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강남 세브란스병원이 다한증이 있을 시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커지는 것을 확인했다. 서울아산병원이 폐결핵 진단을 2배 더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세브란스병원이 심방세동 환자의 신장기능을 5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적극적 치료군에서 신장 기능이 향상된 것을 발견했다.

다한증 있으면 심뇌혈관질환 위험성 크다

19일 연구업계에 따르면 몸의 특정 부위에서 과도하게 땀이 나는 다한증 환자는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성수, 문덕환 흉부외과 교수, 이지원, 박재민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진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자료를 이용해 다한증 환자의 심뇌혈관질환 위험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2010년 이후 다한증을 진단받은 1만 8613명과 다한증이 없는 1만 8613명을 비교했다. 평균 7.7년의 추적 분석 결과 다한증 그룹은 571건의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했고 대조군은 462건이 발생했다.

다변량 분석 등 통계적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다한증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뇌졸중 1.24배, 허혈성 심장질환 1.16배, 기타 심장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1.22배 높았다. 나이, 성별, 당뇨병, 고혈압, 심방세동, 심부전, 기분장애, 불안장애 등 혼란변수를 보정하면 뇌졸중 1.28배, 허혈성 심장질환 1.17배, 기타 심장질환 1.24배까지 위험도가 높아졌다.

다한증이 있더라도 치료를 위해 시행하는 교감신경 절제술을 받을 경우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이 일반인과 비슷해지는 결과를 보였다. 교감신경절제술을 받으면 뇌졸중 위험도가 1.36배에서 0.44배로 낮아졌다. 허혈성 심장질환도 교감신경절제술 여부에 따라 1.24배에서 0.62배로 낮아졌고 복합심장질환도 1.31배에서 0.56배로 낮아졌다.

이지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커지는데 다한증 환자는 교감신경 항진 및 자율신경계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교감신경절제술을 통해 교감신경 항진을 조절하면 다한증뿐만 아니라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줄일 수 있음을 밝힌 연구”라고 설명했다.

이성수 흉부외과 교수는 “다한증은 생활이 불편하기만 할 뿐 건강의 문제는 크지 않다고 생각해 치료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몸의 이상을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최근에는 치료법이 발전해 약물, 시술, 수술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고 수술도 내시경을 통해 큰 절개 없이 치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국제 환경연구 및 공중보건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최근호에 게재됐다.

▲ 서울아산병원 김성한 감염내과, 이세원 호흡기내과, 신용 융합의학과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강영애 호흡기내과 교수(왼쪽부터). 출처=서울아산병원

폐결핵 진단 정확도 2배 향상 기술 개발

폐결핵은 전염성이 있어 최대한 빨리 치료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데,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최대 2달까지 걸린다. 최종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신속 검사법을 활용해 격리, 약물 치료 등 정확한 방침을 세워야 하는데 그동안은 진단 정확도가 높지 않은 한계가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김성한 감염내과, 이세원 호흡기내과, 신용 융합의학과, 강영애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연구진은 폐결핵 신속 검사 단계에서 얇은 필름 한 장으로 폐결핵을 기존보다 2배 이상 정확하게 진단해내는 ‘슬림칩(SLIM assay)’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이 슬림칩 기술을 실제 신속 검사 단계에 적용한 결과 검사의 민감도는 약 84%, 특이도는 약 87%로 나타났다. 민감도는 실제로 질병이 있을 때 질병이 있다고 진단할 확률을 의미하며, 특이도는 실제로는 질병이 없을 때 질병이 없다고 진단할 확률이다.

연구진이 기존 신속 검사법인 ‘분자 진단검사(Xpert MTB/RIF)’로 폐결핵 환자를 진단한 결과 검사 특이도는 100%였지만 민감도가 37%인 것으로 나타났다. ‘슬림칩’을 이용한 검사법이 기존 검사법과 특이도는 크게 차이나지 않았지만 민감도는 2배 이상 높아, 폐결핵이 있는 환자들을 2배 이상 잘 찾아낸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슬림칩은 손바닥만 한 얇은 필름이다. 환자의 객담(가래)을 필름에 흘려보내면 필름 내에서 결핵균이 농축되고 바로 그 농축된 결핵균에서 핵산(DNA)까지 추출해내 폐결핵이 진단되는 방식이다. 소요 시간 기존 신속 검사법과 비슷한 2~3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폐결핵을 정밀 검사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객담을 채취해 결핵균을 배양하는 객담 배양 검사를 하는데, 약 6~8주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므로 신속 검사도 함께 실시한다. 그동안 검사 민감도가 높지 않아 의사가 환자 증상을 보고 임상적 판단에 의해 약물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았다.

