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핫상권 시리즈는 이른바 '핫'하다고 평가되는 대학가 상권의 현재를 진단하기 위해 기획된 르포다. 소비자, 상인, 부동산업계의 시각을 아울러 서울대 인근 샤로수길·건대입구·경희대 앞·연세대 인근 신촌 4곳의 상권 변화와 특징을 분석했다. 인근 대학교의 역사와 함께 발달해온 대학가는 고정적인 소비층이 보장되는 상권이지만, 방학이나 개강 같은 시기에 따라 매출 격차를 보인다는 특수성을 띠고 있다. 같은 대학을 다녔던 이들도 세대에 따라 다른 향수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 대학 상권의 풍경을 통해 다음 세대가 주축이 될 미래 상권까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강남과 함께 서울의 거대상권 양강체제를 이루는 홍대나 연극문화로 발달한 대학로는 '대학 상권' 자체로 한정지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대 역시 신촌과 가까운 데다 최근 몇 년 눈에 띄는 추이가 없어 다루지 않았다. [편집자주] 

① 서울대입구역에서 5분 샤로수길 상권

[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서울대입구역에서 2번 출구 방향으로 5분 걸어 골목으로 들어서면 인스타그램에 나올 법한 음식점이 하나둘 나타난다. 백종원의 리춘식당부터 베트남, 중국 음식 전문점 등 이국적인 가게들이 다채롭게 늘어서 있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샤로수길이다. 그런 골목이 최근 가파른 임대료 상승을 겪으며 상인들의 한숨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같은 상권 서로 다른 낯빛 그 속을 현장 취재했다. 

▲ 샤로수길, 백종원의 프랜차이즈 리춘식당이 문을 열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민규 기자

특색으로 인기, 유동인구 상승하며 ‘핫’ 플레이스

서울대학교의 ‘샤’와 가로수길을 합친 신조어인 샤로수길이 지금처럼 ‘핫’한 장소로 불리기 시작한 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 같은 서울대학교 학생 사이에서도 샤로수길에 대한 소감이 각기 달랐다. 서울대 졸업생인 K 씨는 “학교 다닐 당시만 해도 서울대입구역에는 라붐아울렛밖에 없었다”며 “재학생 시절에 이렇게 발달했더라면 굳이 신촌이나 다른 대학가까지 가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 비해 2학년인 재학생 C 씨는 일주일에 3~4번 정도 골목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입학 때부터 그랬다.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번화가여서 자주 방문하는데, 퓨전음식점이나 컨셉이 있는 카페, 디저트 가게들이 대학생들 사이에선 인기가 좋은 것 같다”며 “사실 다른 대학가에 비해 교통이 불편하고 오락거리도 적지만, 흔하지 않은 콘셉트의 음식점들이 몰려있는 것만으로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5, 6년 전만해도 샤로수길은 낙성대시장을 중심으로 한 골목이었다. 서울대학교와 주택가가 있어 대학생과 직장인 등 배후수요를 갖춘 대학상권이었으나 지금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거리는 아니었다. 당시만 해도 임대료가 저렴해 이국적인 음식점이 입점했다. 그러면서 SNS에서 개성 있는 음식점이 몰린 ‘특색 있는 거리’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SNS에서 유행을 탄지 3, 4년이 지났음에도 각종 수치는 샤로수길이 여전히 ‘핫’한 상권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우리은행연구소에서 발표한 ‘서울 주요 상권의 부동산임대업 리스크 요인 검토’ 보고서에서는 공실률이 0.6%로 가장 낮게 나타난 샤로수길을 우량상권 1위로 꼽았다. 유동인구도 꾸준히 증가했다.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12만 명이 샤로수길을 찾았다. 2017년 같은 분기 유동인구가 7만 명이었던 것에 비해 1.7배 증가했다.

그런 샤로수길 초입에서 기자는 우연히 한 남녀가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다. “핫하긴 뭐가 핫해, 아무것도 없는데. 있는 걸 찾는 게 더 빠르겠다” 핫하면서 핫하지 않은 샤로수길 그 속을 알기 위해 상인들을 찾았다. 

매년 오르는 임대료 “몇 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올랐다”

▲ 샤로수길, 사진=이코노믹 리뷰 노성인 기자

20년째 같은 자리에서 한식 음식점을 하는 가게 벽에는 그동안의 역사가 드러났다. 샤로수길이 아직 낙성대 전통시장일 때부터 장사를 했다는 음식점 주인 A는 “이곳이 이렇게 뜬 게 5년은 된 것 같다”며 “젊은 사람들이 사장인 가게는 오후나 돼서야 문을 연다. 사실 거리가 이렇게 바뀐 이후로는 점심 장사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료가 많이 올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2000년 당시에는 이 동네 월세가 몇 십만 원대였는데, 2017년부터 해서 몇 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오른 곳도 많다”고 답했다.

