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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큐레이션]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타다 논란 점입가경..단순한 진리 깨우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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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 시대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쓴 <노예의 길>에는 재미있는 부제가 달려있다. 바로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진실’이다. 무슨 진실일까. 어두운 진실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유주의를 배척한 사회는 모두가 노예가 되는 길이라고 일갈하면서,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개인의 자유를 마음껏 보장하는 자유시장경제 체제가 최고의 가치라고 설파했다.

그의 주장은 일장일단이 있다. 당장 미중 무역전쟁의 흐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와 다양성의 나라 미국은 단일지도자체제를 갖춘 중국과의 싸움에서 ‘온전한 전력의 집중’을 이뤄내지 못하는 행보를 연출하기도 한다. 일부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강력한 지배력으로 민간시장을 콘트롤하는 중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어려운 난제들을 쉽게 풀어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들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도 2차 세계대전 후 나치즘의 광기를 목도한 당대의 ‘박제된’ 지식인일 뿐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다만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말년에 자기의 눈으로 목도했듯이, 1990년대 사회주의 소련과 동유럽은 몰락했고 지금은 자유시장경제의 시대가 만개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도 뚜렷한 부작용과 반작용이 존재하고 있으나, 지금이 ‘기회의 시대’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정부가 계획하고 설정한 시대는 오래가지 못한다”

   
▲ 타다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출처=VCNC

충돌, 또 충돌

쏘카 VCNC 타다를 둘러싼 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카풀 논쟁을 거치며 택시업계의 입김이 강해지나 싶더니, 플랫폼 택시 로드맵이 발표되고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회사로 변신하는 한편, 박홍근 의원실의 소위 타다 금지법이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 반대의견을 냈으마 무위로 돌아갔다.

박 의원은 타다 금지법이 아니라 타다를 제도권으로 품으려는 시도라는 주장이지만, 개정안 중 운전자 알선 허용 범위에 있어 관광 목적으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를 빌리는 경우로 한정하는 등 타다의 운행 근거를 박탁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박 의원실 개정안을 두고 ‘타다가 제도권 플랫폼 택시로 들어오라는 뜻’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시작부터 타다가 예외조항을 중심으로 작동했는데, 법안 개정을 통해 이를 원천금지하며 플랫폼 택시의 내부로 들어오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모두가 걸어가는 상황에서 누군가 달리기를 시작하자 “달리지 말고 걸어라”고 명령하며 “걸으면 제도권으로 인정하겠다”는 격이다.

9일 현재 국회 및 업계 내외부를 취재한 결과, 타다 금지법이 큰 무리없이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만 나름의 ‘반전’도 있을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타다 금지법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오며, 일각에서는 각 당이 타다 금지법을 두고 의원 재량에 맡겼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법안이 속전속결로 국회 국토교통위 소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며 이 과정에서 명확한 토론도 벌어지지 없는 등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기류가 우세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국회 본회의 통과 후 1년 6개월이 지나면 타다는 완전히 멈추게 된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모회사 쏘카를 이끄는 이재웅 대표는 연일 강공모드다. 그는 최근 수 차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홍근 의원은 물론 정부를 상대로 성토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쏘카와 VCNC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결정된 후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치권 일각에서 이를 두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제 타다 금지법이 빠르게 입법절차를 밟고있는 현 상황에 대한 비분강개를 터트리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9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래를 이렇게 막아버리는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또 다른 미래 역시 정치적 고려로 막힐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정말 이해가 안돼서 가슴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타다 금지법을 두고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과 ‘타다의 원죄’라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 영국의 자동차 산업을 망친 것으로 평가되는 적기조례까지 운운하며 혁신을 가로막은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한편,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택시업계의 입김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에 나서고 있다. 반면 후자의 경우 타다는 혁신이 아니며, 타다에만 예외조항을 두어 상대적 우위를 허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 이재웅 대표의 페이스북 글이 보인다. 출처=갈무리

디테일하게 들여다보자

VCNC 타다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찬반 양쪽의 주장과 근거를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먼저 ‘해도 너무한다’의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이들은 영국의 적기조례를 들어 정부가 과도하게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지만, 사실 영국의 적기조례는 영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기는 했으나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것은 아니다.

영국이 1862년 사상 최초로 실용화된 자동차를 처음으로 등장시키며 자동차 산업의 최초 타이틀을 가져간 것은 사실이다. 증기기관을 탑재한 본 차량이 런던 인근을 운행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위협을 느낀 마부들과 열차 노동조합이 정부를 압박해 빅토리아 여왕 시대인 1865년 적기조례가 등장하며 영국의 자동차 산업이 퇴보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적기조례로 완전히 붕괴된 것이 아니라, 이후 본격적인 자동차 시대가 열렸을 당시 정부의 과도한 간섭으로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

이른바 ‘영국병’이다. 영국은 1950년대와 1960년대를 거치며 저효율 및 고임금의 늪에 빠졌으며 이 때 다른 산업과 함께 자동차 산업도 결정적인 타격을 받는다. 당시 경쟁자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으나, 영국 정부는 고실업 지역에 공장을 건설하는 자국 자동차 회사들에게 장기 무이자 혜택을 주는 ‘마약처방’에만 급급했다. 영국의 자동차 자존심인 로버그룹도 이 때 ‘정부의 단 꿈’에 취해 무너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즉 적기조례 하나에만 영국 자동차 산업의 붕괴 책임을 묻기는 어렵고, 진짜 원인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있다는 쪽이 맞다. 그런 이유로 현재 한국의 모빌리티 시장을 비판하는 이들, 특히 ‘해도 너무한다’고 주장하는 진영의 논의 포인트는 세밀한 영점조정이 불가피하다. 적기조례와 같은 ‘황당한 법’에 이어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동시에 비판해야 영국의 자동차 산업 붕괴 원인을 찾을 수 있고, 현재의 타다 금지법을 더 효과적으로 비판할 수 있다.

