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 중의 하나로 내걸었던 불법 이민자 밀입국 방지를 위한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 장벽 설치는 그동안 여러 가지 논란을 일으켰다.

이미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상당 부분에는 장벽이 존재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장벽을 전체 국경에 걸쳐서 훨씬 높고 길에 만들어 밀입국자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주장이다.

멕시코와 미국 국경 사이에 전체 장벽을 세울 경우 그 길이는 약 3100km에 달하며 장벽 건설을 위한 비용도 약 100억달러에서 380억달러가 들어가는 큰 공사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을 설치함으로써 불법 밀입국자들을 방지하고 현재 마약 운반의 주요 통로로 이용되는 멕시코 북부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길을 차단함으로써 마약, 납치, 갱단 범죄를 줄일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이민자들에게 뺏기는 미국인의 일자리를 돌려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런 주장에 대해 반대하면서 장벽 건설 예산안에 대해 거부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미국은 지난해 국경 장벽 예산을 둘러싸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미국 역사상 최장기인 35일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를 초래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회계연도에 86억달러의 국경 장벽 예산을 요청한 상태인데 민주당에서는 여전히 이를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측은 장벽을 세우는 것이 미국의 상징인 자유에 반대되는 것이며 생존을 위해 미국에 들어오려는 밀입국자들을 냉혹하게 대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실질적으로 장벽을 세움으로써 얻을 수 있는 불법 이민 방지 효과가 낮은 반면 그 비용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거론된 불법 이민자인 한국 출신의 에디 오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1998년 한국이 IMF로 실직되고 재취업의 길이 막막해지자 그는 부인, 아이 둘과 함께 미국 여행길에 올랐다.

6개월간의 여행 비자였지만 친척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로 가서 방을 얻었고 아이들은 학교에 등록하고 비자가 만료된 이후에도 불법으로 미국에 머물렀다.

오 씨의 가족들이 영주권을 취득하고 합법적으로 미국에 머무르게 된 것은 10살 무렵에 미국으로 건너온 자녀들이 성장하고 간호사 등의 전문직을 갖게 되면서였다.

이민연구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약 1100만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불법 이민자 가운데 절반 정도인 46%가 국경을 밀입국한 사람들이 아닌 정상적으로 비자를 발급받고 미국에 왔다가 체류 기간을 넘겨서 머무르는 사람들이다.

특히 2010년에서 2017년 사이 미국에 입국한 불법 이민자 350만명 가운데서는 65%가 합법 비자로 입국했다가 비자가 만료됐음에도 돌아가지 않은 불법 이민자들이다.

과거에는 미국과 국경을 마주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왔다가 합법 체류 기간을 넘어서 불법으로 체류하는 사람들이 100만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2010년 이후부터는 가장 많은 숫자의 불법 체류자들은 33만명의 인도인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학생 비자나 관광 비자로 미국에 입국했다가 장기 체류를 하면서 불법 이민자가 됐다.

이들은 실리콘밸리 인근에 정착하면서 일부 운이 좋은 경우는 실리콘밸리의 IT기업에 취업해 합법적인 비자를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인도인들이 대거 취업하거나 거주하는 지역 인근에서 레스토랑이나 상점 등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을 하고 있다.

합법 입국을 한 이후에 불법 체류를 하는 사람들을 적발하기는 상당히 어려운데 미국 국토안보국은 2016년부터 공항과 항공사의 협조를 받아 입국자와 출국자의 사진을 대조해서 불법체류자들을 분류하고 있는데 현재 전체 인원의 약 4~5%만을 확인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민 변호사들은 이들 불법체류자들이 애초부터 불법으로 머무르려고 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대부분 미국에서 합법적 신분으로 변경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관련 사기 단체에 속아서 미국으로 건너온 후 많은 돈과 시간을 잃고 나서 실상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비자발적으로 불법체류자가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