D 부동산 사장은 "2년 새 옛날 건물들을 허물고 새로운 건물들을 세운 자리가 많아졌다. 특히 골목상권은 죽고, 대로 주변에만 장사가 잘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상승하는 임대료에 몇 년 뒤 가게들이 못 버티고 나갈 경우 ‘가로수길’처럼 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를 전했다.

한 상인은 2년 전 피크였지만 지난해 여름 이후부터는 급감해서 매출이 20% 가까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3년 전만 해도 샤로수길 중간에 있는 가게는 월 80만 원 임대로 들어왔지만, 지금은 100만 원 선이다. 확 느는 건 아닌데 꾸준히 계약마다 10%씩은 오른다"

‘핫’한 상권에서 흘러나오는 상인들의 한숨이 비단 불평만인 것은 아니다. 앞서 설명한 우리은행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샤로수길은 임대료 상승을 의미하는 임대가격지수상승률이 5.3%로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했다. 

 매출격차 커지고 급변하는 풍경 “지난해 여름이후 매출 30%"

▲ 샤로수길. 이른 시간임에도 우동집 앞에 줄을 섰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민규 기자

“샤로수길이 뜰 당시에는 방학 때도 연인들이 대학생들의 빈자리를 채워줬는데, 이제는 새로 생긴 가게들도 기존의 가게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보니 예전보다 적게 오시는 편이다”

일식집 사장 B 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A 씨의 경우 장사한 지 3년째인데, 작년 여름부터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잘되던 때와 비교하면 30% 정도 떨어졌다. 매출이 줄면서 주변 월세도 같이 조금씩 내렸다. 그래도 이미 높이 설정된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가게들이 많이 나간다. 일식집 앞 주택조합이나 정육점도 버티지 못하고 나갔다.

앞서 인터뷰에 응했던 음식점 주인 A도 비슷한 의견을 덧붙였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가게들이 더 자주 바뀐다. 특히 술집은 잘 안 바뀌는데 음식점은 1~2년 사이에도 여러 개가 없어진다. 초창기에 있던 가게들이 오히려 잘 버티는 편이다”

카페 C의 사장은 골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재작년에 카페들이 정말 많이 생겼다. 현재는 거의 다 다른 가게로 변했다. 잘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의 격차가 심해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반면 골목에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대부분은 상권이 활성화된 중심가가 아니라 초입에 위치해 있다” 샤로수길의 현주소가 단순히 프랜차이즈 때문은 아님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샤로수길 아이러니, 임대료 상승은 상인들 책임?

▲ 샤로수길, 사진=이코노믹 리뷰 노성인 기자

한 상인은 부동산업자들이 계약이 끝날 때마다 건물주를 찾아가 임대료 올릴 것을 권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몇몇 부동산업자는 자영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올렸다는 입장이다. 원래 주택으로 쓰이던 건물을 영업용으로 개조하면서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양자의 말이 엇갈리는 듯하지만 같은 상황을 두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샤로수길은 조용했던 골목상권에 이색적인 음식점이 들어오며 시작을 알렸다. 임대료가 저렴했던 골목에 주택가를 개조하여 이색적인 음식점이 하나둘 들어왔다. 그러다 '특색 있는 거리'로 콘텐츠가 되어 SNS에서 인기를 얻었다.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어느 순간 임대료가 가파르게 올랐다. 다른 지역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 자리 잡은 곳에서 오히려 임대료가 올라가는 샤로수길 '아이러니'다.

A 부동산 중개인은 “샤로수길이 죽은 느낌이다. 새로 생긴 가게들이 기존 가게 손님들을 잡지 못했다.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도 많은데, 한번 왔다 갈 사람들인 젊은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집들만 생기다 보니 점점 침체하는 느낌이다”고 전했다.

샤로수길 중심부 유명한 일식집은 취재를 시작한 이른 점심부터 사람들이 줄서 있었다. 반면 골목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풍경이 바뀐다. 저녁에도 손님이 없어 일찍 문을 닫는 가게가 쉽게 눈에 밟힌다. 평일 저녁 샤로수길 외곽에서 이곳이 품은 미래의 일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저렴한 임대료를 기반으로 특색 있는 가게들이 모였던 예전의 동력이 가파르게 소진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염려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