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금융당국이 일부 신탁 상품의 은행 판매를 일부 허용키로 했다. 전면 판매 금지에 따른 은행권의 반대의견을 다소 수렴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로 이자수익의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비이자 수익까지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주춤했던 은행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은행지주의 주가가 금융위의 투자자 보호 방안 발표 이후 일제히 상승세다. 발표 당일인 12일 KB금융은 11일 종가(4만 8000원)대비 0.7% 오른 4만 83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신한지주의 경우도 11일 종가(4만 3650원) 대비 1.26% 오른 4만 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전일대비 각각 1.62%, 3.96% 올랐다.

▲ 은행권에 대한 판매 제한 내용. 출처=금융위원회

ELT 판매 허용…은행 비이자이익 감소 효과는 ‘제한적’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개선 방안’ 최종안을 발표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해 DLF 상품과 구조적인 유사성을 지닌 ELT(주가연계특정금전신탁)를 포함한 사모펀드와 신탁 판매를 전면 제한하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은행권의 반발이 일자 당국은 개선안을 일부 수정해 기초자산이 주가지수이고 공모로 발행된 손실배수 1 이하인 파생결합증권에 한해 판매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만 예외가 인정된 ELT 판매의 경우도 올해 11월 잔액 이내로 그 판매량은 제한될 예정이다. 가장 최근 자료인 올해 8월 기준 은행권의 주가연계신탁 판매 잔고가 44조 3561억 원임을 고려했을 때 향후 은행사의 판매 제한 상한은 40조원 전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당 발표가 있은 후 4개 은행지주사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의 비이자 수익(수수료) 중에서도 이른 바 돈이 되는 '신탁'은 국내 5대 은행들의 수수료 수익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신탁판매 수수료는 대출규제, NIM(순이자마진) 하락 등 은행의 이자수익성 저하 우려에 비이자 부문을 키워온 은행이 재미를 본 부분이기도 하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5대 시중은행이 파생결합상품판매를 통해 1조9799억원의 수수료 이익을 올렸다. 상품별로 살펴보면 5대 은행이 판매한 파생결합상품 가운데 83%는 ELT, ELF(주가지수연계펀드)가 10.2%를 차지했다. 최근 문제가 된 DLS(파생결합증권)는 9조3105억원으로 4.5%, DLT(파생결합증권신탁)이 4조7618억원으로 2.3% 판매됐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난도 사모펀드의 경우 은행에서 판매가 제한되나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실물자산 기반일 경우에는 판매가 가능하다(파생상품이 내재될 경우 제외)”면서 “(4대 은행의) 파생결합상품 중 사모펀드면서 고난도 금융상품인 매출의 비중은 10% 수준으로 4대 은행의 비이자이익 감소는 10%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코스피지수, KRX은행업지수, 할인률 추이. 출처=유안타증권

자사주 소각에 주주친화책 강화…은행주 확대전략 ‘유효’

금융위의 이번 결정으로 우려 요인은 줄어든 데다 KB 자사주소각 등 주주친화정책 확대로 은행주 주가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거란 전망이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까지 이어진 견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올해 은행주 주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면서 "은행주의 배당매력은 여전한 가운데 이달 KB금융의 자사주 소각 등 금융지주사들의 주주친화책 강화 움직임이 보이고 있어 향후 은행주 주가의 완만한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올해 은행주는 저금리 기조와 실적 모멘텀 둔화, 규제리스크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였고 2020년에도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박 연구원은 "다만, 현재 은행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밸류에이션을 부여받고 있다"면서 "내년도에는 저평가매력에 기반한 주가 변곡점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