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핫상권 시리즈는 이른바 '핫'하다고 평가되는 대학가 상권의 현재를 진단하기 위해 기획된 르포다. 소비자, 상인, 부동산업계의 시각을 아울러 샤로수길·건대입구·경희대 앞·신촌 4곳의 상권 변화와 특징을 분석했다. 인근 대학교의 역사와 함께 발달해온 대학가는 고정적인 소비층이 보장되는 상권이지만, 방학이나 개강 같은 시기에 따라 매출 격차를 보인다는 특수성을 띠고 있다. 같은 대학을 다녔던 이들도 세대에 따라 다른 향수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 대학 상권의 풍경을 통해 다음 세대가 주축이 될 미래 상권까지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강남과 함께 서울의 거대상권 양강체제를 이루는 홍대나 연극문화로 발달한 대학로는 '대학 상권' 자체로 한정지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대 역시 신촌과 가까운 데다 최근 몇 년 눈에 띄는 추이가 없어 다루지 않았다. [편집자주]

③ 경희대 인근 상권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친구랑 여길요? 한번 오라고 권할 만큼 매력적인 상권은 절대 아닌 것 같은데….”

회기동에서 나고 자라 지금까지 거주하고 있는, 경희대 상권 28년차 소비자의 말이다.

경희대 상권은 1호선·경의중앙선·경춘선 세 개의 지하철 노선이 관통하는 회기역과 가깝고 경희대 뿐 아니라 인근의 한국외국어대, 서울시립대, 조금 떨어진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까지 종종 찾는 번화가다. 이런 입지조건으로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되는, ‘내실 있는’ 상권으로 평가된다. 다만 대학가 특성상 대학생에 크게 의존하기에 요즘 같은 방학에는 어쩔 수 없이 매출이 줄어든다.

유행보다 ‘특색’ 찾는 소비자

석 달 전 상가정보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경희대 상권의 유동인구는 일평균 13만명, 월평균 390만명에 달한다. 이 지역 유동인구와 상주인구 모두 20대에 편중되어 있다.

▲오후 4시 경 경희대 삼거리.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퇴근 시간 회기역.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하지만 경희대생과 주민들은 회기역 사거리엔 방학 관계없이 늘 사람이 많은 반면, 경희대 쪽 상권의 유동인구는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확실히 감소했다고 말했다. “(경희대 삼거리에 사람이) 좀 더 줄었죠. 이렇게까지 휑했나 싶어요.”

이들은 상권 역시 활기가 떨어졌다고 느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방송을 탄 식당도 두어 달 반짝 인기를 누렸을 뿐, 그 후 특별히 잘되는 건 모르겠다고 전했다.

▲2019년 3분기 상권 변화 지표에서 동대문구 대부분이 정체(빨간색)나 상권축소(주황색)에 해당하는 가운데, 회기동 일대는 '다이나믹'(녹색)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업 중인 가게과 폐업한 가게 모두 평균 영업기간이 짧다는 지표로, 상권이 빨리 바뀐다는 뜻이다. 출처=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

이 상권을 장기간 지켜봐온 사람들에게 경희대 상권에서 어떤 업종이 살아남거나 사라졌는지 상권의 흐름에 대해 묻자, 예전보다 업종 변경이 빠르고 상권의 변화가 크다는 답이 돌아왔다. 공통적으로 ‘카페의 증가’를 눈에 띄는 변화로 들었다.

회기동 토박이 주민은 “10년 전만 해도 상권이 이렇게 자주 바뀌진 않았는데 요즘은 1년도 안 되서 바뀐다. 음식점도 카페로 바뀌고 카페도 (다른) 카페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이 늘어났다는 시각도 있다. 2년 반 전 이 동네로 이사 왔다는 외대 졸업생은 “처음 왔을 때보다 마라탕·버블티·대만식 디저트 등을 파는 가게들이 많아졌다”며, “이제 부동산이나 카페도 중국어로 된 안내문이나 홍보물을 붙여놓더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들은 경희대 상권에 대해 뚜렷한 개성 없이 유행만 좇는 추세가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예전엔 스시집이 바퀴벌레처럼 퍼지더니 이젠 흑당…. 지긋지긋하다.”

이와 관련해 이들은 ‘개인 카페’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카페가 그렇게 많아도 특별한 느낌을 주는 곳은 없다고 고개를 젓는다. 하나같이 ‘인스타 감성’을 표방해 공간이 협소하고 오래 앉아있기 눈치 보인다고 했다. 특별한 원두나 드립 방식으로 커피 맛에 차별화를 둔 것도 아니다. “가격은 오히려 프랜차이즈보다 500~1000원 더 비쌀 때도 있다”며, 차라리 프랜차이즈 카페를 선호했다.

