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해외 사업을 시도했던 국내 홈쇼핑 업계가 연이어 철수하고 있다. 국내에서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긴 위해 진출했던 해외 시장에서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현지 사업을 정리하는 분위기다.

베트남, 태국 등 주로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해있던 해외 시장 소비 트렌드가 모바일 쇼핑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현지의 까다로운 규제 등으로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 2013년 5월 베트남 SCJ 전용 스튜디오 오픈식. 출처=CJ ENM 오쇼핑부문

CJ ENM 오쇼핑(이하 CJ오쇼핑)은 지난해 태국에 이어 베트남 사업을 정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CJ오쇼핑은 지난 2011년 베트남 사업법인 ‘SCJ 홈쇼핑’의 50대 50 지분을 나눠 갖는 합작법인 형태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보유 지분 전량을 합작사인 SCTV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베트남 사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점차 떨어지면서 사업을 지속시키지 어렵다는 판단에 나온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CJ오쇼핑의 베트남 법인 매출은 지난 2017년 397억원을 기록한 후 2018년 360억원으로 떨어졌고, 영업 손실도 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 손실은 4억원을 기록했다. CJ오쇼핑은 2017년부터 중국 광저우 법인 남방CJ, 일본 CJ프라임쇼핑, 터키 CJ메디아사, 인도 샵CJ 등 해외 현지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현지법인은 중국 상하이와 톈진 등 2곳,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정도로 알려졌다.

CJ오쇼핑 관계자는 “베트남 사업은 지분 정리를 두고 SCTV와 논의 중으로, 연내에는 매각 작업을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베트남 해외시장 철수는 자사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결과”라고 강조했다.

▲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한류박람회’ 현장 모습. 출처=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0년 중국 시장에 진입했지만 중국 정부의 강한 규제로 철수를 결정했다. 베트남 사업도 부진을 거듭하다 지난 2018년 베트남 합작법인인 ‘롯데닷비엣’을 정리했다. 롯데닷비엣은 현지 대형 미디어 그룹으로 2011년 롯데와 손잡고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롯데홈쇼핑은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으나 현지 회사와 의견차로 사업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서 틀어졌다. 또한 베트남 홈쇼핑 시장마저 온라인으로 옮겨 가면서 최종적으로 현지 사업을 철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롯데홈쇼핑은 현재 업계에서 예외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대만과 미디어커머스로 플랫폼을 확장해 들어가는 인도네시아에 기대를 걸고 있다.

GS홈쇼핑은 2009년 인도를 시작으로 태국,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러시아에 진출한 바 있다. 그러나 GS홈쇼핑의 대부분 법인도 적자를 기록 중인데 2017년 터키와의 합작 사업을 중단했고, 지난해 러시아 현지 홈쇼핑은 파산했다.

▲ GS홈쇼핑이 진행한 동남아 홈쇼핑 개척단 활동 모습. 출처=GS홈쇼핑

GS홈쇼핑은 지난 2012년 베트남 손킴그룹과 합작한 ‘비비 홈쇼핑’에 350만 달러를 투자하고 ‘VGS SHOP’을 개국했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3억원, 2억 4000만 원의 순이익을 낸 것을 제외하면 지난 2018년까지 줄곧 적자를 이어왔다. 또한 지난해 1분기에 3억 2000만원 가량의 이익을 냈으나, 2~3분기에는 또 다시 적자를 기록해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최근 베트남 사업의 적자폭이 소폭 줄면서 희망을 걸고 있다. 2018년에 투자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면서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에 손익분기점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그 동안 베트남 사업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던 만큼 당장 현지 사업에서 철수할 계획은 없다”면서 “다만 베트남 홈쇼핑 시장 상황이 새롭게 개편되고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의 해외시장 진출 결과도 좋진 않다. 베트남 사업은 자국의 방송매체인 VTV와 손잡고 ‘VTV 현대홈쇼핑’을 세워 2016년부터 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진출한 첫 해 48억원 가량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후 2017년 35억원, 2018년 36억원으로 연이어 적자를 기록했다. 2018년 말 기준 누적 적자는 119억원에 이른다. 중국 사업은 이미 2016년에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VTV현대홈쇼핑 스튜디오에서 베트남 쇼호스트가 실내 인테리어용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세트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출처=현대홈쇼핑

소비 트렌드, 온라인·모바일로 이동
이처럼 국내 홈쇼핑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동남아 시장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온라인과 모바일로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바뀐 영향이 크다. 한복을 입고 한국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파급 효과는 미비하다. 미디어 플랫폼이 변화하고 있지만 해외에 진출해있는 국내 사업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은 것이다.

현재 베트남 홈쇼핑 시장은 2008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이커머스 시장에 고객을 뺏겨 성장률이 둔화됐다. 베트남은 동남아 시장 중에서 인구증가, 높은 경제성장률 등으로 국내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해외시장이지만 홈쇼핑 업계의 경우 성공사례가 드물다. 반면 이커머스 시장은 베트남 인구의 40%에 이르는 24세 이상의 소비자들의 사용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약 10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해외 시장의 협력사와 경영권을 둘러싼 문제로 의견 충돌도 이어왔다. 이러한 충돌은 현지의 방송 송출 중단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철수 단계에 이른 것이다. 해외진출은 현지 회사와 합작 형태로 이뤄지다보니 이해관계가 복잡할 뿐 아니라 현지인들과 의사소통, 내부 규제 등 다양한 진입장벽들이 존재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해외시장 안착까지 5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당장 실패를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진출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한류 열풍에 편승해 한국 홈쇼핑 모델과 상품을 그대로 사용해 광고하고 있긴 하지만 현지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어내지 못한 점도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 트렌드가 모바일로 빨리 넘어가고 있는 상황 속 적자 해외 사업을 끌고 가는 것은 무리한 사업이다. 기업들이 빨리 수익성 위주로 재편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