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른바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인기다. 영화나 음악 같은 미디어 콘텐츠 중심이었던 구독경제가 화장품, 그림, 명품, 주방, 사무실 등 소비재와 사치품, 공간, 서비스로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을 가져온 구독경제 관련 기업들의 성장세를 주목해야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 구독경제가 이끄는 산업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McKinsey)에 따르면 미국 소매업체들의 구독 기반 매출 규모가 2011년 5700만 달러(약 635억원)에서 지난해 3월 기준 29억 달러(약 3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또한 지난 5년 간 미국의 구독 기반 전자상거래(e-Commerce) 규모는 2배 성장했으며 온라인 쇼핑고객의 15%가 구독서비스에 가입했다. 지난 10월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2023년 전 세계 기업의 75%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예상하면서 현재 70% 이상의 기업들이 구독 모델을 도입했거나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소매업체들의 구독 기반 매출 규모가 2011년 약 635억원에서 지난해 3월 기준 약 3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출처=대신증권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미래산업팀은 4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하던 구독경제가 국내 경제에서도 확산하고 있다“면서 ”"산업별로 속도는 다르지만 구독 비즈니스 모델은 전 산업에 적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독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임시직, 비정규직 중심으로 고용을 확대하면서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확산됐다. 이에 소득 안정성이 저하됨에 따라 무리한 지출을 통해 재화를 소유하기 보다는 집이나 자동차, 대형가전 등 초기구입비용이 높은 내구재를 공유해 사용하는 소비패턴이 생겨났다.

미래산업팀은 “국내 경제가 처해있는 상황 즉 장기 저성장 기조와 긱 이코노미 확산, 비혼·1인 가구의 증가, 밀레니얼 세대의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 등이 구독경제 시장 확장을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국내에는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통신망과 이커머스의 발달 등 정보통신기술 생태계가 이미 조성돼 그 성장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독경제를 차별화 시킨 중심에는 넷플릭스가 있다. 소비자는 한 달에 10달러만 있으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무제한 반복 시청할 수 있다는 경험을 제공받는다. 공급자 측면에서는 정기적으로 매출이 발생한다는 점과 구독료 선지급으로 안정적 현금흐름, 수요예측 가능, 마케팅비가 적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물론 구독 사업 초기에는 초기 투자비용 때문에 적자 상태를 유지하기 마련이나 일시적 적자를 경험하고 그 단계를 지나 어느 정도의 구독자 수를 확보하게 되면 전환 비용이 감소하면서 큰 폭의 수익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무제한 이용형·정기 배송형·렌탈형 구독경제, 주목할 기업은

대신증권에 다르면 구독경제는 서비스 형태에 따라 무제한 이용형, 정기 배송형, 렌탈형 등 세 가지로 나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출처=대신증권

무제한 이용형은 주로 영상, 음악, 전자책 등 콘텐츠와 이동통신사 데이터, MS오피스 등 소프트웨어 제품으로, 고객들이 제품을 추가 사용함에 따른 변동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미래산업팀은 대표적인 해외 기업으로 아마존,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등을 추천했다. 특히 “소프트웨어의 라이센스를 판매하는 방식에서 구독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한 어도비는 대표적 성공 사례”라면서 “넷플릭스, 세일즈포스, 쇼피파이 등 사업 초창기부터 구독 방식을 채택한 기업들 역시 매출과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구독 기반의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 시장에 진출 의지를 나타낸 펄어비스와 국내 전자책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리디북스(비상장)를 콘텐츠 무제한 이용형의 대표주자로 꼽았다. 미래산업팀은 “리디북스는 가입자 370만 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은 794억원을 기록했다”면서 “내년도 상장 예정으로 기업가치는 약 7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더존비즈온, 올 초 코스닥에 입성한 B2B 핀테크 플랫폼 기업 웹케시도 꾸준한 실적 향상과 주가 상승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페이먼트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는 생필품 구독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82.4%로 음악 스트리밍(81.9%), 디지털 미디어(70.9%), 게임(68.4%) 보다 높았다. 출처=대신증권

정기 배송형은 주로 면도날, 기저귀, 반찬(식품), 물 등 낱개로 구입하면 비싸거나 마트에서 들고 오기 무거운 생활필수품을 공급받는 서비스며 그 영역이 각종 필수재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 데이터분석 플랫폼 페이먼트(PYMNTS)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는 생필품 구독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82.4%로 음악 스트리밍(81.9%), 디지털 미디어(70.9%), 게임(68.4%) 보다 높았다. 시장은 아마존이 지배하고 있는데 가입자는 매년 53%씩 성장해서 현재 미국 전체 가구의 38%를 차지한다.

미래산업팀은 국내에서는 20~30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생필품 정기배송이 유행하면서 새벽배송 등 국내 이커머스가 발전돼 다양한 연령대로 시장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생활필수품에서는 롯데칠성, 쿠팡, 이마트, 신세계를 추천주로, 화장품은 아모레퍼시픽과 애경산업, 식품은 동원홈푸드와 GS리테일을 추천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초기 구입비용이 높은 내구재 중 생활가전이나 자동차에 대한 렌탈 수요는 꾸준히 존재해 왔다. 최근에는 명품, 침대 매트리스, 안마의자 등 대상 재화의 종류가 더욱 다양해졌다. 여러 명의 소비자가 나눠 쓰다 보니 제품 수명주기에 따라 컨디션이 잘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서비스의 핵심이다. 미래산업팀이 렌탈형 서비스에서 주목하는 기업은 SK네트웍스와 LG전자, 웅진코웨이다.

▲초기 구입비용이 높은 내구재 중 생활가전이나 자동차에 대한 렌탈 수요는 꾸준히 존재해 왔다. 출처=대신증권

미래산업팀은 “SK네트웍스는 주유소 사업을 매각하고 AJ렌터카를 인수하며 가전제품과 자동차 렌탈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라면서 “과거 동양매직이 강점을 가진 주방가전 실적도 양호하지만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렌탈 사업이 최근 3년간 연평균 40% 성장하여 매출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에 대해서는 “지난해 생활가전 제품의 사후관리 서비스인 케어솔루션을 통해 렌탈 사업을 생활가전 부문으로 확대했다”면서 “LG전자의 렌탈 매출은 2011년 198억원에서 지난해 2924억원으로 급성장하고 있어 향후 생활가전 부문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또한 웅진코웨이는 2011년 국내 최초로 시작한 침대 매트리스 대여 서비스로 최근 6년간 평균 40%대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