음식점 또한 이런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옛날에는 경희의료원 다니는 환자들이 찾을 만한 한정식집도 골목 골목 있었는데, 지금은 전부 유행하는 음식점들이다.”

상권의 음식점들을 잘 찾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방학 중에도 공부하러 학교에 자주 온다는 경희대생은 “학식이 되게 잘 나온다”며, 학생식당에 자주 간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식당의 메뉴들은 3000원대로,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그가 이쪽 술집을 찾지 않게 된 지도 오래다. 자신과 친구들 모두 취업 준비로 바빠서 만날 일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 상권에서) 이것만은 절대 안 산다”고 꼽은 품목들이 있다. 바로 옷과 액세서리다. 대부분 온라인 쇼핑을 통해 구매하기 때문이다. “일단 종류가 별로 없고요, 인터넷에서 사는 게 훨씬 나으니까…. (가게 직원이) 옆에서 영업하시는 것도 좀 불편해요.”

주민들은 “골목 안쪽에 살아도 조금만 나오면 바로 대로변과 번화가가 나오고, 마트·드럭스토어·병원(경희의료원) 등 생활 인프라가 잘 되어있다”며 적어도 경희대 상권 자체의 편의성에는 후한 점수를 준다. 그럼에도 “좋은 상권이 아니다”고 단호히 일축한다.

대학가 치고 ‘놀 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희대 상권이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는 가운데 이대나 혜화처럼 영화관·극장·대형서점 따위의 문화시설은 들어오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경기침체에 대해서는, 다들 그리 심각하게 느끼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결국 이들이 경희대 상권에서 소비를 잘 하지 않는 이유는 불경기 자체보다 개인의 ‘합리적 선택’인 셈이다.

매출↓·임대료↑·권리금↓ 삼중고 앓는 자영업자

저녁 7시, 배고픈 사람들의 걸음이 한창 이어지고 고기 굽는 냄새가 거리에 퍼질 시간. 부동산종합플랫폼 부동산플래닛이 2018년 분석한 바로는, 저녁 7시 이후가 경희대 상권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활발한 때다.

어찌된 영문인지 술집들이 늘어선 먹자골목은 그 시간대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산하다. 중심부를 지나는 사람들은 서넛에 불과하고, 이어진 몇 골목엔 인기척도 없다. 대로변과 가까운 치킨집과 곱창집에도 각각 한 테이블만 차있다. 합리적인 가격대가 장점인 스몰비어조차 사장만이 무료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후 7시 경 경희대 먹자골목 중심부.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늦은 새벽에도 손님이 많아 아침 6시까지 장사하던 가게들이 일찍 마감하기 시작했다. 밤 11시 넘어서부터는 손님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국인 유학생들이나 조금 올지언정 내국인 학생은 드물다. 자정이 되면 발길이 뚝 끊긴다.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보던, 취객이 길에 뻗어있는 광경도 자연히 사라졌다.

먹자골목의 터줏대감 격인 10년 된 곱창집을 운영하는 A씨는 불경기를 절감하고 있다. 2~3년 전에 비해 매출이 거의 30~40% 떨어졌다. 원래 방학에는 20% 정도의 매출 감소를 각오하지만, 이번 겨울을 기점으로 매출이 40~50% 하락하면서 반토막 난 상태다.

“손님 열 명에 예닐곱은 학생이여. 근데 애들이 옛날보다 술을 덜 먹는다. 술값으로 보통 한 달 240~250만원이 주류상에 나갔는데 지금은 130~140만원밖에 안 나가.”

근방에 있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이전하면서, 그나마 오던 직장인들도 자취를 감췄다.

매출 급감으로 타격을 입은 가운데 인건비 상승과 과세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A씨는 이전에 직원 4명을 썼지만 지금은 홀 보는 사람 1명만 쓴다. 주방에는 그의 아내가 투입됐다. “또 세금이 만만치 않아요. 돈 벌어서 다 세금으로 내잖아. 부가세로 1년에 1000만원”이라며, 그는 수익 창출은커녕 생활 유지 차원에서 장사할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그 역시 꾸준한 임대료 상승을 겪고 있다. A씨는 2년 주기로 계약하는데, 그때마다 월세가 기본 20만원 이상 올랐다. 2년 전 최근 계약에서는 보증금도 500만원 올랐다. A씨가 현재 내는 월 임대료는 280만원, 그는 오는 6월에 있을 다음 계약 때는 월세가 300만원쯤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A씨에 따르면 해당 구역의 보증금은 4000~5000만원 선이고, 월세가 300만원이 안 되는 가게는 잘 없다. “옆 가게는 (월세) 340이에요. 저기 OOO맥(스몰비어) 보이죠? 저긴 우리보다 평수도 작은데 보증금 6000에 월세 270.”

