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코스피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에 거래소가 제동을 걸었다. 거래소의 '코스피200 시총비중 상한' 룰에 따른 매물 출현으로 삼성전자 및 코스피 지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 등에 따르면 상승세를 탄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은 삼성전자가 견인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 20일 거래대금은 7810억원으로 당일 코스피 거래대금(5조9504억원)의 13%를 담당했다.

코스피의 지난 8일 거래대금은 8조7507억원에 달했는데, 이날 삼성전자의 거래량은 2350만1171주로 거래대금은 1조3348억원으로 치솟아 전체 거래대금의 15.2%를 차지했다. 9일에도 삼성전자는 1조4000억원어치 거래대금을 기록, 코스피 총 거래대금(7조2615억원)의 20%에 육박했다.

최근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삼성전자가 최고가를 경신하며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을 견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중 무역 분쟁이 1단계 합의 서명을 앞두고 있는 것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시장별로 보면 코스피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지난해 5조원께에서 올해 14일까지 6조2175억원으로 늘었다.

국내 증시는 지난해까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지수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시 주변 자금도 빠르게 늘면서 침체된 증시가 살아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주변 자금 사정을 보여주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해 4분기말 기준 2조8816억원이었지만 지난 17일 기준으로 연초보다 2076억원 증가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매수한 금액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연초 대비 5607억원 늘면서 증시를 찾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 코스피200 내 삼성전자 시가총액 비중 추이. 자료=한국투자증권

하지만 거래소의 '코스피200 시가총액비중 상한제도(CAP)'가 잘나가는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가총액비중 상한제도(CAP)는 거래소에서 지수 내 특정종목의 비중을 30%로 제한하는 제도다. KOSPI200 내 특정 종목의 편입 비중이 과도할 경우  위험 분산 효과 감소, 패시브 수급의 쏠림 현상, 기초지수 적격성 문제 및 운용한도 제한과 같은 운용상의 어려움 등 부작용을 완화하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이후 1월21일 종가까지 약 22% 넘는 급등세를 보이면서 KOSPI200 내 유동시가총액 비중이 3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데이터 기준으로는 약 33% 수준까지 도달했다.

일각에선 거래소가 6월, 12월 정기 변경 때가 아닌 예외규정을 통해 삼성전자에게 CAP을 곧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수시적용할 수 있는 단서조항이 있어 삼성전자 시총 제한 수시 적용을 검토하고 있지만 다음 달에 바로 적용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0~11월에도 삼성전자 CAP 이슈가 화두가 되긴 했으나, 11월 말 마지막 거래일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KOSPI200 내 유동시가총액 비중이 30%를 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별다른 이벤트 없이 종료됐다"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전자 시총 상한제도가 이뤄질 경우 패시브 펀드의 자금이 이탈하면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자금 유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판매 패시브 펀드 내 패시브 자금 유출 규모는 1조5000억원까지도 추정 가능하다"면서도 "삼성전자 일평균 거래대금이 7800억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수급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제도가 한국 내 판매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다는 점 역시 CAP 적용으로 인한 자금 유출 강도가 우려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