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게임주(株)는 주가 변동성이 비교적 큰 업종으로 평가된다. 개별 게임 신작 성과에 따라 회사 실적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흥행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신작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는 ‘신작 모멘텀’이 강력하게 작동한다. 신작 모멘텀 작동은 게임 업종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코노믹리뷰’는 지난해 12월 30일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리서치센터 기업분석 팀장)과 게임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 연구원은 오는 5월 리서치센터 근무 경력 만 20년이되는 베테랑으로, 2000년 리서치업을 시작해 지난 2002년부터 게임·인터넷·포털 산업 종목을 분석해온 1세대 전문 게임 애널리스트다.

▲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게임 업종 주요 특징, 신작 모멘텀

성 연구원은 게임주의 대표적 특성으로 높은 변동성을 꼽았다. 게임은 흥행 산업이기 때문에 논리적인 예측이 쉽지 않다는 평이다. 게임주의 변동성을 높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신작 모멘텀’이다.

신작 모멘텀은 게임사의 기대 신작이 출시되기 전 해당 게임사의 주가가 오르는 걸 말한다. 사업의 기대감이 반영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풀이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기대작 출시 전에 주가가 오르고, 출시 이후에 주가가 다시 내려가는 양상을 띈다. 성 연구원은 “이는 게임주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일종의 패턴”이라면서 “게임주 주가는 과도하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신작 모멘텀이 다른 지표보다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PC온라인 게임이 주를 이루던 과거에도 신작 모멘텀은 있었다. 성 연구원은 “당시에도 신작 모멘텀은 있었다. 그러나 PC온라인 게임의 경우 한 회사의 신작 주기가 5~6년 정도로 길어서 패턴에 대응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회상했다. 모바일 캐주얼 게임 시장이 인기를 끌던 한 때는 신작 모멘텀이 잠시 사라지기도 했다. 캐주얼 모바일 게임은 개발비가 낮고 개발 기간도 짧아 한 회사에서 1년에 10여 개의 신작이 쏟아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장도 PC 시장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대작 MMORPG가 주류가 되며 게임주의 신작 모멘텀 패턴은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엔씨소프트 ‘리니지M’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 등이 연달아 나오며 시장을 주도했다. 인기 원작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이들 게임은 긴 개발 기간과 수명, 높은 매출액 등 특징을 갖고 있다.

“과도한 신작 모멘텀, 기업 가치 제대로 반영 못해”

▲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과도한 신작 모멘텀 패턴 발생은 주가가 특정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성 연구원은 “예를 들어, PER가 10배도 안되고 실적이 안정적인 기업인데도 단지 신작 모멘텀이 약하다는 이유로 고전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PER가 40배가 넘고 실적도 불안정한데도 눈앞에 기대 신작이 있다는 이유로 하나만으로 주가가 오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성 연구원은 “신작 모멘텀 패턴을 역이용해 신작 모멘텀이 강할 때 맹목적으로 주식을 사고 신작 론칭 직전에 파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엔 기대 신작을 앞두고도 종목의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다가 론칭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비정상적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성 연구원은 지난 2018년 12월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을 출시했던 넷마블을 예로 들었다. 성 연구원은 “블소 레볼루션은 당시 시장 최대 기대작으로 평가받았는데 론칭 전 넷마블의 주가 상승이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게임 론칭 당일 주가가 10% 가량 급락했다”고 말했다. 성 연구원은 “블소 레볼루션이 당시 첫 분기 일평균 매출 약 14억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매우 큰 흥행임에도 시장에 눈높이가 과도하게 높았던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성 연구원은 “게임주가 신작 모멘텀 하나만으로 모든 지표가 무시되고 ‘단타’의 대상이 되는 것에서 벗어나 론칭 이후 실제 성과에 따른 평가가 점진적으로 반영되는 패턴이 돼야한다”면서 “그게 길게보면 게임주, 연구원, 투자자들에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연장선에서 성 연구원은 올해 엔씨소프트를 주시하고 있다. 주가 흐름의 ‘선례’가 될 수 있을 거 같다는 판단에서다. 성 연구원은 (12월 30일 기준) “지난해 최대 기대작 ‘리니지2M’이 흥행했지만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고 있다”면서 “지난 4분기와 올해 1분기 실적도 좋을 것으로 예상되니 천천히 리니지2M의 가치를 반영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는 한편, ‘블레이드앤소울2’ ‘아이온2’와 같은 기대작 출시도 앞두고 있어 전망이 좋다는 평이다.

“20년 일해보니… 리서치 산업, 어렵지만 존재가치 여전”

성 연구원은 20년간 근무하며 리서치 산업의 호황기와 불황기를 모두 겪었다. 2000년대까지는 등락이 있긴 했지만 증권회사 자체가 선호하는 업종군이었고 그중 리서치가 증권의 꽃이라는 평도 받았다. 연봉 수준도 비교적 높았다. 그러다 2010년 이후부턴 주식 시장 거래량 자체가 크게 줄어들며 리서치 산업도 덩달아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실제로 전체 리서치 연구원 수도 10년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는 설명이다.

성 연구원은 “최근 리서치는 일이 힘든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선호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리서치 산업은 여전히 가치 있는 일이며, 궁극적으로는 없어질 수 없는 산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성 연구원은 “때문에 후배들에게도 불안해하거나 비전에 대한 자신감이 없을 필요가 없고, 자기일을 열심히 하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저 스스로도 VC, IB 등 유관 업종으로 옮겨 좀더 경제적인 이득을 취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있지만, 그보다는 한 일을 우직하게 해왔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