임대료를 두 배로 인상한 건물주도 있다. 이에 울며 겨자 먹기로 붙어있는 임차인도 간혹 있지만, 다수는 임대료 폭등을 견디지 못하고 가게를 내놓고 있다.

A씨는 “여기 골목 가게들 70%, 아니 경희대 상권 전체의 70%가 매물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고 말하면서, 본인도 결국 가게를 내놨다고 밝혔다. A씨가 10년 전 개업하면서 낸 권리금 8천만원은 이제 5천만원까지 후려쳐졌다. 그러나 도저히 이 돈 받고는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하지만 경희대 상권 자체는 망하고 있다기보다 그저 바뀔 뿐이다. 매물이 자주 나오는 만큼 수요도 족족 뒤따르기 때문이다.

“건물주들은 괜찮죠. 상관없지. 가게 비면 바로 또 나가니까. (기존에) 있던 사람들은 권리금 많이 못 받고 나가도, 들어오려는 사람은 많아. 그러니까 건물주들은 너네 없어도 된다는 식이지. 이쪽 부근 거의 다 그래요.”

A씨는 안주를 저렴한 가격에 파는 포차류 술집들이 들어선 것도 기존 술집들의 매출 악화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라고 꼽았다.

한편 그는 업종을 불문하고 불경기라며, “늘 잘 되는 집이 있을지라도 예전보다는 (수익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꾸준히 손님들이 찾는 가게의 경우는 어떨까.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면서 한때 ‘웨이팅’이 필수였던 모 음식점은 지난해 분점을 낼 정도로 ‘잘나가는 가게’였지만, 역시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사장 B씨는 매출이 작년과 비교해 체감상 20~30% 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방학이라도 동기 대비 매출은 15% 이상 하락했다.

B씨는 경기침체를 경희대 상권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다른 상권들에도 해당되는 전체적인 문제로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얼어붙은 소비를 두고, '불경기 자체'보다 학생들의 '소비 심리 변화'에 중점을 맞춰 해석했다.

“학생들이 지갑을 여는 데 있어서 무거워졌다고 해야 하나? 한 번 더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렴한 걸 우선으로 찾는 것 같고. 경제가 어려워져 부모님 주머니에서 나오는 용돈도 줄어드니까 거기에 대한 부담도 있을 테고.”

경희대 삼거리 스타벅스가 지하에서 3층까지 손님들로 빼곡할 때, 개인 카페들은 많아도 두 테이블 정도가 차있다. 테이크아웃 전문점 중 2000원 이하의 이벤트가로 음료를 파는 곳도 있지만, 워낙 장사가 안 돼 아르바이트생 1명을 하루 3시간만 쓰고 있다. 그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은 “오늘 하루 가게는 내 전용 노래방이었다”고 인터뷰 했다.

경희대 삼거리 모퉁이에 있는 옷가게는 오는 2월 폐업한다. 이 상권의 옷가게들 중 위치적으로 가장 좋은 입지를 점하고 있었지만, 이번 겨울 한파보다 매섭게 닥친 매출 하락의 바람을 결국 버텨내지 못했다.

경기침체 속 매물 춘추전국시대

경희대 상권에도 혹독하게 불어닥친 불황의 난세. 카페와 음식점은 물론 옷·액세서리·화장품 등 소매업과 대형 패스트푸드점까지, 업종과 규모를 불문하고 폐업·철수가 줄 잇고 있다. 한편 선발 주자들이 뼈아프게 물러선 자리를 노리는 뉴페이스들도 있다. 소비가 주춤해도 상권은 다이내믹하게 회전 중이다.

우선 회기동 일대 상가 임대료는 불과 몇백 미터 간격으로 3층화 된 모습이다. 

회기역 사거리 쪽에 있는 M부동산에 따르면 경희대 근방 상가 임대료가 제일 비싸게는 평당 15~20만원, 싼 편은 평당 5~10만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다.

회기역 앞 상권의 임대료는 평당 20~35만원 사이로, 경희대 상권보다 최대 7배 높은 시세다. M부동산은 “회기역 바로 앞 상권은 권리금만 2~3억대고, 매물도 좀처럼 안 나온다”며, 임대료 상승폭 역시 경희대 상권보다 회기역 앞 상권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경희대 상권에서 비교적 외곽에 자리한 회기시장의 임대료 시세는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상권 중심부보다) 3분의 1 정도는 낮다”고 H부동산이 전했다.

