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매출 100조원을 기록하는 금자탑을 세웠다. 그러나 호실적에도 마냥 웃을 수 없다. 차산업 자체가 저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야 하는 숙제도 동시에 받았기 때문이다.

▲ GV80 내부가 보인다. 출처=현대차

일등공신, SUV와 환율
현대차는 22일 지난해 105조7904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당기순이익은 3조2648억원, 영업이익은 3조6847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률은 3.5%다.

극적인 반등이다.

현대차는 2015년 처음으로 91조9588억원의 매출을 올려 마의 90조원 벽을 넘어섰으나 영업이익은 6조3579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영업이익은 2013년 8조3155억원이었으나 지속적으로 떨어져 2016년 5조1935억원, 2017년 4조5747억원, 2018년 2조4222억원까지 떨어졌다. 영업이익률도 계속 하락해 2013년 9.5에서 2016년 5.5%, 2018년에는 2.5%까지 하락했다.

'현대차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말이 나왔으나, 지난해는 바닥을 치고 튀어 오르는 것에 성공했다. 매출은 100조원대의 벽을 넘었으며 영업이익도 1조원 이상 올랐다. 영업이익률도 2018년 2.5%에서 지난해 3.5%로 솟아 올랐다.

차량 판매 자체는 줄어들었다. 연간 판매는 442만5528대로 전년 대비 3.6% 줄었고, 내수 판매는 74만1842대로 전년 대비 2.9% 늘었으나 해외 판매는 368만3689대로 4.8%나 떨어졌다. 여기에 대규모 일회성 비용도 발생했다. 지난해 4분기도 판매 대수는 2.5% 감소한 119만5859대를 기록하는데 머물렀다.

차량 판매는 줄었으나 팰리세이드 등 수익률이 높은 SUV(다목적스포츠차량) 중심의 실적이 전반적인 성장을 견인했다는 말이 나온다. 그랜저 및 쏘나타 등 전통의 라인업들이 뒤를 받치는 상황에서 SUV 판매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또 우호적인 환율 효과도 성장에 도움을 줬다.

▲ CES 2020에 전시된 S-A1. 사진=최진홍 기자

차사업 끝 보인다...미래는?
현대차는 지난해 고무적인 호실적을 거뒀으나, 축배보다는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최초 100조원 매출의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미래 행보의 불활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차량 판매 수치에 힌트가 있다. SUV 중심의 판매 전략이 주효했지만 전체 판매가 모두 줄었기 때문이다. 차량공유 업체의 증가 및 환경규제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고, 세계적인 추세다. 이는 현대차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말과 같다.

현대차가 미래 전략 방향을 세밀하게 설정하려는 이유다.

현대차는 실적 발표와 함께 "자동차 산업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선진국 판매 부진이 심화되는 등 저성장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며 이에 맞는 유연한 전략을 발표했다. 올해 국내 73만2000대, 해외 384만4000대 등 총 457만6000대의 목표를 세우며 현재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한편 GV80 등 다양한 풀체인지 모델을 연이어 출시할 계획이다. 또 권역별 특성을 고려해 인센티브 효율화 방침을 통한 맞춤형 성장도 노린다.

차량 판매가 떨어지는 현상의 중심에 모빌리티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차량공유 트렌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현대차는 최근 폐막한 CES 2020에서 도심 항공과 거리를 재설계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출시한 바 있다. 2023년까지 6조4000억원을 투자해 모빌리티 업체로의 극적인 변신을 시도하는 장면의 연장선이다. Clean Mobility(친환경 이동성)와 Freedom in Mobility(이동의 자유로움), Connected Mobility(연결된 이동성)이라는 3대 전략 방향까지 나온 가운데 다양한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 현대차와 앱티브가 만나고 있다. 출처=현대차

당장 현대기아차는 싱가포르의 그랩에 300억원, 메쉬코리아에 225억원, 중국 임모터에 60억원을 투자했으며 인도 레브에 150억원을, 싱가포르 그랩에 추가로 3033억원을 투자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3월에는 인도의 올라에 약 3700억원을, 4월에는 코드42에 20억원을 투자했다. 7월에는 KST모빌리티에 50억원을 연이어 투자했다. 

미국의 자율주행차 전문 기업인 앱티브와 만나기도 했다.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는 것이 골자며,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다. 기아자동차와 SK, LG, CJ는 코드42에 총 300억원을 전격 투자하기도 했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차세대 차량에 대한 투자도 이어갈 전망이다. 현재 유럽은 2021년까지 연간 개별 자동차 업체 평균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규제를 기존 130g/km에서 95g/km로 약 27% 강화하고 CO2가 1g 초과 시 대당 95유로의 패널티가 부과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라이벌의 손을 잡고 전기차 로드맵을 추진하는 한편, 수소차 비전도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