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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 보고서➁] 희망이라는 것을 가져도 될까...'위태로운' 회생 채무자들

"국회가 성북동 네 모녀 비극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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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지난 6월 국회 정론관에서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그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주민 의원실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희망이 없어 삶을 정리하려 합니다. 다른 분들은 용기를 잃지 마세요" 이렇게 한통의 메시지를 남기고 김씨의 연락은 끊겼다. 

인터넷 커뮤니티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 지지자들의 모임'에는 하루에도 삶의 고단함을 토로하며 이와 같은 메시지가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채무자회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표류하게 되면서 절망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하나같이 아픈 사연. 유독 불우한 청년들의 사연이 많았다.  

서울시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송씨(32.여)도 그중 한 사람이다. 개인회생 신청 당시 직장을 다녔던 그는 지난해 침샘암이 발생하면서 투병 중이다. 기초생활수급비 50만원이 그의 수입 전부다. 송씨는 최근 유방의 종양이 있다는 진단도 받았다. 개인회생으로 3년을 상환해 온 그는 서울회생법원의 공표에 기간 단축을 신청했다. 

결과를 기다리던 중 대법원이 기간 단축이 위법하다는 결정을 내놨다. 회생법원은 단축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씨가 개인회생으로 월 납부하는 돈은 약 41만원, 1년에 약 500만원. 현재 그가 지출하는 병원비는 1년에 1000만원이다. 기초생활수급비로 개인회생 납부금과 그 두 배가 넘는 병원비를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노릇이다. 

송씨는 "태어나서 죄송하고, 살고자 해서 죄송하고, 아직까지 죽지 않고 살아 있어 죄송하다"며"살고자 노력한 것이 이렇게 큰 죄가 될 줄을 미처 몰랐다. 부디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 2105년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이씨(37). 그는 선천적인 안면비대칭으로 직장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다. 할머니 손에서 자란 그는 할머니가 몸저 눕자 20대를 병시중을 하며 보내야 했다고 토로했다. 

병원비와 부족한 생활비로 이씨의 빚은 쌓여갔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게 되면서 그의 개인회생은 시작됐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게 되면서 개인회생 납입금을 납부할 수 없게 됐다. 회생이 폐지되면 다시 빚 독촉이 시작되므로, 자활사업에 참여하려 했으나 자리가 나질 않았다. 그가 단축신청을 했던 이유였다. 

이씨는 "남과 같이 평범하게 사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 "한 가닥 희망이 꺾이지 않게 부칙개정을 통과 시켜 달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변씨(43·여). 그의 개인회생 납입금은 월 360만원. 지난해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동생들이 실직하면서 가장 역할을 했다. 개인회생 납입금 360만원이외에도 아버지 병원비와 생활비로 월 300만원이 들었다. 

변씨는 밤샘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 사이 유산을 두 번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해 상환기간을 단축해 달라는 그의 신청은 대법원 결정 이후 법원에서 여전히 잠자고 있다. 진행 상황을 묻는 변씨의 문의에 법원의 회생담당 공무원은 "아이는 빚 다 갚은 후에 낳으면 된다"고 그는 전했다. 

변씨는 "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나이 50세에 아이를 가져야 한다"며 "지금 이 상황이라면 아이와 결혼생활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산 동구에 거주하는 김씨(55세·여). 그는 지난 2015년 닭갈비집을 시작했다. 그해 조류독감이 퍼지면서 손님이 줄기 시작했고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김씨는 카드빚을 지게 됐다. 결국 가게 문을 닫았고 빚은 고스란히 남게 되면서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어렵게 다시 시작한 옷가게.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의 이 가게에서 그는 재기를 기대했다. 올 6월 남편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김씨는 두 자녀를 부양해야 할 가장이 됐다. 옷은 팔리지 않았고 회생 납부금이 힘에 부쳐 단축신청을 했으나 역시 대법원의 판결로 국회의 결정만 바라보는 상황이 됐다. 

김씨는 "생활고가 심해지면서 작은 아이가 대학진학은 포기했다"며 "더 빚을 낼 곳도 없고 돈을 벌 능력도 되지 않아 앞으로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관계자는 "법안 소위에서 법안의 심사가 보류되면서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며 "국회가 개인회생으로 성북동 네 모녀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서민의 어려운 삶을 헤아려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빚대부의 빚 증서(채권)보유 현황. 자료=제윤경 의원실

◆ 대부업체의 이익vs 채무자의 삶...공은 국회로 

"서민 금융소비자의 평균 연체금액이 3000만원이다. 이 돈을 일부러 연체해서, 급여통장에 압류도 당하고, 직장도 잃고 자식들 앞에서 빚 독촉 망신을 당하며, 차명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싶어 하겠는가" 이계문 신용회복위원장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개인회생 채무자들의 상황에도 들어맞는 말이다. 개인회생 제도를 둘러싼 일련의 문제가 단순히 빚을 깎아 달라는 채무자들의 몽니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또 개인회생 빚 상환기간을 줄이려고 했던 이유는 경제 정책적 취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개인회생 채무자들이 조기에 경제활동을 시작하면 빚을 갚는 대신 소비를 진작 시켜 내수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민간소비는 전년 대비 1.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3년(1.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2.8%였다.

