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항공업계를 덮친 ‘보이콧 재팬’ 여파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항공사들은 겨울철 성수기인 대양주 및 동남아, 괌 등 타 지역 노선을 늘리고 있지만 실제 수익성 제고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 여행객 수는 8월 이후 줄곧 감소하고 있다. 지난 11월 한 달간 국내 항공사들의 일본 노선 여객수는 총 89만1851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158만3025명과 비교할 경우 43.7% 감소한 수치다. 같은 달 일본 노선 운항편수도 5759편으로 전년 동기 9547편 대비 39.7% 줄었다. 

공항별로 보면 청주공항은 503명을 수송해 전년 동기 대비 91.5% 줄었다. 이어 대구공항은 76.7% 감소한 2만1296명을 기록했으며, 김해공항과 제주공항도 각각 62.0%, 45.3%씩 여객수가 줄었다. 

무안국제공항과 양양국제공항의 일본노선은 자취를 감췄다. 무안공항은 간사이, 기타큐슈, 마쓰모토 등 3개 지역 노선이 운항됐으나 현재는 운항을 중지했다. 양양공항의 경우 소형 항공사 코리아익스프레스가 양양~기타큐슈 노선을 운영했지만 이 또한 현재는 운항하지 않고 있다.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던 일본 여행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모양새다. 실제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한일 무역 갈등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7월 180만3025명에 달했던 일본여객 수는 8월 152만9039명, 9월 107만5471명, 10월 105만2326명 순으로 줄었다. 지난해 같은 달 177만154명과 비교할 경우 40%가량 줄어든 수치다. 

자동차, 의류 등 소비재의 경우 일본 기업의 매출이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항공과 여행에서만은 ‘보이콧 재팬’ 여파가 장기화 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 여객 감소 여파에 잇따라 운항편수를 줄이고 동남아, 중국 등 타 지역 노선을 늘리며 수익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우선, 겨울철이 성수기인 대양주 지역 노선이 새롭게 개설된다. 대한항공은 오는 24일부터 인천발 뉴질랜드 오클랜드와 크라이스트처치에 291석 규모의 보잉 777-300ER 전세기를 주1회 씩 총 20회 운항한다. 

대한항공은 오클랜드 노선의 동계 시즌 꾸준한 방문객 증가에 따라 지난 10월 27일부터 정기편을 기존 중형기(보잉 777-300ER) 주 5회 운항에서 대형기(보잉 747-8i) 주 7회 확대 운영하고 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동계 기간 중 대양주 지역에 시드니 주 7회, 브리즈번 주 7회, 오클랜드 주 7회 정기편뿐 아니라 오클랜드 주 1회, 크라이스트처치 주 1회 전세기 운항까지 인천에서 출발하는 총 주간 23회의 운항편을 제공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이달 26일부터 내년 2월 20일가지 인천~호주 멜버른 직항편을 주1회 운항한다. 해당 지역은 그간 한국에서 직항편이 없어 경유 노선을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직항노선 개설로 고객들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장거리 운항이 어려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동남아와 괌 등을 위주로 공급확대에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11월 21일 인천발 베트남 푸꾸옥, 필리핀 보홀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2개 노선 모두 인천국제공항에서 주7회 운항한다. 또한 제주항공은 이달 24일부터는 무안~괌 노선에 주7회 일정으로 신규취항 한다. 

티웨이항공은 10월 27일부터 보라카이·가오슝·타이중 등 3개노선을 신규 취항하고 있다. 특히 부산~타이중 노선과 대구~보라카이(칼리보) 노선은 티웨이항공의 단독 노선이다. 지난달 22일에는 주 7회 일정으로 인천~태국 치앙마이 노선도 신규 개설했다. 

진에어는 운항 중인 인천~조호르바루(말레이시아) 노선을 오는 25일부터 기존 주 7회에서 14회로 확대 운항한다. 내년 1월 6일부터 3월 1일까지는 인천~괌 노선에 투입되던 기재 중 하나를 대형기인 B777(393석)로 변경 운항할 예정이다. 이밖에 부산발 괌 노선에 대해선 오전편을 확대해 매일 2회 운항한다.

이 밖에 최근 인천 진출을 선언한 에어부산도 지난달부터 인천~필리핀 세부 노선에 주7회 일정으로 신규 취항했다. 에어서울 또한 성수기를 맞은 인천~씨엠립(캄보디아) 노선을 오는 2월까지 주4회에서 7회로 증편, 운항한다. 

다만 항공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실제 수익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항공업계가 대양주와 동남아 등 대체 노선을 준비했지만 일본 여객 수요를 완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현준 DB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일본 경제 제재 이슈 여파가 지속되면서 패키지 송출객 부진이 이어졌다”며 “일부 여행 수요가 남태평양 등 타 지역으로 이전되고 있지만 송출객 반등을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항공업계 관계자 또한 “일본 노선에서 뺀 항공기를 그냥 세워둘 수 없어 항공 자유화 협정 체결 지역 위주로 노선을 늘리고 있지만 출혈경쟁이 커 수익성 제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이어 “한일관계가 회복되면 운항재개는 있을 수 있겠지만 예전만큼 많은 여객수를 확보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