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 김덕호 기자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종종 시승기를 읽은 독자, 혹은 친구들은 기자에게 “시승기가 왜 이렇게 좋아?” 라고 묻곤 한다. 어떤이는 직접적으로 “본인이 구입한 차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듯 해”라고 말하기도 한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차량을 타본 기자들은 대부분 호평 일색의 평가를 내놓는다. ‘최고의 정숙성’ ‘높은 상품성’ ‘엄청난 가성비’ 등 차량에 대한 평가가 좋다. 출시 시점에 맞춰 막대한 양의 시승기가 쏟아져 나오고, 소비자들에게 공개된다. 

좋은 시승기의 배경은 물론 ‘상품성’에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 중 자체적인 연구·개발 능력을 갖춘 업체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유일하고, 이 가격에 이런 차를 만드는 업체가 적어서다. 국내에서는 마땅한 경쟁자를 찾기 힘든 환경이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들은 반자율주행 기능, 커넥티비티 기술 등 미래차 추세에 맞는 전자 장비들도 충실히 달았다.

좋은 시승기가 나오는 또 다른 이유는 기자들이 탑승하는 ‘특별한 차’에 있다. 행사에 지원되는 차량들은 전량 ‘최고트림’ ‘풀옵션’ 차량이다. 높은 정숙성과 가속능력, 풍부한 옵션과 편의성, 값비싼 내장재로 디자인된 실내를 자랑한다.

시승기를 보고 차를 구입해서 타보면 실망감이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승기에 등장하는 차량들과 실제 판매되는 주력 차량들의 차량의 성능과 옵션이 다르다. 소비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차량과는 '급'이 다른 차량을 시승하고 쓴 글이다. 기자들의 과장이 아니라 '차'가 다른 것이다. 

제조사 입장에서 보면 현대기아차의 전략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들이 만든 가장 좋은 차를 내놓고, 여기에 대한 평가를 묻는다. “제조사가 홍보하겠다고 좋은 차를 사용하는게 문제야?”라고 말하는 대중은 많지 않다.

하지만 차량을 실제로 구매해야 할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문제는 좀 달라진다. 시승기에 나오는 자동차 가격 정보에는 ‘옵션' 가격이 빠져있고, 최상위 트림의 주행감은 한두 단계 낮은 트림과 격차가 크다. 혹자는 껍데기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차’로 보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 출시됐던 그랜저와 K7의 예가 그렇다. 각각 최고 트림인 ‘그랜저 3.3 가솔린’과 ‘K7 3.0 가솔린’모델을 시승식에 내놨다. 주력 모델은 2.5리터 가솔린 엔진이지만 이보다 출력이 높고, 정숙성이 뛰어난 차량을 대거 운용했고, 기자들은 ‘풀옵션’과 ‘엔진트림’을 생략한 채 그랜저와 K7의 시승기를 출고했다.

주력 모델의 구입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에게 시승행사가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이유다.

경쟁사들은 다소 다른 행보를 보인다. 지난해 르노삼성은 2020년형 QM6 시승 행사에서 LPG, 가솔린, 디젤 모델을 함께 내놨고, 최근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한 쉐보레도 2개의 트림을 시승차로 제공했다.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다양한 모델의 시승기가 나올 수 있는 이유다.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은 무시 못할 수준이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도 탄탄하고, 국내 시장에서는 마땅한 경쟁자도 없다. 잘 팔리지도 않는 풀옵션 차량을 선전하는 것보다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속’ 트림 시승차도 선보이는게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