일각에서는 빚을 져서 당연히 갚아야 할 채무에 대해, 채권자에게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채무자가 기간 단축을 주장하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도 있다. 대법원이 판단한 근거도 여기에 있었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법정행정처의 시선은 대법원의 시선과 맞닿아 있다. 법원행정처 박장호 전문위원은 전문검토보고서에서 "부칙 개정안이 채무자 부담을 경감 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부칙이 개정될 경우 채권자의 △재산권 침해가 우려되고 △이의권이 제약된다"고 밝혔다. 

파산법조계는 채무자의 경제적 회생에 방점을 두고 있는 개인회생 제도에서 채권자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백주선 변호사는 "개인회생은 채무자의 신속한 생산 활동의 복귀를 돕는 제도"라며 "실제 대출한 채권자가 아닌 채권을 사서 추심만 하는 대부업자의 신뢰를 채무자보다 보호하는 대법원의 결정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한빚대부는 총 1조990억원의 빚 증서(채권)를 매입해 11조1326억원을 회수하는 데 나서고 있다. 이는 올 국감에서 드러났다.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제윤경(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부업체들은 2조5679억원을 빚 증서를 매입해 25조9114억원을 추심하고 있다. 평균 90.1%로 할인된 빚 증서를 사서 회수에 나서고 있는 셈인데, 한빚대부도 마찬가지다. 또 한빚대부는 개인워크아웃 채무자의 빚과 개인회생 빚을 약 1조원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역시 업계 1위 규모다.  

   
박주민 의원이 올 국감에서 공개한 인천지방법원의 개인회생 문건. 문건에는 채무자을 초등학생 취급하는 듯한 문구가 기재되어 있다. 자료=박주민 의원실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제시하는 ‘채권자의 이의권 보장’도 그렇다. 개인회생의 현황을 모르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5년 오수근 교수(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가 펴낸 ‘개인회생절차 이용 실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개인회생절차에서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전체 사건의 1%도 되지 않는다. 

이는 빚만 있는 채무자에 대한 이의가 실효성이 없다는 채권자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또 법원이 채권자 보다 채무자의 재산, 소득, 생활비를 엄격하게 조사하고 있다 점도 채권자의 이의가 행사되지 않는 이유다. 법원의 조사는 채무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지난 10월 서울고등법원 국감장에서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하급심 법원의 개인회생 재판현황에 따르면 일부 법원에서는 채무자를 초등학생 취급하거나 법에 근거 없이 납부금을 올리는 사례가 공개됐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개인회생 채무자에 대한 법원의 고압적인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채권자의 이의는 1%가 채 안 되지만 채무자는 법원으로부터 엄격한 감독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보호하려는 대부업체의 이의권은 개인회생 제도에서 불필요해 보인다.

대폭 할인된 채권으로 이익을 올리는 채권자가 있는 반면 채무자에게 있어서 개인회생 기간단축은 삶의 문제와 직결돼 있다. 

참여연대와 주빌리은행 등 시민단체에 보고된 사례에 따르면 현재 채무자들은 개인회생 납부금을 내기 위해 연24%의 대출상품을 이용하거나 사채를 빚을 쓰고 있다.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고 있다는 것. 이미 대법원의 결정으로 개인회생이 폐지된 채무자는 다시 빚 독촉을 받고 있으며 급여는 압류되고 권고사직을 강요당하는 등 인 사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 

구직을 포기하거나 결혼이 무산된 청년의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개인회생 납부금을 위해 두세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는 채무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청년은 지난 9월 법안 통과를 호소하며 국회 앞에서 삭발식을 하기도도 했다. 이들은 특별히 정쟁 요소가 없는 채무자회생법 개정안의 상정을 여전히 촉구하고 있다. 

이제 정치는 자본권력과 채무자 중 누구의 신뢰를 보호할까?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개인회생채무자들은 국회파행으로 법안 통과가 불투명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정치인이 있어야 할 곳과 정치가 해야 할 일을 묻고 있다.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오는 10일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거나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양인정 기자 lawyang@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12.02  0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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