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와 현저히 다른 취향과 소비행태를 보이며 부동산, 골프,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등의 산업을 죽인다고 종종 희화화되는 밀레니얼 세대가 이번에는 ‘헨리’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헨리(Henrys)는 고소득자(High Earner)이지만 부자는 아닌(Not Rich Yet)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어낸 신조어로 높은 소득을 가지고 있음에도 소비와 저축의 패턴이 정립되지 않아서 늘 돈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지난 2003년 포춘지에 처음 등장한 신조어인 ‘헨리’는 주로 연봉 10만달러(약 1억1536만원)이상의 고소득자들이며 대부분이 밀레니얼 세대다.

전형적인 헨리는 30대 초반에 10만달러의 연봉을 받고 있지만 씀씀이가 헤프고 저축은 하지 못해서 이렇다할 자산도 없고 늘 돈이 부족해서 허덕이거나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쳐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성세대들은 밀레니얼 세대가 ‘헨리’ 세대가 되는 이유로 이들의 화려한 소비생활행태가 문제라고 꼬집는다.

헨리들은 임금이 높기는 하지만 이를 저축하기 위해서 허리띠를 졸라메기보다는 화려하고 재미있는 생활을 위해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높은 수준의 소비를 하는 것이 문제점이다.

특히나 소득이 높다보니 자연스레 ‘이정도 금액쯤은 써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소비 수준이 봉급상승과 함께 올라가는 것이 헨리들의 특징이다.

이 때문에 헨리들은 종종 최고급 호텔에서 묵거나 해외여행을 자주가고 한달에 수십만원을 하는 비싼 헬스클럽 트레이닝 코스를 신청하곤 한다.

어른들이 본다면 혀를 찰 노릇이지만 헨리들은 이런 생활패턴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이들은 차라리 집에서 사용하는 생활용품이나 의류 등은 저가브랜드 매장이나 할인용품 매장에서 구입하더라도 여행이나 외식, 고급 레스토랑, 폼나는 헬스클럽 등은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헨리들이 탄생한 것이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행태때문이 아니고 미국의 경제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정보사이트 수퍼머니의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임금은 지난 1974년부터 2017년까지 43년간 물가상승을 고려 시 겨우 29달러가 상승한 것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동안 주택 가격은 39%가 상승했고 의료비용은 1인 평균 9000달러가 늘어났다.

또 교육비용도 크게 올라서 현재 미국 전체의 학자금 대출금액만 사상 최고인 1.5조달러이며 2018년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평균 학자금 대출금액은 2만9800달러(약 3432만원)였다.

물가상승으로 인해서 고소득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10만달러가 더 이상 고소득이 아니라는 것이다.

10만달러를 벌면서도 돈이 없다고 징징대는 헨리들이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밀레니얼 세대라서가 아니라 10만달러가 과거와 같은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퓨 리서치센터는 중산층을 미국 평균 임금의 75%에서 200%까지의 임금을 받는 그룹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르면 현재 미국 중산층은 4만425달러에서 12만672달러로 10만달러를 번다고 해도 소득 상위계층이 아닌 중산층에 속한다.

인사이더 매거진의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서 연봉 10만달러를 버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38%는 본인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고 23% 정도는 중상위층이라고 생각한 반면 고소득층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6%에 불과했다.

한때는 고소득층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6자리 연봉(10만달러)을 받으면서도 돈이 없다 느끼는 헨리들은 과거에 비해서 돈의 가치가 하락해서 취사선택해서 소비를 해야하고 그렇다보니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서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무의미한 과소비를 하는 것처럼 나타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