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넷플릭스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글로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가 딜레마에 빠졌다. 디즈니, 애플 등 경쟁업체들의 OTT가 저렴한 서비스 이용가격을 앞세워 업계 1위 업체인 넷플릭스를 견제함에 따라 넷플릭스의 이용자들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기업 분석가들은 넷플릭스가 이용요금 조정 등 변화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강력한 대항마들의 등장 

지난 11월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콘텐츠 기업 월트디즈니社는 100% 자사의 콘텐츠들로만 채운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를 선보이며 넷플릭스가 독주하고 있는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디즈니플러스 이용요금은 월 6.99달러(약 8200원), 연 69달러(약 8만800원) 수준이다. 그리고 애플의 OTT ‘애플TV’의 이용요금은 월 4.99달러(약 6000원) 그리고 ‘훌루’ OTT의 이용요금은 월 5.99달러(약 7000원) 수준으로 책정돼있다.   

▲ 출처=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의 이용요금은 한 아이디로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인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이 변동의 폭을 감안한 넷플릭스 이용요금은 현재 월 8.99달러(약 1만500원)에서 15.99달러(약 1만8700원) 수준이다.

그간 넷플릭스는 거의 스트리밍 업계를 사실상 독식하고 있었다. 거기에 넷플릭스 수준으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경쟁 상대도 없었기에 이용요금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리지널 콘텐츠 보유량과 제작 역량에 있어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월트 디즈니와 세계 최강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애플 등 넷플릭스가 따라갈 수 없는 경쟁력들을 보유한 업체들이 OTT 시장에 뛰어들면서 스트리밍 업계 내 넷플릭스의 입지도 변하기 시작했다.   

비용과 가격의 딜레마 

일련의 상황에 대해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확장으로 대응했다. 올 한해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약 150억달러(약 17조5600억원)라는 큰 돈을 투자했다. 장기 구독자들을 유지하는 것과 신규 구독자를 유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자적 콘텐츠의 강화라는 계산이었다. 이런 맥락으로 넷플릭스는 글로벌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들의 독점 방영 판권을 확보하거나,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작품 제작을 지원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우리나라의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JTBC 등과도 콘텐츠 공동 제작을 위한 제휴를 맺기도 했다.   

이렇듯 적극적인 투자는 단기적 관점의 손실로 반영됐다. 지난해 넷플릭스는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양질의 독자적 콘텐츠를 확보해 구독자들을 최대한 오래 잡아둔다’라는 전략적 의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 적자는 그렇게 부정적으로 해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예상과는 다르게 최근 구독자 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넷플릭스의 고민이 깊어졌다. 

올해 2분기 발표된 넷플릭스의 실적 지표에 따르면 2분기 넷플릭스의 전 세계 신규 가입자 수는 270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실적 발표 전 넷플릭스가 예상한 500만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아울러 넷플릭스의 미국 내 가입자 수 역시 직전 분기보다 약 13만명 줄었다. 이 영향으로 넷플릭스의 2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감소한 2억7000만달러(약 3163억원)를 기록했다.  

콘텐츠를 강화하자는 방향성으로 보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대한 넷플릭스의 투자는 계속 이뤄질 것이기에 그로 인한 손실을 ‘약간 줄이는’ 차원인 현재의 이용요금이 낮아질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다분히 넷플릭스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저가격 정책과 독자 콘텐츠 역량 강화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디즈니·애플 등의 도전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넷플릭스의 행보는 미국 내에서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 넷플릭스에 대한 평가를 다운그레이드한 니드햄((Needham)과 씨티(Citi)의 의견. 출처= Bloomberg

글로벌 투자기업 니드햄(Needham)의 애널리스트 로라 마틴(Laura Martin)은 “넷플릭스가 디즈니플러스, 애플플러스, 훌루, CBS 올 액세스 등 경쟁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저렴한 가격의 새로운 서비스 혹은 요금제를 추가해야한다”면서 “현재의 넷플릭스 가입자 감소 추이를 고려하면 2020년 미국 내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최대 400만명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로라 마틴은 “적자가 누적된다고 할지라도 가입자 수가 늘어난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적자는 늘어나고 있다”라면서 “요금제를 낮춰 신규 가입자들을 다시 유입시키거나 혹은 영상 재생 중 상업광고를 삽입하지 않는 넷플릭스의 원칙도 다시 검토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투자 자문 서비스 기업 키뱅크 캐피탈 마켓(KeyBanc Capital Markets)은 “최근 넷플릭스는 콘텐츠 대기업(월트 디즈니), 모바일 디바이스 기업(애플) 등 자사의 OTT 플랫폼을 확산시킬 수 있는 독보적 역량을 보유한 업체들과의 경쟁에 직면했다”라면서 “여기에 점점 줄어들고 있는 가입자 수 추이로 넷플릭스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