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상반기 방한 소식으로 한한령(한류 금지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중국 최대명절인 춘절을 앞두고, 4년전 대규모 춘절 관광객의 대목을 누렸던 유통가는 '유커 컴백'을 기대했지만 우한 폐렴 등으로 오히려 줄어들까 걱정만 커지는 상황으로 변했다.

새해들어 중국 기업 '이융탕'이 5000여명 규모로 인센티브 관광을 오는 등 한한령 완화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지만, 막상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명동과 동대문 상권의 유통가 표정은 지난 21일 썰렁 그 자체였다. 중국 관광객 매출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서울 명동의 대표 면세점 두곳을 찾아 춘절을 앞두 표정을 읽어봤다. 

서울 중구 명동 백화점과 면세점 업계는 혹여 재현될 지 모를 춘절 방한객을 겨냥한 할인 혜택과 상품권 감사품 증정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 단 한명의 중국인 관광객도 놓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올해도 한한령 이후 춘절 표정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면세점의 반응이었다. 물론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성사되고 3년간 옭가미처럼 드리웠던 한한령이 해제되면 내년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발디딜틈이 없을정도로 많아 정신없이 바쁜 춘절 맞이를 고대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저녁 서울 중구 남대문로 롯데면세점 명동점 12층 화장품 매장은 고객이 붐비지는 않았다.  사진=박민규 기자

주요 시내면세점, 중국인 매출 올랐지만 춘절효과는 '글쎄'

면세점과 같은 건물을 쓰거나 연결되어 있는 백화점들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은 대부분 면세점으로 몰린다. 택스리펀을 제공하긴 하지만 면세점보다 혜택이 덜하고, 또 면세점에만 입점되어 있는 브랜드도 있기 때문이다. 명동 인근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의 안내데스크 직원 역시 "면세점에 비해 한가하다"며 "중국인이 꾸준히 방문하는데 춘절 같은 특정 시기 따라 많고 적은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한령 이후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자 국내 면세업계의 수요 지형이 바뀌었다. 기존의 '큰 손'이었던 단체관광객들의 빈자리에 싼커(중국인 개별관광객)와 대리구매상 '따이궁'(중국 보따리상)들이 몰리면서 매출은 다시 신장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면세업계 관계자들과 현장 근무자들은 '춘절' 자체의 매출에 대해서는 그리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신세계면세점과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보통 춘절 기간보다 2~3주 전이 매출 '피크'라고 전했다. 이 기간 유커들의 방한 러시로 국내 관광산업도 대목을 맞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춘절 자체'의 매출은 그리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중국인들도 명절 지내러 자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침 일찍부터 줄 서서 인기상품의 재고를 털어가는 따이궁들도 뜸해진다고 했다.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시내면세점들을 찾았다. LG생활건강의 럭셔리 화장품 후를 비롯해 패션 브랜드인 휠라와 MLB, 카카오프렌즈까지 중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브랜드 매장의 직원들 사이에서 중국인이 줄어들어 2~3주 전보다 훨씬 한가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왔다.

한편 한한령 여파가 컸던 때와 작년 그리고 올해의 전체적인 매출 추이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단체관광객 대신 개별관광객들이 그 자리를 메꿨다”며, 사드 배치 후 매출 감소 영향은 1년이 채 가지 않았다고 느꼈다. 한한령 발동 직후에 비하면 매출이 전체적으로 2~3배 증가했다는 매장도 있었다.

그러나 춘절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과 2~3주 전의 매출격차는 크게 나타났다.

신세계면세점 매장 판매원들에 의하면 후와 MLB는 판매량이 반토막 났다. MLB 매장은 그 시각(저녁 7시50분 경) 다른 매장보다 비교적 손님이 많은 편이었지만, 한 직원은 ”지금 (중국인들) 다 줄었죠. 내일도 사람 안 많아요. 춘절 전에 다 귀국하는데 뭐”라며 “(2~3주 전) 잘될 땐 하루 판매만 700~800건이었는데 지금은 300~400건”이라고 밝혔다. 후 매장 직원은 “(중국인) 손님 별로 없게 된 지 사흘 나흘은 됐다”며 “2~3주 전에 비하면 매출은 반토막”이라고 언급했다.

카카오프렌즈 매장의 중국인 담당 직원에 따르면 이날 판매건수는 100건 정도로, 2~3주 전 많으면 300~400건에 달했던 판매건수와 비교해 70%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그는 덧붙여 “대리구매자들도 춘절 바로 전에는 잘 안 보인다. 그 사람들도 춘절 맞아 중국 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21일 저녁 서울 중구 퇴계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10층 화장품 매장이 한가롭다.  사진=박민규 기자

하지만 이들 모두 작년 이맘때보다는 중국인 수요가 늘었다고 체감했다.

롯데면세점 내 직원들 역시 신세계면세점 현장 근무자들과 대동소이한 대답을 내놓았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 중국인 수요에 대해서는 대부분 별 차이를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편 명동에서 700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저녁 시간대 유동인구 면에서 다소 차이를 보였다. 롯데면세점 현장 근무자들이 “오늘은 한가한 편”이라고 했지만, 비슷한 시간 신세계면세점에 비해 롯데면세점은 훨씬 활기를 띠고 있었다. 신세계면세점은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많은 화장품 브랜드 구역마저 공백이 느껴졌다.

롯데면세점 경우 한한령 직후를 제외하면 그와 관계없이 늘 잘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가 특징적인 이유는 '롯데 불매'가 한한령 4不정책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 2016년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데 있어 그 부지를 제공해 중국으로부터 단단히 미움털이 박혔다. 중국의 견고한 ‘롯데 패싱’ 기조와 영업정지 처분·세무조사 등 혹독한 보복에 롯데는 마트 포함 유통계열사 120여 개에 대해 매각·철수 수순을 밟아야 했다.

허나 롯데면세점이 밝힌 바에 따르면 명동본점의 작년 매출은 4조원을 넘겼고, 단일매장 매출로는 세계 1위다. 2016년 매출이 3조원이었던 걸 따지면 한한령 발동 이전의 매출을 이미 추월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