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최근 가정 식탁에 비건 제품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국내 식품·외식업계에 채식문화인 ‘비거니즘’ 바람이 크게 불면서 각종 관련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식습관 개선의 차원을 넘어 밀레니얼 세대에서 새로운 윤리적 소비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기업들도 해외 수출을 노리고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라면부터 편의점 김밥, 마요네즈까지 그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비거니즘’은 본래 채식주의자를 말하는 영어 단어 ‘비건(Vegan)’에서 파생된 말로 단순히 육식을 피하는 식습관에 그치지 않고 가축제품, 오리털, 동물 화학 실험을 하는 동물성 제품 사용도 피하는 등의 적극적인 개념을 뜻한다. 전 세계의 채식인구는 1억 8000만명, 비건은 5400만명으로, 국내 채식인구는 100만~150만명, 비건은 5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채식인구가 증가하자 식품업체들도 비건 관련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건 라면이 가장 활발하게 출시 중으로 ‘라면=건강한 라면’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 오뚜기의 채소라면 ‘채황’제품. 출처=오뚜기

오뚜기의 채소라면 ‘채황’이 최근 영국 비건 협회인 ‘비건 소사이어티’에서 비건 인증을 받아 비건 제품으로 등록됐다. 채황은 채식주의자들도 먹을 수 있는 라면으로, 버섯, 무, 양파, 마늘, 양배추, 청경채, 당근, 파, 고추, 생강 등 10가지 채소에서 우러나오는 깔끔하고 담백한 채소 국물맛이 특징인 제품이다.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으로 최근 늘어나고 있는 채식주의자들도 취식이 가능한 채소라면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는 1944년 창립된 비영리 단체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비건(육류·해산물·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 조직으로 꼽힌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 채황은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면서 “영국 비건 협회 인증 획득으로 채식 트렌드를 이끄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농심의 비건라면 ‘강황쌀국수볶음면' 제품. 출처=농심

농심도 채식 트렌드에 발맞춰 ‘강황쌀국수볶음면’을 새롭게 출시했다. 강황쌀국수볶음면은 다양한 야채와 강황으로 건강을 더한 제품으로, 소스와 건더기에 육류를 사용하지않아 채식주의자도 즐길 수 있다. 육수대신 간장, 고추 등으로 볶음소스를 만들고 각종 야채를 더해 맛을 냈다. 농심관계자는 “최근 채식과 건강식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를 고려해 개발했다”면서 “채식 단계 중에서 유제품을 허용하는 ‘락토 베지테리언(Lacto Vegetarian)’까지 먹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비건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대체육 제품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동원F&B는 미국의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 미트’를 수입 후 판매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식물성 고기 등 미래식량 사업을 위한 원천기술을 개발 중에 있어 올해 안에 내놓을 것으로 얼려졌다. 풀무원도 육류 대체를 미래 전략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 순식물성 마요네즈 제품인 ‘해빗 (Hav’eat) 건강한 마요’ 제품. 출처=롯데마트

식품기업들만 비건 시장에 뛰어든 것이 아니다. 유통업계도 자사 PB 제품으로 비건 식품을 내놓고 있다.

롯데마트는 순식물성 마요네즈 제품인 ‘해빗 (Hav’eat) 건강한 마요’를 출시했다. 일반 마요네즈는 식초, 계란노른자, 오일을 주재료로 만들지만 이번에 선보이는 건강한 마요네즈는 순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했다. 특 달걀대신 기능성 대두를 사용해 고소한 맛을 증대 했으며 계란 알러지가 있는 사람 및 콜레스테롤이 걱정되는 사람 모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이연주 롯데마트 PB팀 연구원은 “비건 상품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어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다양한 식물성 대체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도록 상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도 지난해 연말 100% 순식물성 원재료를 활용해 만든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도시락·버거·김밥)’를 순차적으로 출시했다. 이제 채식 음식을 편의점에서 편리하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간편식 시리즈 상품에 사용되는 모든 고기는 통밀 또는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사용해 만든 식물성 고기다. 고기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감칠맛, 풍부한 육즙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 100% 순식물성 원재료를 활용해 만든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 출처=BGF리테일

조성욱 BGF리테일 간편식품팀장은 “국내 채식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맞춰 합리적인 가격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비건 간편식을 업계 최초로 출시하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CU는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다양한 상품으로 간편식의 지평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식품업계의 사각지대였던 비건 시장에 갑자기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비건 제품들이 차세대 식품 분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식음료 시장은 정체인데다가 앞으로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에 기존에 주목받지 못하던 시장에서 새로운 고객군을 확보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또한 비건 시장은 할랄푸드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시장으로 진출 할 수 있는 하나의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할랄푸드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알코올이나 돼지고기 등의 재료를 넣지 않고 만든 것을 말한다. 그 중에서도 할랄 산업은 세계인구의 4분의 1에 이르는 무슬림이 소비할 수 있는 각종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으로 비건 시장과의 규모는 비교할 수 정도로 큰 점이 강점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비건 식품들이 국내에 자주 출시되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비건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뀔 것”이라면서 “더이상 채식 전문점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아니라 편의점, 마트 등에서 찾을 수 있고, 기업들도 해외 시장에 수출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제품을 계속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