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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건] 최태원 회장, 노소영 관장의 ‘사랑과 전쟁’, SK그룹 지배구조까지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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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최태원 SK(주) 회장이 서울가정법원에 제기한 이혼소송에 대응하여 3억 원의 위자료 및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 지분 18.44% 중 42.29%, 즉 SK(주) 전체 지분의 7.73%를 재산분할해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반소를 제기하였다. 2015년 언론 매체에 편지를 보내 자신의 불륜과 혼외 자녀의 존재 사실을 공개한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 신청을 제기하였으나, 노 관장이 이혼을 거부함에 따라 정식 소송절차로 넘어간 상태였다. 정식 소송절차에 넘어간 이후에도 노 관장은 최근까지도 최 회장과의 이혼을 거부해 왔으나, 노 관장이 마침내 반소를 제기함에 따라 최 회장, 노 관장의 이혼소송은 새로운 국면으로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한국판 제프 베조스 이혼’은 가능한 일일까? 지난 1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자신의 아내 매킨지와 이혼하는 과정에서 재산분할로 1370억 달러, 한화로 약 153조원에 이르는 돈을 지급한 적이 있다. 비록 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노 관장이 재산분할을 요구한 SK(주) 지분은 전날 종가 기준(25만 3500원)으로 약 1조 3천억 원에 이르는 규모로 만약 이 같은 청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SK(주)의 지배구조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최 회장, 노 관장의 이혼 소송의 전말을 살펴보기로 한다.

 

- 최 회장은 왜 처음에 ‘정식 소송 절차’가 아닌 ‘이혼 조정신청’을 하였을까?

이혼은 크게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부부가 이혼에 합의한 경우에는 ‘협의이혼’을 할 수 있으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당사자 일방의 청구에 의해 법원의 재판으로 이혼하는 ‘재판상 이혼’을 할 수 있다. 최 회장이 최초에 시도한 ‘이혼 조정신청’은 협의이혼이 아닌 ‘재판상 이혼’이다. 이혼 시에는 이혼을 할지 여부, 위자료, 재산분할, 미성년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이 쟁점이 되고 부부가 전부 합의한 경우에 비로소 ‘협의이혼’에 이를 수 있지만, 이 중 하나라도 협의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에는 ‘재판상 이혼’을 통해 위자료, 재산분할 문제를 해결한다. 최 회장, 노 관장 사건의 경우 최 회장의 이혼 요구에도 불구하고 당초 노 관장은 이혼 자체를 거부했었다. 자녀가 모두 성년인 최 회장, 노 관장 부부에게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문제는 발생하지 않지만, 재산분할 등의 문제는 이혼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두 사람의 이혼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 한 이혼 절차는 더 이상의 진척을 보이기 힘든 것이었다. 이에 최 회장은 시간을 갖고 노 관장으로부터 이혼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이혼 조정신청’을 했다.

만약 이혼에 이르게 된 책임, 이른바 유책사유(민법 제840조)이 노 관장에게 있었다면 아마도 최 회장은 ‘이혼 조정신청’이 아닌 정식 재판으로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경우 노 관장에게는 유책사유가 있다 보기 어렵고, 오히려 ‘부정행위’를 하여 유책사유가 있는 쪽은 최 회장 쪽이었으므로, 소위 ‘유책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법원의 태도에 비추어 최 회장은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에 최 회장은 섣불리 정식 재판으로 이혼 청구를 하기 보다는 법원이 주재하는 조정이라는 형태로 시간을 끌고 그 사이 노 관장도 설득할 생각으로 ‘이혼 조정신청’을 한 것이었다.

 

   
▲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시스

- 노 관장의 반소 청구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나?

