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25일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에 위치한 델타항공 한국지사에서 만난 김성수 델타항공 한국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최근 외항사들의 한국 시장 진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데다 프리미엄 서비스 등을 무기로 국내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 9월 여객 수송 실적에 따르면 국내 8개 항공사 국제선 여객은 446만2265명으로 지난해 9월 458만2211명 보다 11만9955명(2.6%) 줄어들었다. 반면, 외항사는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이는 국적 항공사의 전체 여객수가 지난 2017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한 사실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최근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를 통해 국내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 첫 취항한지 30년이 넘어서야 본격 이름을 알리는 셈이다. 이에 김성수 델타항공 한국대표를 만나 델타항공의 비전과 한국 시장에서의 전략, 항공업황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성수 한국대표는 지난 2017년 11월 델타항공 한국 지사장으로 부임해 올해 2년째 임기를 맡고 있다. 항공업계에 발을 디딘지는 올해로 15년째다. 2005년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 근무를 시작으로 2017년 초 루프트한자의 한국 지사장을 맡기도 했다. 

델타항공, 차별화된 서비스로 韓 시장 공략 나선다 

델타항공은 90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 1위 항공사다. 미국 애틀랜타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현재 900대 이상의 항공기로 50개국 300개 이상의 목적지에 취항하고 있다. 델타항공이 공동운항을 포함해 매일 운항하는 항공편 수는 1만5000편 이상이며, 연간 실어 나르는 승객 수는 2억명에 달한다. 

치열한 가격경쟁 탓에 2005년에는 파산을 겪는 등 위기도 있었지만 2008년 노스웨스트항공을 인수하며 세계 최대 항공사로 발돋움했다. 국내에는 1988년 서울 올림픽으로 한국이 큰 주목을 받던 시기 ‘김포~포틀랜드’ 직항편 취항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1999년 IMF 외환위기로 인해 중단 했고 한동안 미국 직항 노선을 운행하지 않았다. 2010년 국내 시장에 다시 문을 두드렸고 그해 인천~디트로이트, 2014년 인천~시애틀, 2017년 인천~애틀란타, 2019년 인천~미니애폴리스 순으로 미국 하늘길을 넓혀왔다. 

▲ 델타항공의 인천~미니애폴리스 직항취항 기념 리폰 커팅식. 왼쪽에서 두번째 김성수 델타항공 한국대표의 모습. 출처=델타항공

김성수 대표는 델타항공의 모토를 “여행에 인간적인 면을 더하는 동시에 전 세계를 가장 잘 잇는 항공사가 되는 것”이라 말한다. 이는 감동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조인트벤처(JV) 등을 통해 연결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델타항공이 가진 강점이기도 하다.

특히, 이 가운데 김 대표는 고객에게 행해지는 서비스는 최고라고 자부한다. 그는 “기내에 탑승해보면 느낄 수 있다. 객실 승무원들이 가족같이 돌봐주는 등 최대한 고객의 입장에서 다가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기내식 같은 경우도 한국보다 더 한국같은 메뉴들로 준비해 호평을 얻기도 했다. 제육볶음, 닭볶음탕은 물론이고 스낵류로 호떡이나 전 같은 것들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델타항공을 이용하면서 경험했던 서비스 중에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LA~시애틀’ 노선이 3시간 정도 연착된 적이 있는데 고객들을 위해 델타에서 피자를 쐈다. 도미노피자 박스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덕분에 연착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의 분위기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분명 사소하지만 이런 작은 부분에서 고객들이 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델타항공은 B2B 영역에서도 ‘리슨 액트 리슨(listen act listen)’을 통해 고객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의견을 반영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말 그대로 의견을 듣고 행동을 취하고 또 의견을 듣는 것이라 보면 된다. 국내 대형 여행사 11개사의 임직원을 2년간 자문위원으로 임명해 6개월 마다 보고 및 자문을 구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이 델타항공에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한국 여행객들이 여행갈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항공사가 국적항공사다 보니 아직 델타항공의 인지도가 낮은 것 같다”며 “하지만 인간적인 서비스와 다양한 선택권, 프리미엄 서비스 등을 경험해본다면 델타항공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는 ‘결혼’… 인천을 아시아 허브로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를 계기로 인천을 동북아 허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델타항공은 앞서 ‘일본~미국’ 노선을 도쿄 나리타공항에서 하네다공항으로 옮기기도 했다. 여기에는 아시아를 거치는 모든 연결편을 인천으로 통하게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항공사 간 조인트벤처는 두 회사가 한 회사처럼 공동으로 운임·스케줄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며 수익·비용을 공유하는 경영 모델을 말한다. 좌석 일부와 탑승 수속 카운터, 마일리지 등을 공유하는 공동운항(코드쉐어)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항공사 간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 관계다.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지난해 5월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조인트벤처를 설립, 현재 한미 직항노선을 포함해 아시아 80개 및 미주 290개 노선에서 협력하고 있다. 양사는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주노선의 신규취항도 확대했다. 지난 4월 델타항공은 인천공항발 미국 미니애폴리스행을, 대한항공은 인천발 보스톤행 노선을 신규 취항했다.

김 대표는 “내부에서는 조인트벤처를 ‘결혼’을 한 것으로 표현한다”며 “다른 항공사들의 JV와 달리 델타항공은 손익 모두를 공유하는 형태의 전략을 갖고 있다. 좋은 성과가 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추가적으로 더 발전해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분들이 델타항공을 게이트웨이가 아닌 대한항공과 하나의 노선으로 볼 수 있게끔 이용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대표는 “한국시장은 델타항공의 아시아 전략의 큰 부분”이라며 “한국의 중요도에 따라 여러모로 투자를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올 11월에 시애틀과 미니애폴리스 노선에 최신형 최고기 A330-900neo, A350-900 등으로 각각 교체하는 등 투자를 진행했다”고 한국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 지난 11월 25일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에 위치한 델타항공 한국지사에서 인터뷰 중인 김성수 델타항공 한국대표의 모습. 사진=임형택 기자

“韓 항공업계 어려움 오래가지 않을 것“

최근 한국으로의 외항사 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것과 관련 김성수 대표는 한국 항공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면서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한국의 인지도가 예전보다 많이 올랐다. 실제 한국의 관광, 출장 트래픽이 올라가고 있는 것도 보이고 한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외항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김 대표는 어려운 국내 항공업계의 상황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공항을 보유하고 있고, 해외에서 한국 국적기들에 대한 평가도 높다. 미주나 유럽, 말레이시아 등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느 나라든 난기류를 겪는 때가 있다. 한국도 분명히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고 발전해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신규항공사 등으로 인한 과당경쟁과 관련해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간혹 공급이 수요를 발견해내는 경우도 있다. 편의시설 확충으로 상업적 교류 이뤄질 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의외로 신규 노선이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내년도 미국 대선과 미중 무역 분쟁 결과에 따라 항공업황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