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이후에도 50% 이상 이익률 유지할 수 있다”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
중국 진출 시기 합병과 연관될지 주목

▲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셀트리온그룹의 신성장동력 ‘2030 비전 로드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셀트리온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 가능성이 제시됐다.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이 주주들이 원한다면 내년에라도 합병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셀트리온 3형제가 합병을 할 시 그동안 셀트리온을 괴롭혔던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공매도 등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이 중국에 진출할 시기 즈음에 합병하게 된다면 시너지 효과를 더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정진 회장, 셀트리온 합병 가능성 제시

1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셀트리온의 장기 전략인 ‘2030 비전 로드맵’을 발표한 후 “주주들이 원한다면 내년에 세 기업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최대주주는 서정진 회장이었지만 각 기업은 각기 다른 분야를 전담하고 있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R&D) 사업과 생산에서 전문성을 나타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를 글로벌 각국에 유통하는 제약바이오 유통기업이다. 셀트리온제약은 화학합성의약품 R&D가 전문 분야다. 이 기업은 또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를 한국에 유통하고 있다.

셀트리온 3형제가 합병될 시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로 판매하던 바이오시밀러와 관련한 ‘일감 몰아주기’와 ‘재고자산 감추기’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논란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앞서 구매한 바이오시밀러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셀트리온이 지속해서 생산하는 제품을 구입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는 생산 공장 상황에 따라 제품 판매에 유동성을 나타낼 수 있도록 여유분을 판매하는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몇 개월에서 몇 년의 공장 밸리데이션 기간이 필요하다”면서 “만약에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는 이유가 발생할 시 해당 기간 동안 꾸준히 판매할 수 있는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밸리데이션은 의약품 생산 시 품질관리 등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방법을 미리 확인하는 과정이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의약품을 판매하는 구조는 셀트리온에 높은 이익률을 가져다주고 있다. 합병될 시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 서정진 회장은 “50% 이상의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이 합병을 진행할 시 유통구조가 정리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 재고자산회전율 등에 대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기업 가치 재평가로 이어져 공매도 또한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난 16일 기준 공매도 거래량은 약 781만 주다. 이는 평소 거래량 대비 10배 이상 급증한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상장부터 공매도에 몸살을 앓는 기업”이라면서 “올해 램시마SC와 직판 등을 통해 높은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데, 실적을 확보하면서 내년에 합병까지 진행된다면 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셀트리온 제1공장에서 생산직 직원들이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을 생산하고 있다. 출처=셀트리온

셀트리온 합병, 중국 진출 시점 관건

‘2030 비전 로드맵’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중국 현지에 12만리터 규모의 4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서정진 회장은 “중국 성정부와 업무협약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1월 내에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이르면 4월 착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장에서는 현지 판매용 바이오의약품과 1세대 바이오시밀러가 생산될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2017년 중국식품의약품감독관리국(CFDA)으로부터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의 임상시험계획을 허가 받고 이를 진행 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셀트리온 합병과 관련해 중국 진출 시점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공장 구축이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따른다.

셀트리온은 앞서 제넨텍의 자회사 벡스젠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에이즈 치료제 생산 공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설립된 기업이다. 벡스젠이 에이즈 치료제 ‘에이즈 박스’의 미국 임상 3상에 실패하면서 5만리터 규모 공장을 건설 중이던 셀트리온에 위기가 닥쳤다. 셀트리온은 이후 글로벌 제약사 BMS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를 돌파했다.

글로벌 제약사는 단일 국가 기준 시장 규모 글로벌 2위인 중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지난해 1분기 화이자, 로슈, 사노피, MSD, GSK 등은 중국에서 29%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이 같은 성장은 2017년 초부터 지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의약품 시장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면서 “셀트리온은 글로벌 1위 바이오시밀러 기업이다. 글로벌 제약사 중에는 이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중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테바가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신민철 관리부문장은 합병 가능성에 대해 “셀트리온 및 계열사 주주들의 찬성 비율이 높다는 전제 하에 합병에 대한 내부검토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아직 합병에 대한 방법, 시기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추후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 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의 중국 공장 준공 완료 시기가 합병 완료 시기와 맞물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분명히 합병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합병이 결정되고 관련 작업이 진행되면 중국 공장이 만들어질 때쯤 합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