언론에서는 ‘노 관장이 맞소송을 하였다.’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노관장이 제기한 ‘맞소송’의 정확한 법률적 표현은 ‘반소’다. 그 동안은 노 관장이 최태원의 이혼 청구에 대하여 ‘이혼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 왔으나, ‘반소’를 제기함으로써 ‘이혼에는 동의하나, 재산분할, 위자료 등 나머지 이혼 관련 쟁점에 대하여 적극 다투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소송 흐름은 다른 이혼 사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이혼을 원하는 일방과 이혼을 원하지 않는 상대방이 처음에는 이혼을 할지 여부와 관련한 문제에서부터 서로가 팽팽히 맞서다가 어느 시점에서 서로 감정이 해소되어 이혼 소송 자체를 취하하기도 하고, 또 반대로 이혼을 원하지 않던 상대방도 이혼 청구를 하는 일방에 대하여 ‘오만정이 다 떨어져’ 이혼을 원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꾸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는 이혼 소송을 당한 상대방은 주로 ‘반소’의 형태로 이혼 의사를 표시하는데, 이 때부터 사건의 쟁점은 ‘두 사람이 이혼을 해야 하는가’로부터 ‘두 사람이 이혼하는 것을 전제로 재산분할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로 옮겨가게 된다. 이는 최 회장, 노 관장의 사건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이혼을 강하게 원해 온 최 회장으로서는 ‘이혼’이라는 첫 관문은 넘었지만, 이제 노 관장과 재산분할 등 나머지 이혼 관련 쟁점 사안을 다투어야 한다.

 

- 노 관장의 재산분할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은 원칙적으로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협력해서 모은 재산으로서 부부 중 누구의 소유인지가 불분명한 공동재산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그 재산이 비록 부부 일방의 명의로 되어 있거나 제3자 명의로 명의신탁 되어 있더라도 실제로 부부의 협력으로 획득한 재산이라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1998. 4. 10. 선고 96므1434 판결). 이러한 부부의 공동재산에는 주택, 예금, 주식, 대여금 등이 모두 포함되고, 채무, 즉 빚이 있는 경우 그 재산에서 공제된다. 한편 이 때의 부부의 협력이란 맞벌이는 물론, 육아 및 가사노동도 포함한 개념이며(대법원 1993. 5. 11. 자 93스6 결정), 특별히 맞벌이를 하지 않더라도 최 회장, 노 관장의 경우와 같이 혼인 기간이 30년 이상인 경우 대체로 부인은 재산분할을 통해 부부 공동재산의 50% 가량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노 관장이 최 회장이 부유한 주식의 42.29%에 대한 재산분할을 요구한 것은 결코 무리한 청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관장의 재산분할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앞서 살펴본 대법원 판례 상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은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협력해서 모은 재산’으로 일방이 선대로부터 상속, 증여 받은 재산, 즉 ‘특유재산’은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최 회장이 보유한 재산에는 최 회장이 노 관장의 내조를 받아 부부의 협력을 통해 모은 재산도 일부 있으나, 대부분은 최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최종현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유사한 사례로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삼성전기 전(前) 고문 간의 이혼 사건의 경우에도 임 전 고문은 이 사장과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이 사장이 보유한 삼성물산, 삼성 SDS 주식 등 약 2조 원에 달하는 재산의 절반인 1조 원대의 재산분할을 청구하였으나, 1심에서는 86억원, 2심에서는 141억원이 인정되었을 뿐이다. 임 전 고문의 입장에서는 참담할 수도 있는 이 같은 결론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이 사장이 보유한 재산 대부분이 선대로부터 상속, 증여받은 ‘특유재산’이며, 임 전 고문과 이 사장이 별거한 기간도 상당해 이 사장과 임 전 고문이 공동의 협력을 통해 형성한 ‘공동재산’과 관련해서도 임 전 고문이 기여한 바가 적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최 회장, 노 관장의 이번 소송에서는 이 사장과 임 전 고문 사건과는 다른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주지하는 바대로 일개 섬유기업에 불과하던 SK그룹이 오늘날 재계 수위권에 위치한 글로벌 대기업이 되기까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이 결혼을 한 1988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태우씨의 도움이 있었고, 현재 최 회장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대부분도 이 때 형성된 것이라 보아도 전혀 무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 회장은 부정행위를 통해 이번 이혼의 계기를 제공한 유책배우자라는 점도 재산분할 과정에서 어느 정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구체적으로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씨가 SK(주) 자산 증식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기여를 했는지는 산술적으로 입증되기 어려운 점이 있고, 그것이 어느 정도 수치화된다 하더라도 또 다시 그것은 ‘특유재산’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에 걸리고 말 것이다. 노 관장의 입장에서는 앞서 임 전 고문의 사례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나, SK(주)의 지배구조까지 바꿀 정도로 재산분할을 청구한 금액 대부분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pert@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12.05  09: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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