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KT를 이끌고 갈 새로운 회장 후보군의 윤곽이 지난 12일 이사회 발표를 통해 공개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누가 '포스트 황창규'가 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개된 회장 후보군은 총 9명이다. 여기서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과 이동면 플랫폼사업부문장(사장),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은 KT에 현재 근무하는 인사며 임헌문 전 매스총괄 사장, 김태호 전 혁신기획실장(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표현명 전 텔레콤&컨버전스 부문 사장, 최두환 전 종합기술원장(포스코 ICT 이사)는 KT에 몸 담았던 OB다.

이사회가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던 인물은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일 것이라는 말이 나왔으나 전 KT R&D(연구개발) 부문장 출신인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으로 확인됐다. 그는 박근혜 정부 당시 창조경제 선봉에 섰던 인물이며 KT 성장사업부문장(부사장)을 지냈기 때문에 역시 범 KT 인사로 분류된다.

KT와 관련이 없는 외부 인사로는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국내 IT 관료들 중 맏형으로 통하는 인물이며, 유일하게 KT와 연결고리가 없는 인사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9명의 회장 후보군 중 8명이 KT 인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인공지능 및 5G 시대를 맞아 거대 조직 KT를 지휘하려면 내부 조직을 잘 알아야 하며, 무엇보다 내부 통솔력이 있어야 한다는 KT 내부의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설이다. 다만 노 전 장관도 ICT 업계 전문가인데다 장관을 역임하며 전문성을 쌓았기 때문에, 8인의 내부 인사에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T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민영화 후 KT는 초반 이용경 사장, 남중수 사장을 기용했으나 이명박 정부 후 KT 외부인사인 이석채, 황창규 회장을 기용한 바 있다"면서 "이번에는 KT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회장이 되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여기에 KT가 현재 직면한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법,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영향력'도 있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고 귀뜸했다.

KT 이사회는 1차 회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 통신업계의 전문성을 염두에 둔 평가를 했다면, 2차 선정 과정에서는 KT 조직 내 비전에 무게를 두고 평가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말 이사회가 최종 후보 1명을 정하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포스트 황창규가 탄생할 전망이다.

KT 이사회의 회장 선출이 예상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KT 새노조는 "후보자 중 다수가 황창규 회장 체제에서 요직을 차지했던 임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불법정치자금 사건, 경영고문 불법 위촉사건 등에 연루된 황 회장의 최측근들도 버젓이 회장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면서 "이사회는 후보자 명단 공개에 그치지 말고, 회장 선출의 평가 기준과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 특히 후보자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반드시 후보자에게 기존 KT 적폐 경영의 폐해 진단과 이를 개혁할 방안을 듣고 이를 평가에 반영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