슬림칩 기술이 상용화되면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빠르게 폐결핵 치료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슬림칩을 개발한 신용 융합의학과 교수는 “슬림칩처럼 병원균 농축과 핵산 추출을 동시에 하는 시료전처리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도 없다”면서 “얇은 필름 한 장만을 이용하므로 기존 분자 진단 신속 검사법과 소요 시간은 비슷하면서도 비용이 10분의 1정도로 저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용 교수는 또 “객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임상 시료에서도 병원균 농축 및 추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질환을 진단하는 데 적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유럽 호흡기학회지(European Respiratory Journal, IF=11.807)’에 최근 게재됐다.

심방세동 치료로 신장 기능 향상

‘심장’과 ‘신장’ 두 장기는 어느 장기보다 상호 연관성이 깊다.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장기도 문제가 생겨 ‘심신(心腎)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다. 심장 전문의들은 일반인보다 2~3배나 많은 심장질환자의 신장기능 저하를 효과적으로 낮추는 표준 치료지침을 세우고자 노력했으나 신뢰할만한 근거 연구가 없어 고민해왔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박희남 심장내과 교수, 박제욱 심장내과 전문의, 분당차병원 양필성 심장내과 교수 연구진은 심방세동 환자 중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군을 추적한 결과, 신장기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심방세동은 심장 내 심방이 규칙적인 수축과 이완 운동을 하지 못하고, 불규칙하게 떨기만 하는 부정맥 질환 중 하나다. 심장에서 나가는 혈액의 25%는 신장으로 공급된다. 심방세동으로 심장 운동 기능이 떨어져 충분한 혈액이 신장에 공급되지 못하면 원활한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신장 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내부에 정체되는 ‘울혈’ 증상이 생겨 내부의 압력상승으로 신장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진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세브란스병원 심방세동 환자 중 부정맥을 일으키는 부위를 절제하는 내과적 중재시술인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 571명을 5년간 추적조사했다. 연구진은 비교군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해 약물치료만 받은 1713명의 심방세동 환자를 같이 5년간 추적조사했다.

연구진은 추적조사결과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군이 약물치료 환자군보다 신장기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신장기능 척도로 ‘사구체여과율’(GFR)을 사용했다. 사구체여과율은 신장이 1분 동안 깨끗이 걸러주는 혈액량으로, 정상 사구체여과율은 분당 90~120㎖이다.

▲ 전극도자절제술군과 약물치료군의 사구체여과율 표. 출처=세브란스병원

전극도자절제술군은 치료 전 81.4㎖에서 치료 5년 후 84.6㎖로 사구체여과율이 증가했다. 약물 치료군은 치료 전 81.8㎖에서 치료 5년 후 82.4㎖로 적은 향상률을 나타냈다.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와 약물치료를 받은 환자 모두 5년간 정상 심장 박동을 유지한 환자군이 심방세동이 반복적으로 재발한 환자군에 비해 평균 2.7배 정도 신장 기능 향상을 보여줬다.

▲ 정상 심장박동 유지 환자군과 심방세동 재발 환자군의 5년간 평균 사구체여과율 증가량. 출처=세브란스병원

박희남 심장내과 교수는 “전극도자절제술로 심장 박동의 정상 리듬을 회복시킴으로써 충분한 양의 혈액 공급과 신장 내 원활한 혈액 흐름이 신장 기능 회복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이 동반되지 않은 전극도자절제술 시술 심방세동 환자군 중 신장기능 향상을 보인 환자 비율이 42.4%로 당뇨를 동반한 시술 환자군(31.3%)보다 10% 이상 높게 나타났다.

박희남 교수는 “심방세동 환자들에게 시행되는 전극도자절제술 치료의 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라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면서 “앞으로 심방세동 환자들의 신장기능 보존을 위한 적극적 치료 가이드로서 이번 연구가 널리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미국심장협회(AHA)가 발간 ‘미국심장협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심방세동 전극도자절제술이 5년 후 신장 기능 향상(Five-Year Change in the Renal Function After Catheter Ablation of Atrial Fibrillation)’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