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스마트폰 시장에서 프리미엄 라인업은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러나 점유율 측면이나 스마트폰 이후의 플랫폼 확보 측면에서 고려하면 중저가 스마트폰의 존재감도 상당히 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보여주는 특유의 전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 갤럭시A90.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이런 중저가 봤어?"
삼성전자는 상반기 갤럭시S, 하반기 갤럭시노트를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출시하며 지난해부터는 갤럭시 폴드로 대표되는 하드웨어 폼팩터 변화 실험도 거듭하고 있다. 올해도 풍성하다. 갤럭시S20이 MWC 2020을 기점으로 출격을 기다리는 가운데 클림셸폰 등장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5G 스마트폰 시대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전략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략이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중저가 라인업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 전략은 '프리미엄과의 간격 없애기'라는 키워드로 설명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베트남에서 갤럭시A51, 71을 출시했다. A 시리즈는 중저가 라인업이고 S 시리즈는 프리미엄 라인업이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프리미엄과 중저가 라인업의 하드웨어 인터페이스를 비슷하게 도입하거나, 혹은 중저가 라인업에 먼저 주력 인터페이스를 시사하는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갤럭시A51은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갤럭시A51 전면에는 중앙 홀 디스플레이가 탑재됐고 후면 쿼드 카메라 모듈도 지원된다. 후면에 사각형 모듈 4개의 카메라가 지원되는 이른바 인덕션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이러한 특징은 올해 상반기 갤럭시S20에 지원될 가능성이 높다. 프리미엄 라인업에 최신 기술을 모두 몰아주는 것이 아니라, 중저가 라인업에 먼저 최신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의 연장선이다.

갤럭시A51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88만 원대 갤럭시 A90을 통해 첫 5G 중저가폰을 출시한 바 있다.

갤럭시A90 5G는 6.7형 슈퍼 아몰레드 인피니티-U 디스플레이와 갤럭시A 시리즈에 새롭게 선보이는 체크 패턴을 매치한 트렌디한 디자인, 최신 5G 이동통신, 트리플 카메라, 고성능 모바일 AP 등 스마트폰 필수 기능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것이 특징이다.

4800만 화소의 기본 카메라와 123도 초광각 카메라, 심도 카메라 등 후면 트리플 카메라와 3200만 화소 전면 카메라를 탑재했다. 또 스냅드래곤 855와 6기가바이트(GB) 램, 128GB 내장 메모리, 4500mAh 배터리, 25W(와트) 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이 역시 일반적인 속도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A51과 71을 국내에도 출시할 전망이며 40만원대의 가격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5G 중저가 스마트폰 출시를 통해 초반 시장의 기선을 잡는다는 각오다.

▲ 아이폰SE. 출처=갈무리

#애플 "보급형 필요한 것 같아"
애플은 5G 및 폴더블 스마트폰 등 최신 트렌드에서 한 발 물러나 있다. 퀄컴과의 분쟁을 겪으며 5G 적기를 놓쳤고, 폴더블 스마트폰은 특허 출원 수준이다. 그러나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강자 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저가 아이폰에도 도전하고 있다.

아이폰SE2, 혹은 아이폰9이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21일(현지시간) 애플이 보급형 아이폰인 아이폰SE2를 3월 출시할 것으로 보이며 조립은 폭스콘, 페가트론, 위스트론 등이 맡을 것이라 보도했다.

전작인 아이폰SE는 2016년 등장했다. 5인치 이상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패블릿이 일반화된 상황에 과감히 4인치로 돌아갔으며 아이폰6S에 적용된 A9 칩셋, 라이브포토, 4K 영상 촬영, 1200만 화소 카메라 등이 그대로 탑재됐다.

아이폰SE가 출시된 후 한동안 후속작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현실이 되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3월 아이폰SE를 출시한다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상당한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애플의 새로운 아이폰은 하반기에 공개되며, 상반기는 다소 비수기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폰SE는 애플 아이폰 전략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화웨이와 샤오미 "박리다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중국의 화웨이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점을 보인 전통의 명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노바6를 5G 버전으로 출시하며 전략에 변화를 줬다. 노바6는 약 64만원의 가격으로 5G를 지원해 관심을 모았다. 전면 105도 화각을 지원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 프리미엄 라인업의 강점을 중저가 라인업에 적극적으로 체화시키면서도 라인업 다변화 승부수를 걸 전망이다.

샤오미도 5G 경쟁에 집중하고 있다. 폴더블 등 하드웨어 폼팩터에 대한 변화보다는 5G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레이쥔 CEO는 “2020년은 5G 비즈니스가 성장하는 획기적인 해가 될 것이며, 샤오미가 스마트폰 + AIoT 전략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oT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의 합성어며, 사실상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하나의 파트로 규정해 미래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뜻이다.

그는 “5G+AI+IoT 및 차세대 슈퍼 인터넷을 아우르는 전략 수립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5G+AI+IoT 및 차세대 슈퍼 인터넷은 샤오미가 가지고 있는 인터넷 DNA에 완벽히 들어맞는다. 샤오미는 진정한 스마트 혁신 기술을 도래할 수 있으며, 모든 이가 이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전략적 토대 위에서 10개가 넘는 5G 스마트폰이 중저가로 풀릴 전망이다.

▲ 레이쥔 CEO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샤오미

#LG전자 "우리도 강하다"
LG전자는 V 시리즈와 G 시리즈를 적절히 배합해 프리미엄 시장을 강화하면서 꾸준하게 중저가 브랜드를 출시한 경험이 있다. 다만 중저가 시장에서 LG전자의 위상은 다소 내려간 상황이다. 올해는 W20 등 인도 특화 스마트폰은 물론 5G까지 아우르는 중저가 라인업을 통해 반등을 노린다는 각오다. Q 브랜드의 출시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중저가 스마트폰 비중이 6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으나 실제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는 중저가 스마트폰이 사실상 '싸움을 결정하는 셈'이다. 물론 제조사 입장에서는 중저가 라인업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실제 수익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중저가 스마트폰은 차세대 플랫폼의 확충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강점이 있다.

샤오미의 사례가 중요하다. 샤오미는 중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해 미유아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현실의 그릇으로 삼는다. 인공지능과 5G 및 사물인터넷에 약 8조3000억원을 투자하는 이유며, 이러한 온오프라인 전략은 결국 '누가 더 많은 그릇을 고객의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가'로 좁혀진다.

웨어러블 및 히어러블 시장이 커지는 이유와 동일하다. 결국 현재의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경쟁은 초연결 플랫폼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연결고리며, 각자의 제국을 건설하기 위한 야망을 상징한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