‘정치권이 총선을 의식해 택시업계의 주장만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주장에도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현상은 물론 부정적인 효과를 발휘하지만, 이 역시 민주주의 시스템의 원리로 인정하는 자세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역구에 차고지가 많은 박홍근 의원실이 타다 금지법의 총대를 맨 것도 결국 민의를 대변해야 하는 국회의원의 의무며, 또 슬프지만 현실이다. 이 자체가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인류는 이 이상의 정치 시스템을 발견하지 못했다.

‘타다의 원죄’를 주장하는 진영의 목소리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들은 우선 타다가 혁신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작부터 ‘엄청난 혁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온디맨드 플랫폼의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일차적 비즈니스 모델만 보면 절대 혁신을 발견할 수 없지만, 혁신은 시작부터 완성이 아닌 과정을 거쳐야 완성이 된다.

클라우드 기술이 혁신인 이유는 복잡하고 대단한 기술의 복합체여서가 아닌, 다양한 데이터를 빠르게 취합해 분석하며 많은 기술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있다. 혁신에는 과정이 필요하고, 특정 플랫폼과 서비스의 끝에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나느냐에 혁신의 열쇠가 있다. 모빌리티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차가 도시를 누비고 원격으로 인공지능이 신호등 체제를 작동시킨다고 혁신이 아니라, 이들이 어우러져 이동의 모든 것을 온전히 유기적으로 담아낼 때 혁신이 된다. 우리는 그 혁신의 맛도 아직 보지 못한 셈이다.

타다만을 예외조항으로 두어 우대하는 것은 평등경쟁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빈틈이 있다. 우선 법의 예외조항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모든 비즈니스 모델을 불법으로 규정한다면, 이는 산업의 불규칙성에서 탄생한 새로운 변혁의 기회를 원천봉쇄하는 셈이다. 오픈넷은 최근 “법조문에 합법으로 규정된 행위를 입법취지와 동떨어졌다는 이유로 불법이라 부를 수 없다”면서 “타다의 영업은 법망을 피한 것이지 불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생겨나는 새로운 서비스나 품목의 시장진입을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VCNC는 수 차례 유관부처와 서울시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으며, 이에 대해 정부는 명확한 답변을 피하면서도 대체로 큰 문제를 삼지 않았던 사례도 있다.

여기서 만약, 타다가 예외조항을 통해 택시업계에 괴멸적인 피해를 입힌다면 이는 다른 문제가 된다. 그러나 타다 베이직의 등장으로 택시업계가 피해를 입었다는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상조 청와대 실장이 지난 6일 서울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열린 공공상생연대기금·경향신문 공동주최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타다로 인해) 수십만 택시 운전사가 입는 피해를 방치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관련된 데이터는 제시하지 못했다. 서울시 개인택시 운행수입은 지난 10월 1692억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으며, 심지어 타다는 3%의 운송 부담률을 가진 택시가 아닌 수송분담율 50%의 자동차 소유시장을 목표로 하는 서비스다. 택시회사의 고질적인 쥐어짜기에 지친 택시기사와 노조가 아닌, 현대자동차가 타다에 날을 세워야 한다.

   
▲ 박재욱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마지막 시사점, 그리고 다양성

타다를 둘러싼 논란을 디테일하게 조명했다면, 이제 마지막 시사점을 들여다 볼 차례다. 바로 박홍근 의원실의 개정안이 가진 ‘선의’다.

박 의원실의 개정안에는 여러 가지 포석이 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여기에는 ‘택시업계 종사자들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다’는 선의도 분명히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그 어려움에는 실체가 없다는 말이 나오지만, 간혹 우리는 이성적인 분석과 논리보다는 거칠고 급진적인 절규에 더욱 동조하는 법이다. 특히 세상이 험악하고 거칠 때 더욱.

박 의원의 ‘선의’에 온전히 집중하면, 역시 개정안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진다. 신사업의 등장으로 구사업의 고통스러운 종말을 당연시 여긴다면 이는 사람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금 서술했듯이 그 선의는 이성적인 분석과 논리가 없고 거칠고 급진적인 절규만 담겼다.

   
▲ 택시업계 집회가 열리고 있다. 출처=뉴시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다양성 부재의 시대로 함몰될 수 밖에 없다. 택시업계와 협력하는 우버와 카카오 모빌리티, KST 모빌리티가 뛰고 택시업계와 협력하지 않는 또 다른 모델이 등장해 시장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 승률을 높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반대의 길로 질주하고 있고, 그 뿌리에는 택시업계 종사자들을 향한 선의가 미묘한 파열음을 내며 삐걱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다. 당초 모빌리티 업계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통해 지난 4월 플랫폼 택시 로드맵이 나온 후, 7월까지 정부가 가이드 라인을 설정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 요구한 것은 정부의 강제적 시장 진입이 아닌, 말 그대로 최소한의 '판'을 펼쳐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택시기사를 위한 '선의'를 바탕으로 과도한 협업의 꿈만 강제하고 있다. 이는 업계도, 고객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표류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다.   

결국 복잡하게 돌아가는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려면, 또 깨우치려면 하나의 방법 외에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자동차의 등장과 함께 일자리를 잃기 시작한 마부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고, 2차 세계대전 후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영국병을 기꺼이 받아들였던 선의를 보여준, 영국의 오래된 속담을 되새길 차례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12.09  13: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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