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AWS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 중인 AWS 리인벤트(re:Invent) 행사에서 최신 양자 컴퓨팅 기술 발전을 위한 3대 이니셔티브를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SK텔레콤과도 협업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는 구글과 IBM이 주도하기 시작한 양자 컴퓨팅 시대에 클라우드 최강자 AWS가 어떤 행보를 보여줄 것인지 집중하고 있다.

▲ 양자 컴퓨팅 시대가 열리고 있다. 출처=갈무리

AWS, 뚜렷한 존재감

AWS가 발표한 3대 이니셔티브는 아마존 브라켓(Amazon Braket), AWS 양자 컴퓨팅 센터(AWSCenter for Quantum Computing)설립, 아마존 양자 솔루션 랩(AmazonQuantum Solutions Lab)이다.

아마존 브라켓은 과학자, 연구자, 개발자들이 양자 하드웨어 제공업체(디웨이브, 아이온큐, 리게티 등)의 컴퓨터를 한 곳에서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완전 관리형 서비스다.

찰스 툽스(Charles Toups) 보잉 혁신 컴퓨팅 및 네트워크 부문 부사장은 “보잉은 양자 컴퓨팅이 근본적인 재료 과학 연구에서부터 복잡한 시스템 최적화, 통신 확보에 이르기까지 항공우주 산업의 어려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AWS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AWS 양자 컴퓨팅 센터는 아마존과 캘리포니아 공대(Caltech), 연구기관의 양자 컴퓨팅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최신 양자 컴퓨팅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기관이다.

사실 대규모 양자 컴퓨터를 구축하는 것은 과학 기술면에서 획기적인 해결책이 요구되는 엄청난 과제다. AWS가 양자 분야의 개척자라 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 공대에 AWS 양자 컴퓨팅 센터를 설립하는 이유다. 캘리포니아 공대의 데이비드 티렐(David Tirrell) 교수는 “양자 컴퓨팅의 엄청난 잠재력 구현에 필요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AWS와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 캘리포니아 공대는 수년 간 양자 과학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AWS 양자 컴퓨팅 센터는 그러한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최고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아마존 양자 솔루션 랩은 기업들과 아마존 양자 컴퓨팅 전문가, 관련 기술 및 컨설팅 파트너들을 연계하여, 양자 컴퓨팅의 기업 내부적 활용 범위를 발굴하여 실제적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양자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아마존의 양자 컴퓨팅 전문가, 기술 및 컨설팅 파트너사를 연결해, 새로운 적용 분야를 개척하고 기업내 활용 방법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이다.

업계에서는 AWS의 양자 컴퓨팅 존재감에 주목하면서도, 당장은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니셔티브 자체가 특정 성과를 거뒀다는 내용이 아닌, 말 그대로 양자 컴퓨팅에 대한 AWS의 지속적인 관심과 관련 생태계 조성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AWS의 강력한 클라우드 플랫폼과 양자 컴퓨팅이 지향하는 최종 목적지는 결국 무수한 데이터의 집합과 총합으로 이뤄진 대단위 생태계라는 점에서, AWS의 양자 컴퓨팅 기술력 제고는 그 자체로 의미있는 이정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 AWS의 양자 컴퓨팅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AWS

한편 SK텔레콤과의 협력도 눈길을 끈다. SK텔레콤은 AWS와 함께 상용 5G 모바일 엣지 컴퓨팅(MEC)을 출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MEC는 고객과 가까운 곳에 소규모 데이터센터를 설치, 데이터 전송 구간을 줄여 5G의 핵심인 초저지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SK텔레콤은 전국 5G 주요 거점 지역 총 12개에 MEC 센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고객 최접점인 기지국 부분에 MEC를 적용해 기존 대비 향상된 초저지연 효과를 내는 ‘5GX MEC 플랫폼’을 선보인 바 있다.