M부동산은 경희대 상권을 두고 “상가 개수 비례해서 10% 미만이 공실이거나 매물로 내놓을 확률이 크고, 25~30%는 권리금만 맞으면 뺄 의향이 있을 것”이라 추산했다. 작년에 비해 권리금이 떨어지고 있고 상가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고 말하는 한편, “무권리금에 싼 매물 찾는 사람들은 많다”고 덧붙였다.

경희대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꼽은 ‘요즘 매물로 나오는 업종’은 앞서 주민들이 잘 소비하지 않는다고 한 업종과 상당수 일치했다.

M부동산에 따르면 현재 나온 매물로는 의류·액세서리·화장품 등 주로 소매업종이 많고, 식당이나 술집도 있지만 많은 수는 아니다. 소매업종, 특히 화장품 로드샵의 경우 한한령으로 중국인의 소비가 현저히 줄어든 것이 큰 타격이었다고 분석했다. 경희대학교는 중국인 유학생이 많기로 전국에서 손꼽힌다.

카페는 매물로 나오기보다는 많이 생기는 추세라며, “6개월 사이 3개나 생겼다. (이미 시장 포화인 상태에서) 나눠먹기다. 다들 죽을 똥 싼다”고 말했다.

회기시장 입구에 자리한 H부동산은 전년도에 비해 매물이 잘 나오는 편이라며, 특히 음식점이 매물로 많이 나온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회기시장 내 한 식당은 “김밥집이랑 돈까스 파는 데랑 아무튼 음식점들이…. 빠진 거 세 곳, 바뀐 거 세 곳”이라며, 주변 가게들의 업종 변경과 폐업이 작년에 비해 잦아졌다고 전했다.

H부동산은 카페에 대해 “솔직히 엄청 많이 (매물로) 나온다”며 M부동산과 이견을 보였다. 이 상권에만 세 군데 자리한 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의 힘이 커 개인 카페가 밀린다는 이유다.

특히 H부동산은 ‘매출액이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가게’들이 매물로 나온다고 주장하며, 버거킹도 이 같은 이유로 철수했다고 예를 들었다. 더불어 ‘인건비 상승’이 상권 침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지적했다.

그는 “(어떤 가게는) 주휴수당 주기 싫어서 일주일에 이틀 7시간씩만 일하게 하더라니까? 근데 어떤 알바생이 그 돈 받고 생활이 되겠어”라며, 이에 무인화 추세까지 더해 일자리난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경희대 상권의 시간제근로자는 주로 경희대를 비롯한 인근 대학교 학생이거나 이 일대 주민으로, 이들은 해당 상권의 주 소비자층이기도 하다. 이들의 소득이 줄어듦에 따라 소비도 위축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M부동산은 “한창 바쁠 시기인데 방을 빼거나 찾는 움직임이 별로 없다”며, 이를 경기침체의 징후로 제시했다.

원래 같으면 지금은 한창 이동이 많을 시기다. 학생과 직장인 모두 움직이기 때문이다. 지방 유학생이 방학을 맞아 집으로 내려가는 한편, 입학과 개강을 앞두고 집을 구하기 시작하는 신입생·재학생도 있다. 직장인은 주로 경희대학교병원 간호사들에 특정된다. 이들은 빠르면 6개월, 보통 1년에 한 번씩 보직을 옮기므로 특히 이쯤에 거처를 옮긴다.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지역인 만큼 이들도 부동산 고객의 제법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이들이 집을 구하는 움직임도 재작년 이후 뜸해졌다. 경희대학교가 기숙사를 증설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경희대학교가 ‘행복공공기숙사’를 개관하면서 경희대 서울캠퍼스 기숙사 수용률은 7.5%에서 13.4%로 두 배 가까이 향상됐다. 기숙사비는 월 19만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후 대학가 원룸 월세가 하향 추세를 보이긴 했으나 소폭 변동이었다. 주택 임대를 주로 중개하는 S부동산은 “현재 경희대쪽 원룸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원 선으로 형성되어 있고, 이는 2~3년 전과 큰 차이 없다”고 언급했다.

M부동산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부모들의 경제사정도 좋지 않으니 학생들이 이동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월세가 10~20만원씩 내려가는 모습도 아니고 거의 변동이 없는 수준이라, 이사비용을 들이느니 차라리 그대로 머무는 것을 택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지역 상주인구에 별 변동이 없어 상권의 주 소비층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지역민과 상인, 부동산업자 모두 경희대 상권의 유동인구와 매출이 감소했다고 체감한다. 특히 이런 추세는 올 겨울을 시작으로 가속화됐다. 지금의 침체가 최악의 위기인지 혹은 위기의 시작일지는 알 수 없다. 개강하면 얼어붙은 이 상권에도 봄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