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스퍼 창업팀. 오른쪽이 필립 크림 최고경영자(CEO)   출처= Casp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벤처 자금을 받은 또 하나의 회사가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사람들은 또 “이 회사는 아직 수익을 못낸다던데?”라거나 “불과 몇 년 만에 열 배 성장했다는 게 말이 되나?”라거나 “거래 내역이나 회계 장부에 이해할 수 없는 게 있어, 그럼 안 되지”라며 이러쿵 저러쿵 하마평을 내놓을 것이다.

최근 급부상한 온라인 매트리스 회사 캐스퍼(Casper)가 뉴욕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서류를 제출했다. 2014년 뉴욕에서 설립된 이 회사가 설립 5년 만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가 SEC에 제출한 상장 서류(S-1)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8년 매출액이 3억 5800만달러(4130억원)에 달했고 2016~2018년 3년 동안 연평균 45.5%씩 성장했다. 지난해 전국 유통체인 타깃(Target), '캐나다 구스'의 대니 라이스 CEO, 크레이트앤배럴의 창업자 고든 시걸 등으로부터 1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자금조달 라운드에서 기업 가치 11억달러(1조 2700억원)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S-1 서류에는 회사 사업의 건전성과 회사에 위험요인으로 간주되는 요인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정보들이 들어있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캐스퍼의 IPO 신청 서류에는 몇 가지 놀라운 사실들이 들어 있다. 캐스퍼가 SEC에 제출한서류에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이 위험 요인이라는 내용과 수면 무호흡기를 자체 개발할 것이라는 다소 엉뚱한 내용들이 들어있다.

도대체 이 회사는 무슨 회사이고 앞으로 어떤 회사가 되려는 걸까? 그리고 어떻게 그런 회사가 되려고 하는지를 비즈니스인사이더(BI)가 상세히 들여다봤다.

인플루언서들이 회사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캐스퍼가 S-1 서류에 기재한 여러 위험 요소들 중 가장 특이한 것은 SNS 인플루언서에 관한 것일 것이다.

이 회사는 제품응 판매하는 데 있어 어느정도 인플루언서 경제에 의존한다. 캐스퍼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스냅챗에 광고를 하기 위해 소위 소셜미디어 스타들에게 돈을 지불하거나 무료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이들 인플루언서들 중 누군가가 브랜드에 대해 ‘나쁘게 영향을 미치는’ 말이나 행위를 한다면 회사의 명성과 IPO 가격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그런 인플루언서들이 나쁜 평가를 온라인에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면, 사업 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회사측은 지적했다.

"우리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우리의 브랜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 행동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런 행동을 탐지하기 위해 취하는 예방조치도 모든 경우에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 캐스퍼가 뉴욕 맨하튼에서 운영하고 있는 낮잠 공간 드리머리(Dreamery)    출처= Casper

단순한 매트리스 회사 아닌 광범위한 ‘수면 경제’의 메인 주체

캐스퍼의 회사 정신은 매트리스 회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 회사는 스스로를 ‘수면 전, 중, 후에 일어나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이른 바 수면 경제(sleep economy)의 일부라고 묘사한다. 캐스퍼는 IPO 서류에서 이것을 ‘수면 호’(sleep arc)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회사는 어른들의 수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는 서류에 아기들과 개들까지 포함해 ‘포괄적으로’ 수면 경제를 이해하고 봉사하고 싶다고 썼다.

수면시장, 세계 경제성장보다 2배 빨리 성장

캐스퍼는 S-1 서류에서 세계 수면시장을 현재 4320억 달러(500조원) 규모로 평가하고, 향후 5년간 시장 성장률은 연간 6.3%로 2019년 세계경제 성장속도보다 2배 가까이 빨라 2024년에는 까지 5850억 달러(68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썼다.

수면 무호흡기 등 수면시장 종합제품 회사로

그러면서 "우리의 접근 방식은 하나의 브랜드로 전체 ‘수면 호’에 걸쳐 사용될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의 제품 라인업에는 매트리스뿐 아니라 베개, 침구, 침대 프레임, 무게감 있는 담요, 침실 전용 램프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회사가 향후 확장할 제품 목록에는 다음과 같은 제품들이 열거되어 있다.

수면을 도와주는 화이트 노이즈 기계(White noise machines), 산광기(Room diffusers), 가습기, 수면 추적기(Sleep trackers), 침대 머리맡 시계, 수면 앱, 명상 앱, 수면 카운셀링 앱, 기타 보조기기 등.

캐스퍼는 또 의료기기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회사는 지속적 기도양압기(Continuous Positive Airway Pressure, CPAP - 수면 중 기도에 양압을 적용함으로써 기도가 좁아져 발생하는 다양한 호흡장애 즉, 코골이, 호흡노력각성(RERA), 저호흡, 무호흡 등의 발생을 억제하는 장치)의 시장을 250억 달러(29조원)로 평가했다.

▲ 캐스퍼 개 전용 침대   출처= Casper

파자마 시장까지 넘봐?

캐스퍼는 세계 수면 경제의 일부로 320억 달러(37조 3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파자마 시장을 주목했다.

이 회사는 미래에 파자마 제품도 선보일 수 있다는 암시를 하고 있는 데 이 또한 그리 놀라 일은 아니다. 캐스퍼는 이미 아메리칸 항공(American Airlines) 승객들이 장거리 국제선에서 입는 잠옷을 제공하고 있다.

회사는 또 뉴욕 맨하튼에 고객들이 낮잠 캡슐(nap pod) 안의 캐스퍼 매트리스 위에서 45분 동안 낮잠을 즐길 수 있는 드림머리(Dreamery)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곳에 가면 당신을 위한 편안한 잠옷을 제공한다.

50억 달러 애완동물 시장도 눈독

캐스퍼는 서류에서 50억 달러 규모의 애완동물 시장에도 기회가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언급한 432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수면 경제의 일부로, 애완용 개나 고양이 전용 매트리스, 가구,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 비타민, 건강보조식품 등이 열거되어 있다.

캐스퍼는 이미 애완동물 시장에 발을 들여 놓고 있다. 2018년부터 세 가지 크기의 메모리 폼 애완견 침대를 판매하고 있다.

매트리스 시장은 전형적인 ‘레드 오션’이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시몬스(Simmons)를 필두로 애쉬리(Ashley), 씰리(Sealy), 썰타(Serta), 템퍼페딕(Tempur-Pedic) 등 쟁쟁한 업체들이 즐비하다. 코스트코 같은 유통업체에서부터 이케아 등 가구 전문업체까지 매트리스를 판다. 이런 회사들의 대형 전시장에 가면 침대가 몇 십 개씩 전시되어 있고, 소비자는 매장에 직접 가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오래된 소비 패턴이었다.

온라인 전문회사 캐스퍼는 어떻게 '레드오션'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100일간 무료 체험'과, 설치기사가 필요 없는 박스형 압축 포장을 비결로 꼽았다. 무료 배송, 무료 반품 정책도 유지되고 있다. 대신 제품 라인업은 세 가지로 단촐하다. 2019년 22억 달러(2조 6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판매 시장에서 17%의 점유율을 차지하면 1위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