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도 못 버리는 충동 구매 분야가 책입니다. 두 세권 사려고 정했다가 매번 대 여섯 권을 사고, 그 반 정도만 읽고 남겨두는 일이 많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계획에 없던 책을

몇 권 샀는데, 그중의 하나가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이라는 책입니다.

제목도 흥미로웠지만, ‘실력의 영역에서 운에 기대지마라’는 서평 소개가 나를 끌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성공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얘기하는데,

어떤 친구는 아예 운칠복삼(運七福三)이라고 판 자체를 조롱하기도 합니다.

성공은 운과 실력 중 어느 쪽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지요?

얼마 전 수능 마치고 교문을 나오는 밝은 얼굴들, 어두운 얼굴들을 보면서

엉뚱한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수고한 그네들이 운과 실력에 대해 어찌 생각할지? 그 깨달음이 행일지, 불행일지?

학교생활을 마치고, 직장에 들어와 처음으로

성공은 운칠기삼, 운칠둔삼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학생 시절 순진해서였는지, 별 생각 없이 살아서였는지,

그래도 성공은 실력 쪽인 노력이 휠씬 더 큰 영역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직장에 들어와 처음으로 그런 시각을 접하니 놀라웠고,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당시 내가 들어간 기업의 유명한 창업주가 직접

경영은 운칠둔삼(運七鈍三)이라고까지 얘기를 했으니까요.

굳이 기(技)대신 둔(鈍)을 쓴 것은 성공을 위한 끈기나 집념을 말하지 싶었습니다.

그 당시 충격에 이걸 진즉 알았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습니다.

이번에 사서 읽고 있는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에서는 좀 더 분석적으로 얘기하고 있네요.

"운의 영역에서 실력을 쏟아 붓고 있지 않은가. 실력의 영역에서 운에 기대고 있지 않은가."

먼저 자기가 하는 일을 차분히 분석해볼 것을 요구합니다.

즉 자기 일이 절대적으로 실력이 중요한 영역인지, 아님 운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분야인지를 구분하는 일이 중요함을 말합니다.

달리기나 테니스같이 절대 실력으로, 복권같이 절대 운에 좌우되는 극단적인 일이 있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거죠.

그 지점을 잘 파악함이 중요하다는 거고..

생각이 많아집니다.

또한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찾는 많은 중년들도 생각이 많아질듯 합니다.

이제까지의 경험과 전혀 다른 길을 걷고자 꿈을 꾼다면

위에서 말한 운 쪽으로 많이 달려가는 게 아닌가 하는 것으로 말이죠.

물론 좋아하는 일에 가치를 둔다면 실력이나 운 같은 이분법적인 구분은 의미가 없겠지요.

어차피 정답은 없을 터,

책을, 아니 시간들을 꼼꼼히 더 살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