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비싸긴 하지만 친절한 서비스에 제품도 만족스럽다” 한 고객이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SSG 푸드마켓 도곡점’을 이용한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후기 내용이다. 이마트·롯데쇼핑 등 두 유력 유통업체는 현재 구매력 높은 소비자들이 모여 있는 상권에서 ‘프리미엄 수퍼’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 업력은 비교적 짧지만 타깃 고객들 사이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롯데쇼핑은 프리미엄 수퍼 매장을 각각 6곳, 9곳 운영하고 있다.

두 업체 모두 서울 강남이나 부산광역시 핵심 상권 등 비교적 높은 소득 수준을 갖춘 인구가 밀집한 곳에 프리미엄 수퍼 매장을 세운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사업 특성에 있어서도 많은 부분에서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 이마트 PK마켓. 출처= 신세계그룹 공식 블로그 캡처.

이마트, PK 마켓·SSG 푸드마켓 운영…그로서란트·고급 서비스로 차별화

이마트는 신세계 그룹 계열사 신세계 프라퍼티에서 운영하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3곳에 하나씩 입점 돼 있는 ‘PK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9월 1호점인 하남점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3년여 기간 동안 사업을 이어왔다.

PK마켓은 고객이 현장에서 구매한 식재료를 셰프에게 전달하면 바로 조리해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한 특징으로 갖췄다. 이마트는 이 같은 매장 형태를 ‘그로서란트’라고 설명한다. 그로서란트는 식재료(grocery)와 레스토랑(restaurant) 두 단어의 합성어다. 소비자에게 식재료를 고르게 하는 대신 조리 음식의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한다.

이마트 PK마켓이 프리미엄 수퍼로 분류되는 이유는 고급 식재료를 취급하고 현장에서 조리하는 등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PK마켓 고양점에서는 랍스터, 소고기 스테이크를 원재료로 쓰는 점포를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또 작년 12월 신세계백화점으로부터 양수한 프리미엄 수퍼 ‘SSG 푸드마켓’을 서울·부산 등 두 지역에서 3곳 운영하고 있다. SSG 푸드마켓도 PK마켓과 마찬가지로 고급 식재료와 함께 수입한 와인, 가공식품 등 고급 상품들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SSG 푸드마켓은 고객에게 식재료에 대한 전문 정보를 알려주는 직원 ‘SSG 파트너’를 운용하고 발렛 주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도 차별성으로 내세운다.

▲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 일원점의 내부 모습. 출처= 롯데쇼핑라이브 공식 블로그 캡처

롯데쇼핑, ‘롯데 프리미엄 푸드 마켓’

롯데쇼핑은 ‘소득 상위 30%’ 고객을 공식적인 공략 타깃으로 둔 고급 매장 ‘프리미엄 푸드 마켓’을 2016년 6월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롯데 프리미엄 푸드 마켓은 이마트의 두 프리미엄 수퍼 브랜드와는 점포 설립 방식이나 입점 형태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롯데 프리미엄 푸드 마켓은 단독 매장으로 신규 출점되거나 기존 준대형 점포(SSM) 롯데수퍼 매장에서 콘셉트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설립된다.

이에 비해 PK마켓은 스타필드에 입점하는 숍인숍 방식으로 설립된다. SSG 푸드마켓은 단독 매장으로 처음 오픈하거나 2003년부터 운영돼온 그룹 프리미엄 수퍼 브랜드의 시초 ‘스타슈퍼’에서 전환(서울 도곡점)되는 등 방식으로 세워졌다.

롯데 프리미엄 푸드 마켓의 컨셉트는 이마트의 동종 매장들과 유사하다. 취급 상품 8000여종 가운데 5%를 매장 단독 고급 상품으로 구성하고 있다. 차이점으로는 나머지 진열 상품 95%을 기존 롯데수퍼 매장의 고급 식품관(40%)이나 일반 상품(55%)으로 채운 점이 꼽힌다. 고급 상품으로 차별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여러 가격대의 상품을 찾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전략이다.

▲ 이마트 SSG 푸드 마켓. 출처= 신세계그룹 공식 블로그 캡처

이마트는 ‘고전’, 롯데쇼핑은 ‘고심’

현재 양사 모두 각 프리미엄 수퍼 사업의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일련의 행보를 살펴볼 때 두 업체의 사업 성과에는 온도 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마트는 작년 1월 서울 목동에 위치한 SSG 푸드마켓 목동점을 폐점했다. 폐점 사유를 밝히지는 않고 있다. 목동점 소재지에 다른 점포를 열거나 새 위치에 신규 출점하지 않은 점을 미뤄볼 때 저조한 수익성을 감안한 결정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후 현재까지 SSG 푸드마켓 점포 수는 3개로 2년 가까이 유지돼오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작년 8월 선언했던 PK마켓 미국 진출도 유야무야해진 실정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당초 올해 하반기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피코크(Peacock)’의 제품과 고급 식재료를 강점으로 지닌 PK마켓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오픈할 예정이었다. LA 번화가인 사우스 올리브 스트리트에 위치한 복합상업시설의 세 개 층을 임대하기도 했다. 이날 현재 오픈 일정은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국내 사업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PK마켓의 현지화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미국 PK마켓은 그로서란트 매장 형태로 조성할 예정이지만 아직 다양한 변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매장들의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힘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기존 롯데수퍼 점포를 상권 특성에 맞춰 프리미엄 푸드 마켓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활용해 이마트 보단 빠른 속도로 점포 수를 늘려왔다. 작년 12월에는 온라인몰을 구축해 기존 롯데수퍼 온라인몰과 연동시키는 등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이마트와 달리 프리미엄 푸드 마켓을 국내에서만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출점 전략을 선택했다. 유통산업발전법 등 규제의 영향으로, 매장을 신규 오픈하기보다 기존 롯데수퍼 매장을 전환하는 방식 위주로 점포를 늘려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 프리미엄 푸드 마켓 9곳의 매출액 신장률은 올해를 기준으로 전년 대비 20% 가량 늘어나는 등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롯데 프리미엄 푸드 마켓의 신규 입점 위치로 수도권이나 전국 프리미엄 상권에서 발굴하고 있다”며 “기존 롯데수퍼 매장 가운데 프리미엄 상권에 위치한 점포를 전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 업계에서는 현재 업황을 미뤄볼 때 두 업체가 프리미엄 수퍼 사업을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급 콘셉트를 지향하는 매장 특성 상 인적자원을 관리하는 등 운영 과정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상권을 찾기 어려워 브랜드 입지를 확장하기 녹록지 않다는 관측이다. 때문에 사업 초기 앞세운 고급 감성을 살리는 동시에, 모객을 위한 차별화 전략을 전개해야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민동원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들은 현재 단순히 비싸거나 품질 좋은 제품들을 많이 갖추고 있다고 해당 매장을 찾진 않는다”며 “프리미엄 수퍼는 편리한 배송 서비스를 구축하거나 포장 편의성을 강화하는 등 신규 차별화 전략을 발굴·도입해야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