SK텔레콤은 AWS 웨이브렝스(AWS Wavelength)를 통해 사용자 서비스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인프라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SK텔레콤 유영상 MNO사업부장은 “5G MEC와 클라우드가 결합되면 초고속 · 초저지연 · 초연결 네트워크 특성이 극대화되어 다양한 분야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등 혁신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아마존웹서비스, 산업별 선도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양자 컴퓨팅과 양자암호통신, 그리고 양자센싱 등 양자 3대 산업에서 특히 양자암호통신에도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05년 고등과학원과 부산 경성대 공동 연구팀이 25㎞ 거리에서 양자암호통신을 시도하는 실험에 성공한 이후 2013년 국내 최초로 양자암호통신 연구기관 ‘퀀텀정보통신연구조합’ 설립을 이끌어 낸 바 있다. 2016년 세계 최초로 세종-대전 간 LTE 백홀에 양자암호통신을 실제 적용했으며, 2017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5×5㎜)의 양자난수생성기(QRNG) 칩을 개발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아이디큐(IDQ)를 전격 인수했으며 도이치텔레콤의 모바일엣지엑스에 상호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등 양자암호통신 영역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3월부터 5G 가입자 인증 서버에 IDQ의 양자난수생성기(QRNG, 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를 적용하며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IDQ가 EU 산하 ‘양자 플래그십(Quantum Flagship)’ 조직이 추진하는 ‘OPEN QKD’ 프로젝트에 양자키분배기 1위 공급사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도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지난해 미국 양자통신 전문기업 ‘퀀텀엑스체인지(Quantum Xchange)’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후 최근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미국 최초의 양자암호 통신망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 SKT의 5G MEC 적용 사례. 출처=SKT

구글과 IBM도 달린다

현재 양자 컴퓨팅 시장은 충격적인 구글의 데뷔와 전통의 IBM이 맞서는 분위기가 연출된 바 있다.

구글 시커모어에 시선이 집중된다. 구글은 지난 9월 미국항공우주국(NASA) 사이트에 관련 내용을 잠시 공개한 후 자사 블로그와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 관련 기사를 통해 ‘양자 지상주의’(quantum supremacy) 발견을 공표했다.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최근 용퇴를 선언한 가운데 구글은 이들을 기리며 두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브린과 페이지가 커다란 PC 앞에 앉아있는 사진과 앞으로 알파벳을 책임질 차세대 지도자 선다 피차이 구글 CEO가 작은 양자 컴퓨팅 칩을 들고있는 사진이다. 이는 인터넷 환경의 급변과 이에 맞는 구글 경영진의 변화 당위성을 잘 보여주는 한편, 구글이 양자 컴퓨팅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시사한다는 평가다.

한편 구글 시커모어가 업계에 충격파를 던진 상태에서 수퍼 컴퓨터 명가 IBM은 초반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IBM은 구글 시커모어를 두고 연구소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어 “연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지적하는 한편 자사 블로그에 논문을 공유해 “구글은 양자우월성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날을 세웠다. 인텔도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인텔은 "양자 컴퓨팅이 신약 개발, 금융 모델링, 우주의 원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재 컴퓨터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현실에서 양자 컴퓨팅 상용화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한다. 즉, 이 여정에서 중요한 이정표들은 밝혀지고, 축하하면서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커모어 충격파가 사실로 드러나자 결국 IBM도 자사의 양자 컴퓨팅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IBM에 따르면, 현재 해당 기업은 양자 컴퓨팅 대중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양자 물리학과 양자 컴퓨팅 기술을 대중들에게 공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16년에 최초로 범용형 근사 초전도 양자컴퓨터(Universal approximate superconducting quantum computer)를 클라우드에서 구현했으며 2016년 5월부터 'IBM 퀀텀 익스피리언스(IBM Quantum Experience)'라는 시스템을 제공하기도 했다. 다만 해당 기술력은 ‘생각보다’ 기술력이 낮다는 혹평에도 시달렸다.

IBM의 양자 컴퓨팅 핵심 전력은 IBM Q 네트워크(IBM Q Network)로 볼 수 있다. 뉴욕에 있는 토마스 J. 왓슨 연구센터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IBM이 2017년 삼성전자, JP모건 체이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의 손을 잡고 출범했다. 현재 전 세계 약 80개 포춘 500대 기업, 교육기관, 연구소, 스타트업과 공동으로 최첨단 양자 컴퓨팅 기술을 상용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IBM 뉴욕 퀀텀 컴퓨테이션 센터(IBM Quantum Computation Center)도 가동되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