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밀레니얼 세대가 명품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영앤리치(Young&Rich) 말 그대로 젊은 부자 모시기에 적극적이다. 그렇다고 부자만 명품을 사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 ‘플렉스(돈자랑을 하다라는 뜻의 은어)’ 열풍이 불면서 자기만족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명품이 점점 대중화되고 소비 연령이 낮아지면서 한동안 국내 명품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열린 루이비통 팝업스토어. 출처=신세계백화점

‘플렉스’가 뭐길래...20대 명품 소비↑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올해는 특히 양극화 소비가 심하게 나타났다.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국내 럭셔리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지난 2년 사이 약 3.5배 커졌다. 특히 20대는 2017년 3분기 대비 명품 구매 건수가 약 7.5배 증가했고, 연령대별 이용 비중에서도 6.4% 포인트 늘었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명품 신상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본인의 SNS에 올리기도 한다. 명품을 구매한 뒤에는 언박싱(박스 포장을 여는 것)하는 과정은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린다. ‘행복하기 위해 소비한다’는 밀레니얼 세대는 SNS에 구매 인증을 올림으로써 그 소비를 완성하는 것이다.

▲ 명품 이용건수와 연령 별 이용 비중. 출처=롯데멤버스

사회 초년생이나 일반 직장인의 경우엔 생활용품 같은 반복 소비 물품에 대해선 적은 돈을 들이면서도 자기만족을 위한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성장과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선 자신을 조금이라도 더 과시하기 위해 고가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명품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진 점도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20대는 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인플루언서를 통해 명품 정보를 얻고 있었고(26.7%), 구매채널 중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곳은 브랜드 매장(12.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왕 명품을 구매할거면 플래그십 스토어나 직영 매장에서 남들보다 빨리 신상품을 획득해 플렉스하는 기분을 더 즐기기 위함이다. 명품 구매가 과소비가 아닌 본인을 위한 행복한 소비의 의미로 자기만족이 더 큰 셈이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SNS나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 경우가 증가하다보니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도 온라인 몰 설립에 집중하고 있다. 까르띠에, 피아제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스위스 리치몬드그룹은 작년 온라인 명품 쇼핑몰 ‘육스네타포르테(YNAP)’를 인수했다.

반면 30대(38.5%), 40대(38.3%)는 명품 구매 채널로 백화점을 가장 선호했다. 선호 이유로는 가품에 대한 우려가 없고, VIP 승급으로 라운지 이용 혜택, 교환과 반품의 편리성 등의 답변이 주를 이뤘다.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온라인 중고 거래를 자주 이용하는 국내 밀레니얼 소비자들은 ‘질리면 나중에 팔면 된다’는 생각으로 한정판 명품 구입을 망설이지 않는다”면서 “평소에는 돈을 아끼다가 비싼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돈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 코너에 사람이 몰려있다. 출처=롯데백화점

명품이어도 ‘실용성’ 따진다

20대가 명품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특징은 1위 디자인(59.2%), 2위 실용성(32.5%), 3위 가격대(32.3%), 4위 브랜드 네임(32.1%)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디자인은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지만, 다른 항목에서는 세대별 차이가 뚜렷했다. 예를 들어 30대의 경우 디자인(53.6%) 다음으로 브랜드 네임(31.6%)을 중시했고, 실용성(26.5%)은 상대적으로 적게 고려해 20대와 명품 구매 목적에 차이가 있었다.

명품 구매에 있어서도 비교적 가성비 높은 상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대 명품 주 구매 품목으로는 반지갑(34.2%), 카드지갑(25.1%), 운동화(23.1%) 등 실용적인 아이템들이 TOP3를 차지했다. 특히 운동화는 명품 구매 품목 전체 1위(27.7%)로 꼽혔다. 다음 순으로는 반지갑(25.9%)의 인기가 높았고, 명품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가방은 50대에서만 순위권에 올랐다.

▲ 300만원 미만의 연령별 명품 구매 건수. 출처=롯데멤버스

운동화가 1위로 뽑힌 결과는 요즘 트렌드를 잘 반영한 결과다. 최근 해외의 명품 브랜드들이 운동화 사업에 뛰어들면서 소비자 구매 진입장벽도 낮아졌다. 럭셔리 브랜드 제품 첫 구매로 가방보다는 운동화를 구매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이다. 100만원대 이하의 가격이지만 해당 명품 브랜드 제품을 소유하면서 활용성이 높은 신발이 밀레니얼 세대를 잘 저격했다.   

패션 브랜드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20대 명품 구매자들은 캐주얼하고 합리적인 SPA 브랜드도 많이 이용하는 반면, 30대 명품 구매자들은 무난한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나 클래식한 명품 브랜드를 이용했다. 40~50대에서는 골프웨어 브랜드 이용이 많았다.

▲ 구찌 운동화. 출처=구찌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패션 명품은 여전히 인기 있다”면서 “10대의 플렉스 문화와 유튜브 하울 영상 등 자신의 소유물을 자랑하는 문화가 자연스레 명품 선호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윤희 롯데멤버스 빅데이터부문장은 “소득 불균형 심화로 저가나 고가 상품만 잘 팔리는 양극화 소비 현상이 점점 더 뚜렷해지면서 최저가 쇼핑과 명품 쇼핑이 동시에 급성장하고 있다”면서 “명품 대중화와 이용 연령대 확대에 따라 국내 명품시장은 당분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