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기작가 딘 쿤츠의 아마존판 첫 소설은 올해 3월 31일 출판될 예정이다.    출처= Suggested Read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의 인기 작가 딘 쿤츠가 지난해 기존 출판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을 때, 현재 미국에서 책이 가장 많이 팔리는 작가들 중 한 명으로서 그는 여러 대형 출판사의 뜨거운 표적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최종 선택은 아마존이었다.

그의 결정은, 아마존의 책을 보이콧하는 일반 소매 서점들에서는 그의 책을 팔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놀라운 결정이었다. 그러나 쿤츠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실제 물리적 유통에서든 디지털 경로에서든 독자들에게 보다 잘 전달되게 하기 위해 아마존의 방대한 소매 시스템에 의존하기로 결정했다.

"아마도 내 책이 일부 소매 서점의 진열대나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르지는 못하더라도 나는 기꺼이 그 위험을 감수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마존의 채널을 이용해 모든 형태로(실제 책과 전자 책) 더 많은 책을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조사기관 코덱스 그룹(Codex Group)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해 10월 조사에서 미국에서 판매된 모든 신간 서적의 절반 이상을 판매하며 미국 도서판매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이제 출판에까지 그 힘을 미치려고 하는 것이다.

아마존이 쿤츠 같은 인기 작가들을 영입하는 것은, 독일의 베텔스만(Bertelsmann SE)이 운영하는   펭귄 랜덤 하우스(Penguin Random House), CBS와 비아컴(Viacom)의 합병으로 탄생한 비아컴CBS(ViacomCBS)의 사이먼앤셔스터(Simon & Schuster),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모회사 뉴스코프(News Corp.)가 소유하고 있는 하퍼콜린스 출판사(HarperCollins Publishers) 같은 출판계 거인들이 이끄는 전통 산업에 가공할 위협이 될 수 있다.

아마존에서 출판되는 쿤츠의 첫 소설은 3월 31일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미 지난해 11월에 아마존에서 전자책과 오디오북으로만 발행되는 단편소설 네임리스(Nameless)를 출간했는데, 출간 첫 달에 1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쿤즈는 <살인 예언자>(Odd Thomas)와 <낮선 눈동자>(Watchers) 같은 히트작들을 포함해 100권의 책을 발표한 인기 SF 작가다.

아마존은 지난 2018년에 또 다른 인기작가 패트리사 콘웰과 두 권의 단행본을 내기로 계약했다. 콘웰의 아마존 첫 소설 <퀀텀>(Quantum)은 지난 해 10월에 출판되었는데, 비록 서평은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꽤 많은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코덱스가 수행한 ‘가장 헌신적인 팬 수’에 대한 소비자 조사에서, 쿤츠와 콘웰은 모두 미국 성인 소설 작가들 중 상위 25위 안에 든 작가들이다.  

경쟁 출판사들은, 아마존의 이 같은 인기 작가들의 영입이 성공적으로 나타나면 앞으로 인기 작가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의 법률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서적 판매업을 지배하고있으면서 동시에 출판사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반독점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현행 독점금지법은 소비자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고 아마존의 낮은 가격이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기 때문에 독점에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률회사 캐플런 폭스 앤 킬스하이머(Kaplan Fox & Kilsheimer LLP)의 반독점 전문 변호사 그레고리 아렌슨은 "만약 아마존이 자신이 발행하는 책에 유리하도록 회사의 플랫폼을 제공하고 다른 출판업체에게는 그 플랫폼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가 자들에게 제공하지 않는 책을 출판하는 데 장점을 제공하기 위해 그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면 독과점 방지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의 대변인은 "아마존은 무제한구독 킨들(Kindle Unlimited), 아마존 추천도서(Amazon First Reads), 프라임 도서(Prime Reading) 같은 구독 프로그램에 책 타이틀을 추가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모든 출판사에게 똑같이 제공한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작가들에게 작품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강력한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마케팅 도구를 약속할 수 있다. 많은 작가들에게 꽤 매력 있는 제안이다.

인기 작가들이 다른 출판사와 소설 출판 계약을 맺고 있더라도 아마존은 장기적으로 자신만의 독점적인 작품으로 그들과 관계를 맺고 발전시킬 수 있다.

아마존 출판사의 제프 벨레 부사장은 "아마존은 유명한 작가들만 영입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무명 작가들과도 관계를 맺고 있으며, 훌륭한 내용이면 기꺼이 수표를 쓸 것이다"고 말했다.

기존의 한 대형 출판사 고위 임원은 "아마존은 많은 작가들과 장기적 게임을 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가장 염려하는 것이다”고 우려했다.

아마존과 손을 잡은 유명 작가들의 유일한 걱정은 미국 최대 오프라인 서점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이나 독립 서점들이 아마존의 책을 기피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가 지난 여름 반스앤노블을 인수한 이후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서면서 이 접근방식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반스앤노블의 신임 CEO인 제임스 던트는 "반스앤노블에서 명시적으로 아마존 책을 취급하지 않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책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아마존은 또 다른 인기작가 패트리사 콘웰과 두 권의 단행본을 내기로 계약했다.    출처= Cheltenham Festivals

쿤츠 작가는 아마존 출판사와새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동안 50여권의 책을 함께 출판한 세계 최대 출판사 펭귄 랜덤 하우스의 발행자 반탐 북스(Bantam Books)와의 오랜 관계를 끝냈다.

전 세계적으로 5억 권 이상의 책을 판매한 쿤츠 작가는 아마존의 광범위한 판촉 활동을 통해 새로운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는 너무 좋아 7~8건의 다른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잠재적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은 콘웰 작가에게도 큰 매력이었다. <법의관>(Postmortem)은 주인공인 검시관 케이 스카페타 박사의 활약을 다룬 그녀의 대표작이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콘웰의 아마존 첫 소설 <퀀텀>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조종사이자, 과학자이며 사이버 범죄조사 전문가인 캘리 체이스 대위의 활약을 그린 작품인데 아마존의 독자평에서 별 하나밖에 받지 못해 많은 독자를 실망시켰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청중을 만들고 있습니다. 비록 평론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지만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콘웰 작가는 올해 <퀀텀>의 후속작으로 아마존 두 번째 작품 <스핀>(Spin)을 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