직 영역도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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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를 이용한 헬스케어 산업...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의 장벽에 가로막혀

지난해 삼성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심전도측정 센서 기술승인을 받았다. ECG 기능을 추가하면 스마트워치를 전문 의료기기처럼 쓸 수 있다. '애플워치4'의 경우에도 디저털 크라운에 손가락을 대고 있으면 심전도를 측정해 부정맥이 발생하면 즉시 감지해 이를 이용자에게 알린다. 그러나 앞으로 AI 기술이 발전한다면, 언젠가 AI는 혈압, 혈당, 심박수 등 기본적인 생체지수를 측정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질병을 진단하는 역할까지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의료행위는 의료인만이 할 수 있으며, 의료인 역시 면허받은 범위 외의 의료행위는 할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제되어 있어(의료법 제27조 제1항) AI 기기를 활용해 병을 진단하는 것이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경우 이에 대한 개정 혹은 보완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현행법에 저촉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멀리 떨어져 있는 의사(원격지 의사)가 현지에 있는 의사(현지 의사)를 통해 진료를 하는 행위, 이른바 ‘원격의료행위’의 경우도 AI가 궁극적으로 현지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는데, 현행 의료법상으로도 ‘의료인은 컴퓨터ㆍ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행위’는 할 수 있다(제34조 제1항). 그러나 AI 기술의 발달로, 원격지 의사가 현지 의사가 존재하지 않는 지역에 AI를 투입시켜 원격지 의사의 지시를 받은 AI가 직접 환자를 진료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는 AI가 현지 의사의 의료행위를 대신함으로 인한 ‘의료법’ 위반 문제와 AI가 원격지 의사의 지시를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진료행위를 할 경우 개발자가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제조물책임’을 부담할 것이냐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AI기술을 통한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또 다른 문제는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문제다. 의료행위를 위해 수집하는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 상의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이를 진료기록부에 기록하고 보존하는 행위는 개인정보의 ‘처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이하). 특히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AI기술에 접목시켜 헬스케어 산업에 활용하기 위해 환자들의 정보를 빅데이터화하는 과정에서는 개인정보를 비식별화 작업이 필요한데, 다행히 최근 이른바 데이터3법 개정을 통해 그 첫걸음을 내딛었다고는 하나, 다른 개인정보에 비해 민감한 질병 등 환자 개인의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담론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여서 향후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 AI 법조인의 등장...법률비용 줄이고, 사법 불신 해소할까?

2016년 스타트업인 로스인텔리전스의 AI변호사인 ‘로스'는 뉴욕 대형 로펌 베이커앤드호스테틀러(Baker & Hostetler)와 고용 계약을 맺었다. 로스는 파산 분야 판례를 수집·분석하고 자문할 뿐 아니라, IBM의 AI ‘왓슨’을 기반으로 수천 건의 판례를 검색해 사건과 관련 있는 정보를 골라 법안을 추천한다. 기술을 활용해 법적 문제 해결을 돕는다는 의미의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리걸테크(Legal Tech)는 세계 법조계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소가 낸 ‘리걸테크 산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는 세계 리걸테크 산업의 규모가 세계 2015년 약 38억2800만달러(약 4조6050억원)에서 2019년 57억6300만달러(약 6조9328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와 같이 법률소비자들의 사법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는 순수하게 법리에 따라서만 의사결정을 하는 AI 법조인은 사법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도 유용한 도구가 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선 변호사 업무와 관련해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의료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변호사 자격을 갖지 못한 자는 당연히 변호사 업무를 할 수 없고, 변호사 자격을 갖지 못한 자와는 법률사무소를 개설ㆍ운영할 수도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할 수도 없기에(변호사법 제34조), ‘로스’의 경우와 같이 AI가 변호사 업무를 대체하는 것은 현행법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AI는 향후 기술발전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업무 중 판례를 검색하고, 문서를 번역하는 수준의 보조업무에 종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이러한 업무를 하는 신입 변호사의 수요는 줄어들 것이므로 신입 변호사 채용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은 있다. 더욱이 ‘판례’에 규범력을 부여하여 이를 법으로 삼는 영미법계 국가인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법전으로 이루어진 성문법에 대해서만 규범력을 부여하고 있어 AI가 판례를 수집해 나름의 결론을 내린다 하더라도 실제 재판결과가 그러한 예측에 부합할 것이라 장담하기도 어려워 국내에서의 AI 활용은 아무래도 ‘로스’의 경우보다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리걸테크 분야에서의 AI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AI를 학습시키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리걸테크에서의 ‘데이터’는 역시나 법원이 내리는 판결일 텐데, 현재 우리 법원은 내부적으로는 ‘코트넷’이라는 인트라넷을 통해 법관이 전체 판결을 공유하지만, 변호사를 비롯한 일반인들에게는 그 중 일부 판결에 한하여 공개하고 있고 구체적인 판결 내용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삭제하여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데이터로 삼아 AI 기술을 발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이른바 전관예우, 사법 불신 등의 이유를 들어 AI법관, AI검사를 뽑아 기존 법관, 검사를 대체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는데, 이 역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우선 이를 위해서는 법관과 검찰의 법적 지위를 정한 헌법을 개정하고 법원조직법, 검찰청법 등을 대폭 손질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법관과 검찰이 수행하는 재판, 기소·불기소 등의 업무는 법리에만 기댄 결정을 할 경우 오히려 구체적 타당성을 잃어 국민들의 법감정에 반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AI법관, AI검사가 내린 판결과 결정, 기소·불기소 결정에 대해서는 국민 누구나 수긍할 수 있을 것이냐는 문제도 남는데, 이 경우도 분명 AI법관, AI검사가 AI개발자의 의도 하에 움직인 것은 아닌가 하는 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존재할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도입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pert@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1.27  19: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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