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위워크의 상장실패로 온디맨드 플랫폼 전반은 물론, 스타트업 거품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국내에서 11개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직접 11번째 유니콘의 등장을 알린 가운데 일각에서는 ‘거품 리스크’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 11개 유니콘 시대가 열렸다. 출처=갈무리

유니콘 전성시대

중소벤처기업부는 10일 바이오시밀러(면역치료제) 제조업체인 에이프로젠이 유니콘 기업이 됐다고 밝혔다. 국내 기준으로 에이프로젠은 11번째다. 국가별 유니콘 기업 순위는 미국(210개사), 중국(102개사), 영국(22개사), 인도(18개사)에 이어 독일과 함께 공동 5위로 상승했다. 한국의 국가별 유니콘 기업 순위는 2018년 6월 7위에서 2019년 5월 5위로 상승한 후 한 때 독일에 밀려 6위로 낮아졌지만 10번째 유니콘 기업인 무신사에 11번째 에이프로젠의 등재와 함께 다시 5위로 올라섰다.

국내 유니콘 기업의 숫자가 많아지는 것은 물론, 탄생속도가 가속화되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 과거에는 유니콘 기업이 늘어나는 데 평균 1년 이상 소요된 것에 비해, 지금은 그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다. 누적 기준으로 연도별 국내 유니콘 기업 숫자를 보면 2014년 말 2개에서 2017년 말 3개에 불과했으나 2018년 말에는 6개, 2019년 말에는 무려 11개가 됐다.

박영선 장관은 “유니콘 기업 수가 증가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창업자와 벤처투자자의 땀과 노력으로 벤처생태계가 성숙되는 증거”라면서 “정부도 스케일업 펀드 조성 등 벤처투자 확대와 예비 유니콘 기업 발굴·육성 등을 통해 더 많은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 있는 벤처 생태계 조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리스크는 없나

국내 유니콘 기업 숫자가 많아지고, 또 등장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등장한 유니콘의 면면을 보면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 11개 유니콘 기업은 쿠팡, 크래프톤, 옐로모바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엘앤피코스메틱, 위메프,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야놀자, 지피클럽, 무신사, 에이프로젠이다. 여기에서 무려 5개인 쿠팡과 위메프, 우아한형제들, 야놀자, 무신사가 이른바 플랫폼 사업자다. 비중으로 보면 절반에 가깝다.

플랫폼 기업도 당연히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고, 이는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의 트렌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쏠림 현상은 우려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나아가 이들이 국내 시장을 바탕으로 설계된 기업이고,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빠른 해외 진출이 어렵다는 점에서 제한적인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나마 우아한형제들 정도가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타진하는 상황이다.

특히 플랫폼 기업은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며 벌어지는 다양한 파생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 배달앱 업계에서 종종 벌어지는 불량 라이더 및 불량점주, 갑질손님 문제가 단적인 사례다. 야놀자의 경우 한 때 자사 프랜차이즈 숙소에서 성매매 사건이 벌어지며 다소 억울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러한 리스크가 당장의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효과에 치명적이다.

플랫폼 기업이 많다는 것은 기술기반 유니콘의 부재가 심하다는 비판으로도 이어진다. 물론 이 대목에서도 로봇 경쟁력을 통해 푸드테크 인프라를 키우고 있는 배달의민족은 예외지만, 대부분의 유니콘 기업들이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선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은 아쉽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11번째 유니콘인 에이프로젠은 바이오시밀러 기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다는 말이 나오지만, 제약 바이오 업계 특유의 버블 논란은 뇌관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부처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유니콘 기업도 있다. 비바리퍼블리카와 크래프톤이 거론된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제3인터넷전문은행 및 증권업 설립 추진에 나서며 외연 확장을 이뤄내야 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정부와 치열한 눈치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주 전원의 동의를 얻어 기존에 발행된 상환전환우선주 (RCPS: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hares) 전량을 전환우선주(CPS)로 전환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크래프톤은 게임업계의 특성상 주 52시간 근무제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된 현안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11개 유니콘 기업 중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기업도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옐로모바일이다. O2O 연합 플랫폼으로 탄생한 옐로모바일은 한 때 국내 스타트업 벤처 연합군을 이끌었으나 지금은 사실상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분위기다. 주력 계열사는 분리되고 있으며 건물 임대료까지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는 등 크게 휘청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옐로모바일을 유니콘 기업으로 보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는 반응이다.

쿠팡과 위메프도 논란이다.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은 쿠팡의 경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는데 성공했으나 올해 손실이 지난해와 비슷한 1조97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누적 손실만 4조원이다. 올해 13조8000억원 이상의 거래액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으나, 발 밑의 공포는 현재 진행형이다.

위메프도 비슷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때 자본잠식에 빠려 허우적댔으나 10일 IMM인베스트먼트(IMM)로부터 1200억원을 투자받아 간신히 한 숨 돌리고 있다. 하반기에만 총 37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야놀자도 마찬가지다. 2018년 188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양적인 성장을 이뤘으나 적자만 189억원이다.

대부분의 유니콘 기업들에 해외자본이 대거 들어온 장면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비바리퍼블리카의 경우 세계적 투자사 클라이너퍼킨스,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GIC, 세콰이어 차이나, 베세머벤처파트너스 등이 포진했다. 쿠팡의 대주주는 일본 손정의 회장이 이끌고 있는 소프트뱅크며 야놀자는 싱가포르투자청이 주주로 들어가 있다. 국가별로 보면 일본 자금이 많이 들어간 유니콘 기업은 쿠팡, 옐로모바일이 거론되며 크래프톤은 중국 자본이 90% 이상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거의 100%에 가까운 자본 출처가 미국이다.

결론적으로 11개 국내 유니콘 기업의 내실을 천천히 살펴보면, 지나치게 약점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투자회수관리과 김중길 사무관은 이러한 지적에 “(이번에 발표한 유니콘 기업은)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해 발표한 것이 아닌, 민간의 기업가치 산정을 정부가 발표한 것”이라면서 “정부는 예비 유니콘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숫자가 중요한 것 아니다

국내 유니콘 기업의 숫자가 많아지고 있으나 ‘과연 11개 유니콘 기업 모두 탄탄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선뜻 하기 어렵다.

다만 유니콘 기업에 대해 국내 전용 기업이 대다수며 플랫폼 기업 쏠림 현상은 물론 기술기반 기업의 숫자가 적고 정부부처 이슈가 첨예하며 적자 투성이에 해외자본 일색이라는 비판은 큰 리스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유니콘 기업도 국내 전용 기업으로 시작하지만 훗날 다양한 로드맵을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반박이 나온다. 플랫폼 기업 쏠림 현상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시작된 O2O 트렌드의 일환이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생태계를 연결해 수요와 공급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 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기술기반 기업은 에이프로젠의 등장 등 다양한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으며 스타트업에 당장의 매출보다 미래의 비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경이 없는 ICT 시대를 맞아 외국자본과의 협력을 ‘잠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오히려 이 대목을 비판하고 싶다면 국내 자본의 제대로 된 ‘투자 본능’을 갖추는 것이 먼저라는 주장이 나온다.

엄정한 컴버니비 대표(변리사)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넓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유니콘 기업들도 혁신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면서 "다만 유니콘의 숫자가 전부가 아니다. 내실있게 유니콘을 길러낼 수 있는 환경을 창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